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맞아주면 때리는 사람이 창피하겠지. 초라해 보일 거 아냐.

대충 맞아주면 때리는 사람이 창피하겠지. 초라해 보일 거 아냐.

 

어떤 순간, 직감한다. ‘무른 사람 레이더’에 걸려들고 말았다는 걸. 기가 세 보이지 않으니 조심성 따위 내려둔 채 무례하게 굴기 시작한다든가, 짜증의 방향이 엉뚱하게 내게로 튄다든가. 그건 내가 만만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만만하니 함부로 할 것이라는 선언이다.

 

마음 같아선 그런 인간들의 목젖을 쳐주고 싶다. 다시는 얕보지 못하도록 칼 같은 말을 꽂아 넣고 싶다. 하지만 ‘센캐’도, ‘빙썅’도 안 되는 사람에겐 남을 공격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다. 한 번도 휘둘러본 적 없으니 내 주먹이 얼마나 센지 확신할 수 없고, 물주먹이라면 오히려 더 우스워지는 게 아닐까 겁도 나고, 주먹을 내지르는 행위 자체가 좀 거북하다.

 

한번 두번 마음 상하는 일을 겪고 나자 사람들에게 만만해 보이는 자신이 싫어졌다. 눈에 힘을 주고 말을 안 하면 세 보일까, 고민했다. 하지만 험악한 표정을 지어도 “졸려?”란 소리를 듣고, 차가운 말을 할라 치면 심장이 벌렁거리는 이 육신을 버리지 않는 한 나는 본질적으로 변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찾아 나서기로 했다. ‘무른 사람’으로 잘 살아남는 법을.

 

내게 생존법의 실마리를 알려준 건 한 소년이었다. 태권도부 형들의 셔틀 노릇을 하느라 학교 생활이 고달픈 명성이. 어느 날, 태권도부에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하는데 유약한 외모와 달리 덩치 큰 고학년들의 공격을 가뿐히 피하는 것 아닌가. 명성은 그를 찾아가 부탁한다. “저, 안 맞게 좀 해주세요.” 그때부터 두 사람의 극기 훈련이 시작된다.

 

핵심은 적의 주먹이 어디로 날아올지 읽어내는 것. 잘 때리는 것 말고 ‘잘 피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늘 몸을 웅크리고 발길질을 받아들이기만 했던 명성은, 위협하는 형들 앞에 당당하게 서 대부분의 주먹질을 피해낸다. 혼이 쏙 빠진 무리를 넘어뜨려 타격을 주는 것도 성공! 물론 결국엔 붙잡힌 채 신나게 얻어맞았지만, 명성의 눈엔 전에 없던 자신감이 떠오른다. 자신에게 맞는 생존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충고한다. 피하면 바보 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적극적으로 피해 볼 생각이다. 짜증 나는 말을 할 것 같으면 선수를 쳐 화제를 돌려버리고, 무례하게 굴라치면 웃어버리는 거다. 상처 줄 틈을 노리면 내가 먼저 상처를 드러내면 그만이다.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슥 피해버리는 게, 공격하는 사람을 가장 당황스럽게 만드는 법이니까. 그러려면 명성이처럼 상대를 제대로 응시하고 서 있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주먹의 방향을 읽을 수 있고, 그제야 비로소 피할 수 있다. 상대의 나쁜 태도에, 날 만만하게 보는 자체에 상처받아 눈을 꾹 감고 웅크려버리면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피하는 것은 수동적인 행동이 아니다. 나를 움직여 내 마음이 다치지 않는 곳으로 가겠다는 뜻이다. 이것이야말로 무른 사람 레이더에 걸려도 무섭지 않은, ‘무름’ 고수의 전략 아닐까.

 

 

Editor 김슬 dew@univ.me


선자야 기다렸데이

파친코 시즌2 지금 Apple TV+ 에서 만나보세요


아직도 망설인다고? 나 이제 후불인데?

서울시, 후불 기후동행카드 출시!

 

표지모델!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24 고다은

"10년 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후 다시 인터뷰하고 싶어요"

 

교수님께 간택당한 공대생은 고개를 드세요

너무 유능해서 교수님께 팥차받은 당신!

 

한국을 대표할 청년 무용수를 이끈 힘

안무가 권혁, 임선영 인터뷰

 

숙명여대에서는 교수님이 ASMR을 합니다

절대로 졸지 말고 들어주세요?

 

10시간 동안 김밥 만 썰 푼다

김밥축제 참전한 김천대학교 부스 인터뷰

 

‘무름’ 고수의 필살기. 드라마〈태권, 도를 아십니까〉

 

‘무름’ 고수의 필살기. 드라마〈태권, 도를 아십니까〉

 

‘무름’ 고수의 필살기. 드라마〈태권, 도를 아십니까〉

 

‘무름’ 고수의 필살기. 드라마〈태권, 도를 아십니까〉

 
시리즈 로즈뷰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친절하고 정직한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