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소설, 『총, 균, 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토지』, 『코스모스』, 『삼국유사』. 넌 이제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게 된다.

 

 

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쪽만 읽어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무려 600 페이지 가량의 책 3권 분량을 자랑한다(출판사 ‘민음사’ 기준).  초장부터 기를 죽이는 이 덩치를 정복하기 위해 나는 도끼가 아닌 채칼을 꺼내 들었다.

책의 20쪽마다 포스트잇을 하나씩 붙인 것. ‘하루에 딱 20쪽씩만 읽자! 아무리 난해해도 20쪽은 읽을 수 있겠지.’ 약삭빠른 풋내기 독자는 그렇게 135년이나 묵은 조상 뻘 장편 소설을 슬금슬금 채 썰어 읽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소설은 초입부터 만만치 않았다. 평균 14글자를 자랑하는 러시아 이름들, 그에 따르는 네다섯 개의 애칭, 공감하기 어려운 1860년대의 러시아 봉건사회.

그렇게 나는 화장실이 급한 고속도로의 운전자처럼, 휴게소를 갈망하듯 다음 포스트잇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읽어 내려갔다. 책에 붙인 포스트잇은, 내가 진정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장치였던 셈이다.

 

 

* 이 방법으로 읽고 싶은 책

 

『오만과 편견』 – 역시 소설은 치정극이지! 중요한 순간에 포스트잇이 붙어있으면, 떼어 내버리고 마저 달리고 싶어질 거다.

 

 

2. 인물 관계도를 그려라!

 

분량이 방대해서 ‘대하소설’이라고 했다. 책이 두꺼운 만큼, 이야기의 스케일이 큰 만큼 나오는 인물도 많다. 그럴 때 쓰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흰 종이와 펜. 방법은 간단하다. 제일 처음 나오는 사람을 시작으로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마다 화살표와 짧은 메모로 관계를 표시한다.

이렇게 하니 등장인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분명 앞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정확히 누군지 모르겠는 불상사가 생겨도 문제없다. 인물 관계도를 들춰보면 다 나오니까.

『토지』는 그 위엄답게, 1권도 채 끝나기 전에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전지에 그렸어야 했나….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다. 600명이 나와도 너흰 내 손 안에 있어! 찝찝한 기분에 휩싸여 책 앞부분을 뒤적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계도를 그리는 것 자체도 재미가 쏠쏠하다. 정신 차리면 색색 펜에 형광펜까지 동원하는 널 발견할걸?

 

 

* 이 방법으로 읽고 싶은 책

 

『혼불』 – 일제강점기에 각자의 신념으로 생을 불태웠던 인물들의 이야기. 10권이나 되는 긴 이야기에 인물 관계도가 함께한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듯.

 

 

3.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


『삼국유사』를 펼쳤다. 장장 2천년을 아우르는 우리 역사의 무게감에 책을 덮고 싶어졌다. 충동을 억누르고 책을 슥슥 넘기며 가장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보았다. 익숙한 이름인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다시 읽은 연오와 세오녀의 이야기는 논리적 허점 투성이였다. 하지만 책을 처음부터 꼼꼼히 읽으면서 원인과 결과를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 800년 경 역신에게 아내를 빼앗긴 처용의 시에 안타까워하다가도, 1분 뒤 654년 왕위에 오른 김춘추의 속도위반 결혼 소식을 읽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모든 정보를 흡수하기 위해 첫 장부터 차근차근 책을 읽어나갔다면 지루해서 금방 나가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관심 있는 부분부터 책을 앞뒤로 넘겨가며 읽다보니, 나만의 새로운 삼국유사가 쓰여졌다. 시공간적 흐름이 논리적이진 않더라도, 내 상상력으로 튼튼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무척이나 짜릿했다.

 

 

* 이 방법으로 읽고 싶은 책

 

『일리야드』 –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가 지은 최고(古) 서사시. 현대극에도 종종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이 배경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 트로이 전쟁!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뒤적일 이유는 충분해.

 

 

4. 내가 이렇게 잘 읽고 다닌다고 자랑해라!

 

그 이름도 난해한 총, 균, 쇠. 생김새도 내용도 딱딱해 보여 섣불리 도전했다간 금방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SNS에 그날그날의 독서노트를 남긴다면 어떨까? 기록을 남기기도 쉽고, 지적 허세도 뽐낼 수 있고, 무엇보다 ‘매일 올리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읽게 되리라.

첫 날. 표지 사진과 함께 야심차게 ‘#북스타그램’ 을 선언했다. 몇몇 지인은 ‘왜…?’라며 물었지만 간간히 보이는 ‘궁금하다!’ ‘올려줘!’같은 반응에 힘을 냈다.

둘째 날 바로 문제가 생겼다. 어영부영 하루는 끝나 가는데, 읽은 것은 고작 프롤로그.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인상 깊은 구절과 생각을 짤막하게 올렸다. ‘하핫! 어떻게 읽어야 할지 방향은 알 것 같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나의 생각을 얹어 주변과 소통하는 명작 읽기, 꽤 매력적이지 않은가. 친구들이 ‘너 좀 멋진 듯’ 한마디 얹어 주는 건 덤.

 

 

* 이 방법으로 읽고 싶은 책

 

『논어』 – 이름은 수없이 들었지만 내용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주옥같은 공자의 가르침을 공유하다 보면 어느새 나와 친구들의 마음 모두 정화돼 있을 것만 같다…☆

 

 

5. 글자만 읽지 말고 영상을 보라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순간, 엄청난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그토록 ‘무겁게’ 내 품으로 들어왔다. 문제는 신나게 우주를 찬미하는 저자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나 자신이었다. 내 의식은 영화 <그래비티>처럼 암흑 속을 둥둥 떠다녔다. 결국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겨놓은 다큐멘터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코스모스>는 총 13부작, 방학 때 밤을 새며 봤던 영국드라마의 한 시즌 전체와 맞먹는 양이다. 영상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많은 것들이 달리 보였다. 과학은 복잡한 수식과 딱딱한 이론으로 가득할 거라는 편견과 달랐다. 분자의 분열로부터 시작된 대서사를 되짚어가며 애정과 열의를 쏟아 우주를 이해하는 여정은 인문학을 닮아있었다. 고된 탐험 끝에 나는 ‘우리는 물질과 에너지의 멋진 상호변환이 낳은 가장 눈부신 결과물이야’라며 지적인 매력을 뽐낼 수 있게 됐다.

 

 

* 이 방법으로 읽고 싶은 책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 – 기원전 2625년경 이집트에서부터 현재까지 많은 죽음을 불러온 암에 맞선 인류의 사투를 다룬 책. 전문의학용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의학 관련 영상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꼬, 꼭 ‘의드’를 보려고 이러는 건 아냐!

 

 

Reporter 공태웅 김송미 김유진 배대원 임현경

Illustator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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