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들의 축제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11월 7일과 8일,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여기저기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은밀하고, 기성 문법 따윈 가볍게 깨뜨려버리기에 위대한 잡지들이 당신을 기다린다. 그 중, 당신의 마음을 혹하게 해 지갑을 열게 만들 6개의 잡지들을 미리 훔쳐보려고 한다.
연극과 독립영화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의 멋진 모습을 ‘덕심’에 찰 때까지 사진으로 찍어 계간으로 출판해보자는 것이 「덕지덕지」의 출발점이었다. 최신호이자 창간호인 ‘배우 특집’ 편에서는 12명의 배우들이 참여해 다양한 모습을 뽐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고퀄리티 화보들 가운데, 구구절절한 텍스트는 한 문장도 없다. 그저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배우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오롯이 음미하면 된다.
Q. 매호마다 수백 페이지의 화보 구성이라니! 듣기만 해도 고되다.
고되긴 고됐다. 처음엔 인터뷰도 넣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글이 들어가니 오히려 책의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럴 바엔 ‘확실히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자’ 생각했다.
Q. 덕질의 결과물이 매우 고퀄이다. 경험이 있나?(응?)
사실 창간호에 참여해준 배우들은 거의 지인이다. 그들이 너무 좋아서 만든 거다. 난 어릴 때부터 전 방위 덕후였다. 만화, 영화, 아이돌…. 그래서 그 덕심을 하나로 묶어 「덕지덕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굉장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존재다.
예술은 한 가지로 정의될 수 없다.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예술처럼, 「소규모예술」은 여러 관점에서 예술에 접근한다. 그림, 소설, 사진 등 저마다의 바탕을 가진 필진들이 자신에게 다가온 예술을 각자의 영역에서 표현하는 것.
최신호 주제 ‘비인간’에서 영화 <루시>를 보고 누군가는 사진을, 누군가는 논문을 기고한 것이 그 예다. 잡지의 주제는 매호 바뀐다. 각 호마다 100권으로 한정판매하며 각 권마다 고유 넘버링이 부여된다.
Q. 왜 ‘소규모’ 예술인가?
‘소규모’의 뜻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각자 소규모 작업물을 내고, 100부만 소규모로 인쇄한다. 100부밖에 없는 책이다보니 소비자들도 자동으로 소규모 집단이 된다.
Q.사진, 일러스트, 소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이야기한다. 예술을 볼 때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우리는 사진, 일러스트, 소설 등을 접할 때 장르적인 편견을 깔고 시작한다. 서로의 벽을 지키고, 침범하지 말자고 약속한다. 「소규모예술」은 벽을 파괴하는 작업을 한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과 역 사이, 사람과 문화를 잇는 기차 여행 잡지. 매호 노선을 지정, 각 노선의 역에서 사람과 지역문화를 만나고 이를 토대로 잡지를 출판한다. 사라져 가고 있는, 혹은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잘 모르는 한국 곳곳의 지역문화와 멋, 이웃의 이야기에 담담히 귀 기울이는 잡지.
차근히 읽다보면 어느새 ‘가야 할 곳 리스트’가 그득해져 있다. ‘어디를’은 물론 ‘어떻게’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Q. 어떤 기준으로 여행지를 선정하나?
유명한 곳보다는, 덜 알려지고 그 지역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곳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지역마다 그곳의 문화적 토대를 만들고 함께 나아가려 노력하는 젊은 친구들이 참 많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담긴 지역을 우선순위로 찾아간다.
Q. 인생이 팍팍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기차 여행 장소(역)는?
묵호. 논골담길과 청원길에 올라 묵호 전체를 조망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 길을 찬찬히 걸으며 묵호 사람들과 묵호의 깊고 진한 바다를 마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호 하나의 버스 노선을 정하고, 그 노선을 따라가며 서울의 건축과 이야기를 담는다. 예를 들어, 4호의 이름은 「매거진 파노라마 150」으로 150번 버스를 타면 만날 수 있는 곳들이 담겼다. 어려워 보이는 건축을 ‘엄마도 볼 수 있게’ 쉽고 말랑말랑하게 접근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의 일상에 깊이 스며 있는 건축을 눈여겨볼 안목이 생기는 것은 덤. 어느새 마을버스를 타고 매의 눈으로 건물들을 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Q. 하나의 버스 노선을 정하는 이유가 있나?
서울은 정말 넓다. 궁, 광화문 광장 같은 일부만으로 서울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버스를 타면 여러 장소를 고루 볼 수 있다.
Q. ’엄마도 읽을 수 있는’ 건축 잡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건축 관련 용어 사용을 줄이고, 되도록 풀어 쓴다. 또 감상 위주의 글도 밀어내지 않고 있다. 사진도 비교적 자유로운 구도로 찍고.
‘덕후’와 발음이 비슷한(노렸네, 노렸어) 「The Kooh」는, 혼자 놀기, 중2병 등 흔히 ‘덕후스럽다’고 여겨지는 특성 열 가지로 일찌감치 10호까지의 주제를 정하고 시작한 잡지다. 각 호의 내용을 살펴보면 어딘가 익숙하지만 분명 처음 보는 것들이다. 취권에 대한 진지한 설명이 자세 사진과 함께 이어진다든지, 생수의 맛을 비교하는 식이다.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빠져든다. 이게 바로 만물에 대한 덕후가 되는 길일까. 5권을 모으면 오덕후, 10권을 모두 모으면 십덕후다. 구미가 당긴다면 서두르길.
Q. 생수 맛 비교, 취권 전수 등 듣도 보도 못한 소재들이 가득하다. 천잰가?
평소에 ‘이런 쓸모없는 걸 하면 재밌겠다’ 싶은 걸 자주 메모한다. 잡지를 만들 때 메모를 훑어보고 필요한 아이디어를 써먹고 있다. 누구나 머릿속에 금방 새겼다 지워버릴 아이디어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Q. 「The Kooh」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는가?
‘누구나 자신만의 덕질을 하고 있다’는 1호의 카피처럼 자신만의 덕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혼자 노는 법, 집착하는 법, 잘 숨어 있는 법, 공상하는 법, 허세 부리는 법을 만들고 배워갔으면 좋겠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아침을 보낸다. 「Achim」은 아침에 대한 생각과 인터뷰, 추천 레시피와 시리얼 리뷰까지 포함해 ‘아침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잡지다. 신문처럼 펼쳐 읽는 타블로이드 판형이라 가볍고 독특하다.
아침 밥상에 올려두고 여유롭게 읽고 있다면, 내 인생도 이 순간만큼은 「킨포크」 부럽지 않다고!
Q. 하루의 순간 중 ‘아침’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아침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보통 5시 30분쯤 일어난다. 「Achim」은 그렇게 고요한 새벽에 여유를 부리며 했던 생각들과 기록을 공유하고 싶어 만들게 됐다.
Q. 어, 엄청난 새벽형 인간! 당신의 아침 풍경이 궁금해진다.
다른 시간보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느낌이라 분 단위로 움직인다. 5시 30분에 일어나 6시까지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30분 동안 책을 읽는다. 그리고 20분 동안은 「Achim」 일을 한다. 6시 50분부터 7시 40분까지 요가를 한다. 그 후, 아침을 먹으며 외출 준비를 마치고 8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Editor 김슬 dew@univ.me
Reporter 김유진 kyj3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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