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작가

조승연 작가

나는 잘났다, 왜냐하면 잘났기 때문이다

– 작가 조승연.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딴생각을 하게 된다. 저러다 큰 코 다치지, 저렇게 까불다 다 잃고 엉엉 울지. 걱정인지 저주인지 모를 마음을 되뇌다보면 얄미운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유난히 바쁜 20대를 보낸 작가 조승연은 토크쇼에 나와서도 자기 자랑하느라 바쁘다. <라디오스타> MC들도 말하지 않았던가. “기-승-전-자기 얘기”라고. 그런데 이상하게 이 사람은 밉지 않다. 잘난 척하는데 왜 귀엽지? 모든 얘기가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데 왜 계속 듣고 싶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눌수록 희미했던 답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아, 이 사람은 큰 코 다쳐봤구나, 까불다가 다 잃고 엉엉 울어봤구나.

 

"사람들은 어떻게 중학생 때부터 책 쓸 생각을 했느냐고 놀라지만 늘 해오던 거였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중학생 때부터 책 쓸 생각을 했느냐고 놀라지만 늘 해오던 거였어요.”

다시는 동네형을 무시 하지마라 . . .

TV로 볼 때도 그랬지만, 실제로 뵈니 또렷한 발성이나 깔끔한 외모 때문에 방송을 많이 하신 분 같아요. 아나운서였던 어머님의 영향이겠죠?

어릴 때부터 코칭을 받았어요. 혼자 책 읽고 있으면 소리내 읽어보라고 하시고, 마음에 안 들면 교정해주시고. 가족들이 집에서는 TV를 거의 안 봤어요. 하루 종일 방송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셨으니 집에 와서라도 다 잊고 쉬고 싶으신 거죠. 대신 언어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외할아버지께서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꿈을 못이룬 케이스였거든요. 그래서 문학 집안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집에서 형이랑 단편소설을 5개씩 써서 같이 읽고 그랬으니까. 사람들은 어떻게 중학생 때부터 책 쓸 생각을 했느냐고 놀라지만 늘 해오던 거였어요.

 

말만 똑 부러지게 하는 게 아니라 멘탈도 강해 보여요.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MC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으시던데요?

운 좋게도 어려서부터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전 정말 막 살았거든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건 골라서 했죠. 그랬는데도 지금 별 탈 없이 살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확신이 생겼어요. ‘남의 말 안 들어도 내 중심만 있으면 괜찮네?’ 옛날에 바이킹이나 인디언은 10대 후반만 되면 바다에 내보내고 곰 사냥을 시켰대요. 그런 모험을 하면서 배우는 건데 지금은, 특히 한국에서는 모험의 기회가 안 주어지잖아요. 내가 직접 경험으로 배운 건, 남이 쉽게 흔들 수가 없어요. 방송에서 일부러라도 좀 보여주고싶었어요. 난 20대를 이렇게 막 살았는데, 그 결과로 지금누구와 얘길 해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많은 일을 겪은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셨잖아요. 그 중에 특별히 많은 걸 배운 사람이 있나요?

취미가 많다보니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하는데, 어느 동아리에나 ‘큰형님’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사이클 선수를 꿈꿨지만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취미로만 사이클을 타는. 그런 형들의 인생철학이 아주 아름다워요. 사이클로 산을 오르려니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데, 50대쯤 된 한 분이 그래요. “야, 중력하고는 싸우는 게 아니라 춤추는 거야.” 춤춘다는 느낌만으로 사이클이 훨씬 수월해지는 거죠. 사실 ‘스승’이라면 대부분 성공한 유명 인사들만 떠올리는데 정작 중요한 말을 해준 사람들은 그냥 동네 형, 동아리 형이에요. 들을 땐 잔소리 같아도 그 속에 현실적으로 도움 되는 얘기들이 꼭 있거든요. 열 마디 중에 나한테 꼭 맞는 한 마디만 기억해도 배우는 게 많아요.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씨가 김소정씨에게 발명품 만들라니까 다들 비웃었잖아요. 근데 그게 의외로 대박 날 수도 있다니까?(웃음)

 

그럼 『공부기술』도 공부 좀 하는 동네 형의 마음으로 쓰신 거겠네요?

그렇죠. 동네 형의 잔소리인 거죠. 책을 보고 항목 하나 하나에 매달리는 분들이 있는데, 그보단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뭔지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뭐냐면, 너를 공부에 맞추지 말고 공부를 너한테 맞추라는 거거든요. 보통 우린 옷이 크면 수선하고, 음식이 싱거우면 소금을 치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공부만은 학교와 교과서라는 틀에 억지로 자기를 맞춰요. 그러니까 하기 싫죠.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말처럼 한국 교육제도는 집중력 좋은 사람 위주로 디자인돼 있어요. 근데 난 엄청 산만하거든. 6시간 앉아 있으라면 돌아버릴 걸요? 그러니 3시간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3시간씩 나눠 하고, 나처럼 산만한 사람은 20분씩 공부해보자는 거예요. ‘20분’이라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에요."

“그런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에요.”

남과 비교하면 안돼.. 최면이 풀리니까…

『공부기술』의 성공 이후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을텐데, 무엇이 달라지던가요? 

