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주원
– 배우 주원 인터뷰

‘대체 불가능’, ‘흥행 보장’, ‘주원불패’, ‘무결점 배우’…. 어떤 배우라도 듣고 싶을 황홀한 말들. 29살 배우 주원에게 꼭 따라붙는 말이기도 하다. 맞다. 그는 쉬지 않는다. 드라마와 뮤지컬을 흥행시킨다. 스캔들과 나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아니다. 주원은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없는 남자다.

 

배우 주원

배우 주원

 

 

# 천 개의 감정

이번 영화 <그놈이다>에선 액션 신이 많던데요. 촬영하면서 고생스러운 부분은 없었어요?

편한 점과 힘든 점이 동시에 있었어요. 상대와 합을 맞춰야 하는 액션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죠. 하지만 감정이 담긴 액션이 많아서 힘 조절이 쉽지 않았어요. 하나뿐인 여동생은 살해당했고, 장우(주원 분) 혼자 외롭게 범인을 쫓는 상황이었죠. 특히 영화 초반부에서 동생이 죽잖아요. 슬픈 감정을 영화 끝까지 갖고 가야 했는데요. 어느 부분에서 감정을 폭발해야 할지를 놓고, 감독님과 촬영 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게 도움이 됐어요.

 

스릴러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출연을 결정한 계기가 궁금해요.

<그놈이다>의 장우는 제게 필요한 캐릭터였어요. 예전부터 막연히 ‘29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영화에서도 제 이미지가 필요했고요. 감독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거친 느낌의 배우보다는, 유약하면서도 모범생 이미지의 배우가 장우의 옷을 입는다면 관객들이 더 응원하지 않을까?” 약한 사람이 처절하게 애를 쓰고 무리한다는 모습이 반가웠어요. 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영화는 동생을 해친 ‘그놈’을 찾는 과정이에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그놈이 누구인지 알아맞혔어요?

네.(웃음)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보실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에선 범인이 누구인 게 중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동생을 위해 복수하는 과정이 중요한 영화였죠.

 

영화 중반, 용의자 민약국(유해진 분)에게 살의를 느끼며 유치장 안에서 오열했죠. 촬영할 당시엔 OK 사인이 떨어지고도 한 시간 넘게 울었다고 하던데요. 주원씨에겐 실제로 여동생이 있나요?

제게 여동생은 없어요. 하지만 여동생 로망은 늘 있었죠. 친구들 보면 여동생이랑 원수처럼 지내던데, 전 어릴 때부터 여동생이 갖고 싶었어요. 예쁠 것 같고, 날 좋아해줄 것 같고, 나도 여동생을 잘 챙겨줄 것 같고…. 그리고 오열에 관해선, 한 시간은 과장된 이야기 같고,(웃음) 40분 정도 울었어요.

 

실제론 여동생이 없지만, 여동생을 잃는 연기를 해야 했으니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유치장에서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땐 어떤 감정으로 임했어요?

촬영 전엔 막막하기도 했어요. 영화에서 장우가 가장 폭발해야 하는 신이었거든요. 제 감정을 제어하지 않으려고 했죠. ‘내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 또는 ‘개 목줄을 풀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했고요. 장우는 민약국을 범인으로 의심해요. 범인의 신발을 발견하면서 의심은 더 커졌고, 고개를 까딱이는 남자를 봤을 땐 확신했죠. 하지만 증거나 단서는 없었으니 양치기소년 취급을 당할 수밖에요. 그런 상황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유치장에 갇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범인은 창살 밖에, 피해자는 감옥에 있죠. 상상도 안 될 만큼 감정이 커졌어요. 촬영 하면서 ‘죽여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민약국에게 달려들었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안정이 안 돼서 계속 울었어요. 장우가 범인을 잡기 위해 무리했던 건지, 아니면 내(주원)가 힘든 게 터졌던 건지. 처음으로 ‘내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 싶었어요.

 

주원씨는 이 영화에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어요. 이번엔 로맨스가 없어서 좋았다고도 하셨고요. 그렇다면 주원씨가 생각하는 ‘남자다움’은 무엇인가요?

하나로 정의할 순 없어요. 여러 모습의 남자가 있죠. 거친 남자가 있는 반면, 외로움이 느껴지는 남자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 남자이고, 남자다운 사람이에요. 이번 영화에선 지금까지 제가 보여주지 못했던 남자를 보여주려고 했고요. 무뚝뚝하지만 동생을 향한 사랑이 큰 남자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영화〈그놈이다〉에서 무뚝뚝하지만 동생을 향한 사랑이 큰 남자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영화〈그놈이다〉에서 무뚝뚝하지만 동생을 향한 사랑이 큰 남자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 천 개의 표정

주원씨는 스스로 ‘변화를 원하는 배우’라고 했어요. 고정된 이미지를 깨기 위해 연기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어요?

제가 걸어온 길이란 게 남들 눈엔 똑같을지도 몰라요. 저는 계속 배역에서 변화를 줬어요. 많은 사람들이 거절하거나 두려워하는 작품을 택하기도 했고요. 예를 들어 드라마 <굿닥터>가 그런 작품이었죠. 20대가 연기할까? 자폐증 연기를? 그렇다면 누가? 실제로 <굿닥터>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전 대본을 읽자마자 ‘이건 무조건 내가 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출연을 확정하고 작품을 정하고 난 뒤에야 두려움이 생겨났죠. ‘자폐증을 앓는 이를 잘못 표현하면 큰일 나겠다’, ‘호감이 가도록 표현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감수하고 싶은 불안함이었어요.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주원씨의 지난 인터뷰들을 봤는데요. “아이처럼 살고 싶다”는 답변을 봤어요. 상남자가 되고 싶다는 말과, 아이가 되고 싶다는 말은 일견 모순되는 말처럼 들려요.

