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게 사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세상 인 것 같다.

옳게 사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세상 인 것 같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발을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송곳>에 나오는 대사다. <송곳>을 보다가 나는 내가 싫어졌다. 태초부터 세상은 평등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은 수저에 비유되고, 소위 어떤 수저를 무느냐에 따라 출발선부터 다르다. 대외활동이며 어학연수, 배낭여행까지. 나도 모두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학업과 파트타임을 병행해야 하는, 친구들한테 밥 얻어먹기 일쑤인, 조금은 넉넉지 못한 대학생이다. 게다가 취업 시장에선 ‘문송’해야 하는 사람이라, 휴학 기간에는 필사적으로 인턴 자리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내 형편이 최악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누군가에겐 이정도의 삶조차 간절할 테니까. 다만 이 불평 등과 불균형은 온전한 내 행동의 결과가 아니다. 나는 분노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스무 해를 조금 더 넘어가도록 내가 경험한 세상은 나 하나 분노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결국 나는 끊임없이 제자리에서 소심하게 분노하는 개인일 뿐이었다.

 

어린 나이에는 누구나 서슬 퍼런 송곳을 지닌다. 배운대로 혹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대로. 하지만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을 경험하고, 송곳은 두 가지 상황에 놓인다. 마음속 송곳이 무뎌지거나 아니면 날카로운 송곳을 감싼 껍데기가 두꺼워지거나. 둘의 차이는 체념하고 순응하느냐 아니면 꾸준히 분노하면서 순응하느냐의 차이다. 송곳이 무뎌진 사람은 세상과 타협하는 과정을 마친 사람이다. 불만이 있어도 ‘세상사가 다 그렇지’라며 합리화한다. 이미 합리화가 자리 잡고 있으니 분노할 일도, 부정에 저항할 일도 없다.

 

후자는 다르다. 옳지 않은 상황에 분노한다. 하지만 그저 분노할 뿐. 분노로 날카로워진 송곳을, 거죽처럼 두꺼워진 껍데기가 감싼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소심하게 분노한다. 마음은 늘 괴롭다. 세상은 청년들을 3포세대나 7포 세대라 부르는데, 나는 이에 외롭게 분노한다. SNS나 블로그에 내 생각을 끄적이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푸념하는 딱 그만큼만.

 

나는 위에 언급한 유형 중 후자다. 나이가 먹어가고 현실이 눈에 들어올수록 내 마음속의 송곳은 더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송곳을 감싼 껍데기도 꼭 그만큼 두껍고 질겨졌다. 불합리를 보면서, 마음으로는 잘못됐다고 외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잠깐 투덜거리곤 이내 그 불합리에 굴복한다.

 

드라마 <송곳>의 이수인은 송곳 같은 사람이다. 옳지 않은 일에 옳지 않다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나는 그가 자랑스러웠던 동시에, 안타깝고 걱정스러웠다. 나는 현실에서는 끝내 송곳 같은 인간이 되지 못했(않았)다는 사실에 분한 마음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에선 그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 내가 싫었다.

 

드라마에서 이수인은 자신에게 모든 곳에서 누군가의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직장 동료들은 그에게 “나이 먹고 순수한 건 범죄”라고 한다. 내가 이수인이 된다면 분명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내 모습에 안도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애써 내 비겁함을 포장하기엔 소화되지 못한 응어리처럼 가슴이 뻐근한 죄책감이 너무 크다.

 

옳게 사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세상인 것 같다. ‘옳으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옳은 걸 옳다고 말하는 것보다 그른 걸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입을 다물어야 되는 세상이다.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현실을 송곳처럼 뚫어야만 한다는 게 퍽 불편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옳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 <송곳>의 이수인이 세상의 불합리에 저항하듯, 영화 <베테랑>의 서도철이 권력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정의를 행하듯 미디어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옳음은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정답을 모르겠다. 분노할 줄 알지만 실천은 망설여진다. 그렇게 다음 주에도 나는 불편한 마음으로 <송곳>을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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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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