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정교과서 세대다. 근데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내가 국정 교과서로 배운 줄도 몰랐다. 주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문제긴 문제구나 싶었다. 민주주의에서 정부의 독단은 올바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사 문제로 들어가면 전혀 모른다. 뭐가 문제일까? 국정 교과서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카이스트(KAIST)에서 역사를 강의하시는 고동환 교수님을 뵀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고동환 교수님 / 연구실 사방에 책이 가득했다

 

국정 교과서를 만드는 게 역사학적으로 왜 문제가 되나요?
역사학은 과거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역사학이 아니라 선전, 선동에 불과하죠. ‘국정 교과서’라는 것은 역사에 대한 해석을 국가가 독점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예요.

 

왜 해석 가능성이 열려있어야 하나요? 역사는 사실이잖아요.
과거 일어난 사실을 단순히 외운다고 역사가 되는 게 아녜요. 과거에 비추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는 거죠. 예컨대, 분단의 역사를 통해 통일을 배울 수 있겠죠. 통일의 방법이나 다양한 가능성을 고민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어떤 이유로 그런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없애려는 걸까요?
정부는 역사 교육을 통치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권력자의 입장, 정치적인 이해 관계에 기초해서 역사 교육을 바라보고 있어요.

 

현재의 교과서가 젊은이들에게 패배주의 역사의식을 강요한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취업도 잘 안 되고 연애도 잘 안 되는 건가?
그런 건 역사학의 ABC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에요. 역사학은 미래를 전망하기 때문에 현재나 과거에 대해서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미래를 올바르게 전망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알파벳 ABC / 출처 : www.flickr.com/photos/dskley

 

국정 교과서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도입이 되는 건가요? 모 의원은 북한이나 베트남 같은 선진국(?)에서도 국정 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하던데.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인정제도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역사학의 본질을 비춰봤을 때 너무나 당연히 그렇게 돼야죠.

 

많은 사람들, 하물며 교수진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건가요?
정부에서 추진하면 역사학계 전체가 반대를 해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어요. 그래서 여러 학자들, 교수들이 성명을 내는 거죠. 제발 끝까지 가진 말자고.

 

절망적이네요. 결국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는 걸까요?
근데 한국사회에서 반 지성적인 건 오래 못가요 결국엔 실패할거예요.

 

한국 사회는 늘 지성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말씀이신가요?
우리 사회는 조선왕조 500년 이전부터 지식을 존중해왔어요.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인적 자원 하나만으로 경제도 성장하고, 민주화도 달성했죠. 이런 역동성을 발휘한 밑바탕에는 지도층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지식 사회에 대한 존중이 있단 말이지요. 하지만 이번 교과서 국정화는 완전히 반 지성적인 처사예요.

 

그럼에도 몇몇 어르신들은 ‘빨갱이다’ ‘좌편향이다’라며 극렬하게 반대를 하시더라구요.
좌우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거예요. 어디에 있냐에 따라 보수도 진보가 되는 거죠. 좌편향이란 말은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죠. 저는 우리 역사학계는 중도나 보수가 70-80%라고 보거든요. 그런 분들이 쓴 역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 한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이 극우라는 걸 드러내는 거죠.

 

어찌 보면, 교과서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콜로세움 같은 게 아닐까 싶네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고 지성과 반지성,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무지한 거죠. 좌우 대립으로 이야기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모든 학문은 사실로부터 진리를 추구해야하는데, 부분을 갖고 전체로 확대, 과장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진전을 위해서도 올바르지 않아요.

 

황제가 엄지를 내리면 패배한 검투사는 죽는다 / 출처 : www.flickr.com/photos/entozoa/

 

국정 역사 교과서에서 특별히 문제가 될 거라 예상되는 부분이 있나요? 단군할아버지 얘기는 아니겠죠.
아마 현대사일 겁니다. 우리의 현대사는 5.16 군사 정변, 4월 혁명, 10월 유신, 제5공화국, 광주 항쟁, 6월 항쟁 등 독재와 민주주의의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어요. 동시에 산업화를 이룩했지요. 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서술해야 하는데, 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룩하는 과정을 집권 세력이 불편하게 보는 것 같아요.

 

집권 세력이 뭔가 찔리는 거라도 있나 봐요?
민주주의를 국민의 힘으로 이룩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어요. 우리는 이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투쟁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선 당연히 부끄러운 독재 시절도 함께 가르쳐야 하죠.

 

역사학자로서 교수님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국정 교과서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정치가들이죠. 당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무리하게 밀고 가는데 바람직하지 않아요. 만약 문제가 있다면,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게 하는 게 정치가들이 할 일이죠. 학계나 교육계에서도 충분히 수습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런 문제에 너무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민주화 운동 시대는 고도 성장기였어요. 일자리가 많았죠. 데모 때문에 취직을 못하진 않았어요. 지금은 저성장 시대, 고용이 확 줄어드니까 대학생 입장에서는 먹고 사는 고민이 앞설 수밖에요. 그럼에도 국정 교과서 문제는 현재 중고등학생의 문제로 치부하기 쉽지만, 길게 보면 10년 후 자신의 문제가 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올바른 견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솔직히 대학생들이 어떻게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목소리를 내야 할까요?
오늘의 정치적 결정이 나중에 30대, 사회인이 됐을 때 그들의 삶을 규정하거든요. 군부독재 시절에도 많은 노력과 비용을 치뤘어요. 독재체제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요. 현재 대학생들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외면하면 10년 이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도 민주주의가 많이 죽었다고들 하잖아요.

최근들어 수많은 국민들의 투쟁을 통해 이룩한 민주주의 체제가 여러 부분에서 위협받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 나라는 과거 독재 시절에 비해 상당히 민주화됐다고 보지만,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퇴보시키는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래도 이런 처사가 오래가진 않을 겁니다. 어떻게 이룩한 민주화인데 권력이 쉽게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나요.

 

이 사람이 헤겔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자유 의지가 확대되어 온 과정이다”

 

긍정적인 미래관을 갖고 계시는군요.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헤겔이 말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확대되어 온 과정이다”라고 말이죠. 우리는 과거에 비해 엄청난 자유를 누리고 있어요. 자유가 확대되는 큰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음… 어렵지만 멋진 말이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국민 주거고민 맞춤형 해결사 등장!


펜타곤 진호 & 오마이걸 효정의 콜라보 무대가 열린다

인스타그램 @univ20에서 4/18(목)까지 초대 EVENT 진행!

 

‘내가 만드는 해치’ 콘텐츠 공모

총 상금 1,740만원, 4월 24일까지 접수!

 

졸업작품에 2,300시간을 쏟은 동국대생

“완벽하게 끝낼 게 아니라면 시작도 안 했어요”

 

최대 240만 원, 서울시 청년 월세 지원해드립니다

지금 바로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지원하자!

 

코딩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고?

코딩부터 면접까지 취업 올케어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창작 취준생을 위한 비대면 무료 교육

총 150명 선발

 

❛지구 반대편에서 할머니의 집밥을 기록합니다❜ 미뇨끼 인터뷰

대한민국에서 우리집 이탈리아의 따뜻한 요리 영상을 만드는 미뇨끼 이야기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취준생을 위한 무료 교육 설명회

문화 예술 기획, 창작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

 

1등 500만 원? 놓치면 후회하는 콘테스트

상금 규모에 취하는 '진로 두꺼비 스타일링 콘테스트'

 

국정 교과서가 왜 나쁜 걸까?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