22살에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으면, 두 가지가 달라져요. 하나는 좋은 거, 하나는 나쁜 거. 나쁜 건 겉멋이 들어요. 자기가 천재인 줄 알아. 그래서 20대의 성공이 위험해요. 성공하려면 운, 주변 사람들의 도움, 타이밍 등 많은 요소가 필요해요. 근데 그걸 모르면 ‘모든 게 잘난 내 덕분’이거든요. 평생 승승장구할 거란 믿음으로 돈도 다 써버리고, 같이 놀던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그러다 추락하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어지는 거죠. 저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책은 점점 안 팔리고, 예전에 친한 척하던 방송국 관계자는 전화도 안 받고. 반면 20대의 성공이 좋은 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거예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가 생겼으니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억지로라도 노력을 하게 돼요.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오히려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되는 거죠.

 

『공부기술』로 번 돈을 20대 때 다 써버렸잖아요.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앞뒤 안 재고 돈 써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 20대 때 7억을 탕진한 거예요.(웃음) 솔직히 7억을 다 날린 건 아니에요. 저희 집이 생각하시는 만큼 유복한 건 아니라 학자금 대출도 있었고, 빚도 있었고, 세금도 나가고, 부모님 살림살이에도 보태드리고. 실제로 수중에 들어온 건 2억 5천 정도예요. 이것도 어마어마한 돈이죠. 사실 쓸 땐 실감이 잘 안 나요. 쇼윈도로만 보던 명품을 내 카드로 결제하고, 잡지에서만 보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근데 돈을 그렇게 써 보니, 그 뒤론 쓸데없는 욕심이 안 생기더라고요. 밖에서 보면 그럴듯한데 막상 먹어보니 별 거 없거든. 그것도 20대 때니까 지금 웃으면서 얘기하지, 만약 40대때 그랬으면 어머니가 “잘 썼어” 그러셨겠어요?

 

언어도 여러 가지 배우고, 대학교도 여러 곳 다니고, 취미도 여러 가지 갖고 있는데 대체 언제 쉬어요? 부지런하게 살다보면 지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전혀 부지런하지 않아요. 상당히 게으른 스타일이에요. 늦잠도 많이 자고. 대신 쓸데없는 걸 안 하면 돼요. 보통 감정을 허비하는 데 투자하는 시간이 많잖아요? ‘야, 오랜만에 술 한잔하자’는 연락이 오면 별로 반갑지 않은 친구라도 만나러 가잖아요. 그랬다가 결국 집에 오면서 후회하고. 지하철에서는 실컷 게임하다가 내릴 때 허무해하고. 그런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에요.

 

프랑스어, 이태리어를 들으면 엄청 화려한 20대를 보낸 것 같은데, 쌀밥과 고추장으로 1년을 보내야 할 만큼 힘든 시기도 있었어요.

UP&DOWN이 굉장히 심했죠. 예전엔 맞벌이하는 부부가 많지 않아서 맞벌이를 한다는 것만으로 집안 형편이 괜찮았어요. 매달 두 배의 돈이 들어오는 거니까. 그런데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랬듯 IMF 때 완전히 거덜 났죠. 그 후에도 『공부기술』로 번 돈을 금방 다 털어먹었고. 몇번 그러고 나니까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쌀밥과 고추장만으로 사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그땐 철들기 전, 즉 내 잘난 맛에 살던 때거든요. 그래서 당시엔 이렇게 생각했어요. ‘난 가난뱅이가 아니라 보헤미안이다. 그러므로 작가로서 물질 사회를 거부했을 뿐이다.’(웃음) 뉴욕 대학엔 정말 부자들이 많거든요? 그 사람들이랑 내 처지를 비교했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겠죠. 하지만당시엔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으니까, 흰밥에 고추장을 비비면서도 떳떳했던 거예요.

 

요즘은 눈만 뜨면 서로 비교하기 바빠요.

맞아요. 그러니 ‘나는 보헤미안이다’라는 최면을 걸기가 힘들죠. SNS에 비싼 음식 사진 올리고, 여자친구랑 제주도 고급 펜션에 놀러간 거 올리고. 아, 나도 그런 거 짜증나서 보기 싫어요. 그래도 계속 올라오고, 또 보게 되거든요. 제가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어요. 아, 이 분도 동아리형이네.(웃음) 저더러 could, should, would라는 말을 하지말래요. 세상엔 do/did, don’t/didn’t만 있는 거라고.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만 있을 뿐이지, 해야 하는 일과 했어야 하는 일은 없다는 거죠. 그럼 인생이 굉장히 심플하잖아요. 요즘 대학생들도 고민이 많을 거예요. 부잣집 친구가 있으면 부러운 게 당연해요. 근데 우리 엄마 아빠는 부자가 아니야. 어쩔 건데? 그럼 둘 중에 하나죠. 나가서 돈을 벌든지 아님 계속 박탈감만 느끼든지.

 

죽기 전에 꼭 배워보고 싶은 게 있어요?

복엽기 조종이요. 복엽기는 아래위로 앞날개 두 개 달린 비행긴데요, 전쟁 영화 보면 많이 나와요. 그거 조종해서 리비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한번 지나가보고 싶어요. 예전에 생텍쥐페리가 쓴 책 『야간비행』을 읽었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예요. 파일럿 라이선스 교육 받고, 다큐멘터리 촬영팀 섭외해서 영상도 남기려고요. 두고두고 봐야 하니까. 나중에 애들한테 자랑하기 좋잖아요. 얘들아, 이거 봐봐. 이 할아버지가 지금은 지팡이 짚고 다니지만 젊었을 때는 말이야, 비행기 몰고 아프리카를 날아다녔는데….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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