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버스로 서울 여행을 갈 건데, 같이 갈래?”

K는 선뜻 그러겠다고 답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K와 나는 친한 사이는 아니다. 다만 간간히 SNS에 올라오는 K의 글을 읽으며 감성이 나와 닮았구나,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친구였다.

 

일요일 11시, 시청역 8번 출구에서 K를 만났다. 간단하게 안부 인사를 하고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데 어색함이 감돌았다. ‘밥이나 먹을걸 괜히 버스 여행을 하자고 그랬나’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남산공원 정류장 가는 길

 

버스 안은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차 있었다. K와 나는 앞뒤로 앉았다. 오늘의 버스인 402번은 남산을 돌아서 강남으로 가는 버스로, 남산타워와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다. 굳이 버스에서 내리지 않아도 수줍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으니 이득이다. “아직 가을이네” “예쁘다”같은 말을 주고받으며 창밖을 보는 K의 옆얼굴은 미소짓고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성여고가 있는 해방촌은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맞은편의 경리단길보다는 상업화가 덜 진행됐으면서도 맛집과 공방,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주택들 사이에서 시치미를 떼며 숨어 있는 오래된 동네. 정작 주민들은 이 시골에 왜 찾아 오냐며 고개를 흔드는 동네.

 

점심으로 <더 백 푸드트럭>에서 쿠바 샌드위치를 먹었다. 옥상에 올라가면 후암동과 해방촌, 남산타워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현대화되기 이전과 이후의 서울 풍경이 뒤섞여 있었다.

 

 

 

<더백푸드트럭>의 옥상 풍경

 

주 3일(금~일요일)만 여는 여행 소품 가게가 있다 하여 지도를 보며 찾아갔다. <코코넛 레코즈>(클릭하면 지도가!)는 주인 부부가 장난감, 편지지, 문구류, 오래된 책과 음반 등 여행을 다니며 모은 소품들을 파는 곳이다. 나는 프랑스의 국민 샤워젤과 훌라춤을 추는 여인이 그려진 노트를 샀다. 주인 언니가 수줍은 목소리로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K는 가게를 나오며 “솔직히 나는 이런 걸 왜 사는지 모르겠어.”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의외였다. 취향이 나와 비슷해서 당연하게 좋아할 줄 알았다. 아직 K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코넛 레코즈

 

해방촌의 골목은 비탈이 심했다. 우리는 자주 멈춰 섰다. 나는 골목 사진을 찍는 K를 기다렸고 K는 높은 신발을 신고 온 나에게 보폭을 맞췄다. 처음에 몇 번 미안하다 하더니 곧 우리는 그 패턴에 익숙해졌다. K가 자주 멈춰 서던 낡은 골목 풍경은 ‘핫한 동네’ 해방촌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이었다. ‘예쁘다’, ‘너무 좋다’라는 말이 자꾸 튀어나왔다. 내렸던 정류장으로 돌아갈 땐 이 동네에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해방촌오거리

 

여기도 가 보자!

+ 런드리 프로젝트 갓 건조한 빨래처럼 하얀 카페 안에 공용 코인 세탁기가 놓여 있는 곳. 단기로 사는 외국인이 많은 동네 특성에 착안해, 세탁물을 기다리면서 커피도 마시고 동네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치읓 책, 차, 꽃, 친구, 천천히 등 자음 ‘ㅊ’이 담긴 예술을 다루는 일상 예술 복합 공간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K와 나의 공통점은 감성적인 음악과 인디밴드를 좋아한다는 것.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에서 만든 문화공간으로 DJ가 선곡한 음악과 희귀 음반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카드 소지자만 들어갈 수 있다.

 

포크밴드 <버킷리스트>

 

야외 상설무대에서는 매일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버킷리스트’라는 어쿠스틱 남성 듀오. 우리 둘만이 유일한 관객이었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를 불러달라고 했더니 정말 신청곡을 불러줬다. K와 나는 노래방에 온 것 마냥 열심히 따라 불렀다. 박수도 잊지 않았다.

 

 

양재역에는 서울 3대 통닭이라는 ‘양재닭집’이 있다. 휴무 일이 아닌데도 문이 닫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옆 골목의 유명한 족발집 ‘영동족발’로 향했다.

 

함께 여행을 할 때 좋은 점이 더 있다면, 수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 족발 세트를 시키니 수북한 족발 한 접시와 순두부찌개까지 한 상이 나온다. 혼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메뉴다. 맥주를 부딪히며 연애 근황부터 좋아하는 작가 예찬까지 두서없이 또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 말투는 어느새 가벼워져 있었다.

 

@영동족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을 때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함께 본 버스킹 공연은 별 것 없었지만 신선했고 파니니는 맛있다고 말할수록 더 맛있게 느껴졌다. 여전히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번 여행에서는 조금 외로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를 내서 얼른 말을 걸어보자. “더 추워지기 전에 버스 여행 같이 갈래?”

 

오늘 여행의 기념품들

 

참고도서 │버스로 서울여행

자문 │ 생각버스 프로젝트 이혜림

생각버스란? ‘버스를 새롭게 바라보기‘ 프로젝트로 버스 노선별로 얽힌 이야기, 가볼만한 곳을 잡지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Photographer_윤정욱 cherryli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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