사생활에서 아이처럼 살고 싶다는 뜻이었어요. 제겐 단순하면서도 아이 같은 부분이 많거든요. “사탕 주세요, 안 주면 으앙” 울어버리는 거죠.(웃음) 이런 성격이 없다면 힘들 거예요. 아이 같아지겠다는 건 생각을 덜 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전 평소에 생각과 고민이 많은 편이에요. 그러니 천진난만하게 작업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낙관적인 모습만은 잃고 싶지 않아요.

 

주원씨는 지금껏 다작을 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어요. 작품 수에도 변화가 생길 예정인가요? 아니면 앞으로도 다작을 할 건가요?

네. 놀아서 뭐해, 밭 갈지. 그리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웃음) 대본은 계속 들어오고, 좋은 거 보면 꼭 하고 싶어요. 물론 지금은 생각이 약간 바뀌어서, 몸과 마음 면에서 휴식이 필요하다 싶은데요. 한편으로는 쉬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요.

 

"천진난만하게 작업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낙관적인 모습만은 잃고 싶지 않아요."

“천진난만하게 작업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낙관적인 모습만은 잃고 싶지 않아요.”

 

‘주원불패’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승승장구 하고 있어요. 주원씨는 잘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땐 이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불안한 마음이 드나요? 아니면 동기부여를 받나요?

저는 단순해요. 동기부여가 돼요.(웃음) 잘한다고 칭찬 받으면 더 잘하고요. 못 한다는 말 들으면 땅끝까지 내려가요. 칭찬을 받아야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팬클럽에 자주 들어가요. 팬들은 칭찬을 자주 해주고 용기를 주니까요.(웃음) 악플은 전혀 읽지 않아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칭찬 받을 때 훨훨 날아다녀요.

 

촬영 현장에 지각 한 번 한 적 없고, 스캔들 없고, 술·담배 안 하고, 유흥을 멀리하고…. 사람들은 주원씨를 ‘무결점 배우’라고 불러요. 이 말에 동의하세요?

누가 그래요?(소곤소곤) 잘못 보고 계신 것 같은데(웃음). 결점이 없는 건 말도 안 돼요. 욕심도, 부족한 점도 모두 있는 사람이에요. 그렇게 봐주시는 이유는 제가 표현을 많이 안 하기 때문 아닐까요. 말을 많이 안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주원씨는 성공을 보장하는 배우예요. 하지만 영화 부분에선 결과가 미진했다는 아쉬움은 없었어요?

영화로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아쉬움이 있었죠. 내심 생각도 했고요. ‘드라마랑 영화를 똑같이 고르는데, 결과는 왜 다르게 나오지?’ 특히 영화 <패션왕> 블라인드 시사회 땐 평점이 만점에 가깝게 나왔대요. 그땐 속으로 ‘내 판단이 옳았어!’를 외쳤었는데.(눈물) 그리고 팬들이 제게 작품 보는 눈이 없다고 해도 이번엔 잘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결국은.(웃음) 그런 상황에서 선배들 조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앞으로도 더 할 건데 뭘 그래?”, “쪽박 찰 수도 있고 진짜 잘 될 수도 있고.” “기다려봐. 잘 될 거야.”라고.

 

주원씨는 칭찬 받는 걸 좋아한다고 했죠. 대중의 사랑과 인정을 원하고요. 하지만 연기나 작품 고르는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아요. 원칙을 따르는 쪽인가요? 대중의 시선을 따르나요?

제 원칙대로 행동할 때 칭찬 받기를 원해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제 팬들은 ‘멋진’ 주원보다 ‘연기자’ 주원을 더 좋아해줄 거라고요. 원칙적으로 밀고 나가도, 잘 해내면 좋아해주세요. 잘 해낼 때 칭찬 받으면 정말 좋죠.

 

"저는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보고 싶어요"

“저는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맡길 원해요?

할리우드 배우들 보며 부러웠어요.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은 갑자기 <아메리칸 사이코>로 변해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에이즈 환자는 <인터스텔라>의 우주비행사가 되죠. <사도>의 송강호선배도 작품마다 변신해요.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게 돼요. 하지만 우리는 배우를 하나의 색깔로 정의 내려요. “멜로 연기를 잘하겠다” 아니면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제 직업은 아니에요. 여러 인물을 공감 가도록 표현하는 게 저의 직업이죠.

 

앞으로 주원씨를 캐스팅하려면, 달달한 로맨스 시나리오로는 안 되겠네요.

에이~ 너무 극단적이다.(웃음) 제가 한번은 방송에서 “배 나온 여자가 좋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배가 꼭 나와야만 좋아하는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아니에요.(웃음) 배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얘기지요. 배역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망가지고 싶다고 해서 망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누군가는 잘생기고 멋진 연기를 해야 하고, 제 나이 또래의 배우들에게 그 역할이 돌아오지요. 저는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보고 싶어요.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Photographer 박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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