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스물 하나

20대는 세상을 보는 눈과, 자아에 대한 생각이 한 해가 다르게 급격히 변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앞세우는 ‘오스트랄로 신입쿠스’에서, ‘호모고학년스’로 진화하며 당당함을 배운다.

그러다 허리를 조금 피고 다닐라치면 어느새 ‘호모 취업쿠스 취업쿠스’로 진화해 다시금 컴퓨터 앞에서 오랜 세월을 허비해야 한다.

 

이 진화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다를까. 분명한 건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모두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연애

사랑을 찾아 캠퍼스 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대학 입학과 동시에 우리의 연애는 시작된다. 20대 초반의 어수룩한 연애든, 죽고 못 사는 연애든 모두 우리를 변화시키는 데 좋은 양분이 된다.

연애를 하며 천국의 문과 요단강을 왕복해본 후엔 감정을 다루는 데 좀 더 능숙해 지기도 한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흑연애사’도 우리가 성숙해지는 데 기여한 셈이다.

 

 

인간관계

반 친구와 선생님이 인맥의 전부였던 시절에서 벗어나, 대학생이 되면 오만 가지의 인간 군상을 경험할 수 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쏙쏙 흡수하는 스무 살엔 누굴 만나는지에 따라 크게 변한다.

함께 어울리는 동기에 따라 성향이 변하기도 하고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신 선배를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때론 초특급 X신을 목격하며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외활동

1학년 때 멋모르고 들었던 동아리, 우연찮게 시작하게 됐던 대외활동이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되었다. 학교만 다녔다면 20살, 21살이 이렇게 재밌는 시간이라는 것도 아마 몰랐을 거다.

지금은 스펙을 위한 공모전과 비즈니스 동아리에 열을 올리지만, 하고 싶은 것들에 순수하게 매달렸던 그때의 내가 그립다.

 

 

술 마시러 학교 가고, 한 달 중 31일 동안 술 마셨던 때가 있었지. 막걸리에 소맥 마시다가 변기를 붙잡고 잠이 들곤 했던 새내기 시절의 나에게 쓰는 편지.

“네 덕분에 술이라면 질색을 하고 이제는 맥주 한 병을 마셔도 숙취가 생길 것만 같지만, 그래도 덕분에, 이불킥의 추억에 웃을 수 있다. 주사는 좀 고치자.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건 좀 아니잖아.”

 

 

군대

군대로의 강제 유배는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많은 복학생들이 군대에서 삶의 의욕과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풀충전’해 온다.

세상 모든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근자감도 폭발한다. 하지만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군대버프는 약 6개월 동안만 효력이 지속된다고.

 

 

자취

대학 입학과 자취가 만나면? 스무 살 이전엔 듣도 보도 못한 자유를 ‘득템’하게 된다. 처음엔 자유로운 캠퍼스 라이프를 만끽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몸에 술과 지방과 MSG가 쌓이는 것을 느끼면 슬슬 집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불 꺼진 원룸은 또 왜 이리 쓸쓸해 보이는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껴지는 걸 보니 드디어 철이 든 건가.

 

 

돈에 웃고 돈에 울었던 나의 새내기 시절이여. 돈 한 푼에 스러져 갔던 나의 찬란한 스무 살이여.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 같았는데, 아무리 벌어서 갖고 싶은 걸 사도 행복한 건 잠시뿐이더라.

알바를 안 해도 떵떵거리는 네가 부러웠는데, 그런 너보다 내가 좀 더 멋지더라. 이제는 돈 없이도 행복한 법을 알았다, 고 믿고 싶다. – 어느 흙수저 –

 

 

취업

취준생의 감정 변화. 첫 번째, 후회.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엎어져 잠만 자던 수업들이 후회된다. 두 번째, 불안. 이러다 밥 벌어먹고 못 살 것 같다. 세 번째, 체념. 취업이라는 넘사벽에 좌절하고 체념한다.

그 때마다 1, 2학년 때의 뭣 모르던 내가 원망스럽더라도 미워하진 말자.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친구들과 똑같은 추억을 만들 것이기에!

 

Editor 이민석 min@univ.me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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