어젯밤엔 아주 친한 언니를 만났다. 내가 “지금 여의도공원 앞인데 나올래?”라고 전화하면, “콜!”을 외치며 바로 나와 주는 언니다. 언니는 내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고, 워낙 유쾌해서 같이 있으면 웃을 일이 많다. 어젯밤에 언니는 원래 있던 약속까지 취소하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나는 요즘 답답하고 울화가 나는 일들이 있어서, 만나자마자 얼굴까지 빨개져가며 ‘솔직하게’ 열변을 토했다. 언니는 3시간이나 내 얘기를 들어줬다. 헤어질 때쯤엔 언니가 지쳐 보였다. 며칠 전에 언니 생일이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친구니까 괜찮다고? 괴롭히는 사람에겐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언니에겐 모든 걸 솔직히 말한다. 좋은것, 나쁜 것을 가리지 않는다. 유치함과 찌질함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텅 빈 주머니와 가난해진 마음은 우리의 즐거운 대화 주제다. 하지만 나의 솔직함이 상대를 피곤하고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면, 솔직한 게 그렇게까지 좋은 것인가 싶다. 만약 내 친구가 내 이야긴 들어주지 않고 자기 얘기만 오랫동안 ‘솔직하게’ 한다면? “힘들어 죽고 싶다는 게 내 솔직한 마음이야”라고 말한다면 나도 피곤함을 느낄 것 같다. 난 듣고 있어야 하고, 친구는 “솔직하게 다 말해서 시원하다~”라며 개운한 얼굴로 집에 돌아갈 텐데. 이게 좋은 관계일까?

 

물론 TV에선 솔직한 사람들이 인기를 끈다. 세상은 “솔직해져라!”, “너 자신에게 솔직해져라!”라고 줄기차게 권유(또는 강요)한다. “이거 너무 별로예요”, “난 나에게 솔직한 거예요”라고 말하는 래퍼 제시(물론 나도 좋아한다)가 멋있는 사람의 대표 격이다. 하지만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솔직 예찬’이 마냥 좋은 것인가 싶다는 얘기다. 솔직한 사람의 곁에는 그의 기쁨과 분노를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 말 못 받아들여? 난 솔직한 건데. 넌 아니야?” 마치 내 친한 언니처럼, 상대방은 입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다.

 

내 생각에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한 편인데, 단점이 꽤 많은 편이다. 다혈질에다가 조금은 난폭하고, 열 받으면 곧바로 ‘피꺼솟’이다. 영화를 보면서 통곡하며 울다가도, 정작 내 가까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겐 무관심할 때가 있다. 예의상 오가는 말과 비위 맞춰주는 일엔 혐오증이 있다. 본성들끼리 부딪히는 세상이 마냥 좋을까? 내가 매 순간 ‘솔직하게’ 살면 우리 가족도 힘들어할 거다. 설리의 웃음이 사랑스러운 건 설리가 노력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눈에 좋아 보이는 배우와 연예인, 가수들은 자연스럽고 솔직해 보이도록 연습을 한 것이다.

 

내가 이런 본성을 다듬지 않고, 다 솔직하게 드러내면 주변 사람들은 정말 피곤할 거다. ‘이건 솔직한 거야. 나는 노력하지 않을 거고 내가 옳아. 그러니까 다 받아줘’라는 태도랑 똑같은 것이다. 내 속의 용암은 첫눈에 잘 안드러난다. 나와 깊이 친해지지 않는다면 그걸 보게 될 일도 없다. 하지만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은 무슨 죄로 나의 용암을 뒤집어써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솔직 예찬에 반대한다. 어릴 때 봤던 만화영화 <신밧드>를 떠올려보면, 주인공 신밧드는 근심에 빠진다. 남의 여자를 데리고 도망갈까를 고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밧드는 그런 마음에 솔직하게 따르지 않는다. ‘솔직 예찬론’에 따르면 본능에 충실한 게 맞지 않나? 하지만 신밧드는 자기가 원하고 소망하는 모습을 따르기로 했다. 나도 언니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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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랑은?

‘솔직함에 반대한다’는 글을 솔직하게 쓰니까 속이 시원합니다.

 

 

Freelancer 진사랑 I_am_love_@naver.com

Illustrator 전하은

 

20대라면 누구나,

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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