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한번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것을 두 번씩이나 반복함으로써 듣는 사람 기분 매우 짜증스럽게 만드는 당 시대의 치열함 상징용 시의적절 슬로건이라 함은 단연 ‘빨리빨리.’

 

따라서 작금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 두말해도 스피드. 세 말해도 스피드. 아는 게 힘이라도, 남보다 먼저 알아야 유효한 그 파워의 핵심은 스피드. 외국어 능력 함양 또한 매우 효용가치 높은 스펙이지만, 마흔 훌쩍 넘어 내재화해봤자 쓰잘 데기 없는 이유. 그것은 바로 스피드.

 

그래서 오늘 추천하고자 하는 음악은 지각했을 때 당신의 스피드를 업시켜줄 추천 음악. 새벽녘 찬 공기에 못 이겨 5분만 더 자려다 30분을 숙면한 당신을 위해 준비한 음악 베스트 5선. 본격 심장 박동 플러스 자율신경계 자극 음악, 함께 들어보시죠.

 

지각하면 림보에 빠진다 – Mombasa

 

Hans zimmer

앨범 Inception

발매연도 2010

 

기상 시간입니다. 평소보다 해가 쨍쨍한 게 불길한 기분이 드네요. 사람은 불길한 예감이 적중할 때와 어긋날 때 언제 더 당황할까요? 핸드폰 시계를 봅니다. 반 박자 빨리 몸이 침대 위로 튕겨 오릅니다. 맞습니다. 지각이죠. 이럴 때 필요한 건 스피드. 이럴 땐 영화 <인셉션>에 삽입된 곡 ‘mombasa’를 추천합니다. 몸바사는 케냐 남동 해안에 있는 도시 이름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악당에게 쫓기는 장면에 등장하는 곳이죠.

 

철을 두드리는 타악기 소리와 함께 관악기 소리를 신디사이저로 변형한 소리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참고로 한스 짐머는 영화 음악 작곡가 데뷔 전 신디사이저 연주자였습니다). 이 음악을 들으면 당장 림보에 빠질 위기에 처한 것처럼 손발이 떨리고 심장 박동이 빨라집니다. 마치 몸바사의 어원인 ‘싸우는 섬’처럼 패싸움 전야제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죠. 하여튼 어서 일어나세요. 하루 더 지각하면 계절 학기 때문에 또 학교 나와야 합니다.

 

 

본투웨이크업 – Extreme ways

 

Moby

앨범 The bourne Ultimatum (본 얼티메이텀)

발매연도 2007

 

이 음악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죠?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때문에 좀 더 익숙하실 겁니다. 이 곡은 영화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에 사용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탄 모비의 ‘Extreme ways’라는 곡입니다.

 

주인공 맷 데이먼이 영화 속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때 경고음이 연달아 반복되면서 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죠. 곧 빠른 드럼 비트와 함께 비장한 코러스가 섞이면서 숨 가쁘게 달려야 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맞습니다. 맷 데이먼처럼 상대의 팔을 꺾고 모가지에 당수를 날리며 도심을 가로질러 등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특히 학창 시절 영화 속 주인공에 빠져 살았던 남학생들이라면 지각 방지용으로 손색이 없겠습니다. 그렇다고 길 가는 행인을 제압하며 등교하면 곤란합니다. 웃자고 한 소리인데, 별로 재미가 없었네요. 함께 들어보시죠.

 

 

3세계 음악에 맞춰 달리기 – Momento Magnico

 

나윤선

앨범 Lento

발매연도 2013

 

사실 나윤선의 ‘Mistral’이라는 곡을 추천하려고 했습니다. 이 곡은 나윤선 밴드가 프랑스 아비뇽에서 야외 공연 당시 바람이 하도 불어서 공연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던 당시의 상황을 표현한 곡입니다. 그래서 긴장감과 혼란스러운 느낌이 가미돼 있죠. 하지만 미발표곡이라 오늘은 ‘Momento Magnico’를 소개합니다.

 

이 음악 역시 긴장감이 대단합니다. 단출한 악기 구성임에도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나윤선의 독특한 스캣과 박력 넘치는 클래식 기타 리프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죠. 정시 도착을 위해 열심히 뛰는 당신의 BMG으로 손색없습니다. 특히 곡 중반에 등장하는 기타 솔로 부분은 지금 계절과도 사뭇 잘 어울려 열심히 뛰다가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잠시 감상에 빠질 여유까지 선사합니다.

 

 

네가 가라 학교 – Bad case of loving you

 

Robert Palmer

앨범 Secrets

발매연도 1979

 

“닥터닥터 깃미어 누 아가렛 빼케이슨 러빙유” 사실 이 곡은 추천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너무 올드해서 말이죠. 이 생각은 딱 어제까지 그렇게 유효했습니다. 어제 아침 늦잠을 자는 바람에 회사 앞까지 전력 질주로 달려서 출근했는데, 그때 이 음악을 들어봤습니다. 그 순간 무릎을 쳤죠. “아, 곽경택 감독이 음악 하나는 제대로 골랐구나”하고 말이죠.

 

적당히 빠른 템포와 “둠둠둠둠” 반복되는 베이스 소리가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도록 도와줍니다. 허스키하고 박력 있는 로버트 팔머의 허스키한 음색도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데 충분하죠. 왠지 동네 천덕꾸러기가 된 것처럼 낄낄 웃으며 달리고 싶어지는 충동도 듭니다. 다만 우리는 장동건이 아니므로, 그저 맹구처럼 보일 확률이 높으므로, 그저 진중하게 열심히 뛰는데 만족하는 거로…

 

 

it’s only late – Wake up

 

Two door cinema club

앨범 Beacon

발매연도 2012

 

제목이 ‘Wake up’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박정희 씨가 직접 작사/작곡한 ‘새마을노래’처럼 너도 나도 일찍 일어나서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자는 식의 황당한 노동요는 아닙니다. 그랬다면 추천하지도 않았죠. 이 음악은 특히 구성 면에서 지각한 이들에게 최적화돼 있습니다. 쉬고, 달리고, 쉬고, 달리는 구간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서 근지구력과 폐활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지각용 BGM으로 제격이죠.

 

리듬 또한 짧고 명료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쾌감도 쏠쏠합니다. 간단하게 이 밴드를 소개하면 이제는 ‘루키(Rookie)’라는 수식어가 어색해진 데뷔 5년차 아일랜드 출신 록 밴드입니다. 짧은 경력임에도 글레스톤베리를 비롯해 굵직한 록 공연에 심심치 않게 이름을 올리고 있죠. (요즘은 아일랜드 밴드가 대세인 듯합니다.)

 

주로 이펙터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독특한 기타 리프와 전자음을 조합해 신나는 로큰롤을 연주하는 밴드입니다. 얼마 전 내한공연 때 라이브를 본 적이 있는데, 라이브는 뭐 그냥 평이해서 좀 아쉽더군요. 하여튼 녹음 버전은 훌륭하니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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