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가 꼰대인가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 자기가 판단하는 대로 가르치고 그걸 따르라고 명령하는 사람. 나이와는 무관하다.
“내가 누군지 알고 그래?” 모두가 안다. 그가 한심한 꼰대라는 걸. 하지만 정작 붉으락푸르락 한 얼굴로 언성을 높이며 손가락질을 해대는 질문자만 답을 알지 못한다. 대체 그가 누군지.
그래서 늘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답을 갈구하며 존재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하고자 한다. 누군가 자신을 우러러봐 주길, 가치를 확인시켜주길,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누구인지 알 수 있기를 갈망한다. 혼자서는 오롯할 수 없기에, 그는 오늘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다.
연관 꼰대어: “내가 누군지 알고”
2)언제 꼰대가 활동하는가
: 자기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 그러다 자기 방식이 뒤처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럼에도 권력관계가 뒤집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꼰대는 과거의 영광에 매몰된 사람이다. 자신의 옛 업적을 늘 자랑삼아 떠벌리고 다닌다. 그들이 자랑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우월적 위치를 상대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왕년에’로 시작해 항상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 꼰대의 말에는 ‘내가 잘나갔을 때는 이런 일까지 했던 사람이야. 이런 사람의 생각과 주장을 네가 무시해선 안 되겠지?’라는 속뜻이 숨어있다.
상대적으로 경험과 성과가 부족한 사람에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그들만의 어법인 것이다.
연관 꼰대어: “왕년에”
3)어디서 꼰대가 출몰하는가
: 권위와 서열이 존재하는 이 세상 모든 곳. 대표적으로 회사, 군대, 학교. 슬프지만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욱 심해진다, 가족처럼.
누구에게나 침범은 불쾌한 현상이다. 그리고 강자의 침범보다 약자의 침범이 훨씬 더 불쾌하다.
불쾌함을 느꼈을 때, 상황에 대한 냉철한 진단보다 기가 찬다는 듯한 감정적 대응이 먼저 나오는 것이 꼰대다. 스스로의 허점이 발견되니 평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자에게 꼬투리를 잡혔을 텐데, 허점 분석은 영 체면이 떨어지는 일이니 당연히 뒷전이다.
더욱이, ‘여기’라는 말은 꼰대가 속한 조직이나 집단으로 확장 해석된다. 감히 너 따위가 내 그룹을 공격하다니. 물론 자신이 그 그룹의 허점이라는 것을 알지는 못한 채.
연관 꼰대어: “여기가 어디라고”
4)무엇이 꼰대를 만드는가
: 자기 생각은 절대 틀릴 리가 없다는 착각. 가장 심각한 착각: ‘에이, 나보고 꼰대라고 하면 안 되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에게는 각자가 택한 삶의 방식과, 그로 인해 파생된 경험, 생각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꼰대는 말한다. ‘니가 뭘 안다고?’
이 말은 선배, 연장자로서 자신이 먼저 쌓아 온 경험, 자신이 선택한 삶이 상대방의 그것보다 낫다는 강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내가 당신의 윗사람이니 어련히 내 말을 따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위압적 사고방식은 물론이고. 이 짧은 말로 그들이 바꾸고 싶은 것은 내 좁은 경험인가, 삶의 방식인가, 그냥 나라는 사람인가.
정말 뭘 더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래도 되는 걸까? 그들은 나를 모른다는 걸 모른다. 그러니 ‘안다’고 쉽게 말하겠지.
연관 꼰대어: “뭘 안다고”
5)어떻게 꼰대를 피할까
: 1단계는 유체이탈. 고개만 적당히 끄덕이며 딴생각을 활성화하자. ‘오늘 뭐 먹지?’ 2단계는 타산지석. 꼰대를 멘토로 삼는다.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3단계는 자아성찰. 모두가 스스로를 단속하면 꼰대는 결국 사라진다. ‘나는 꼰대인가?’
꼰대에게 ‘서열 정리’는 필수 과제이다. 그들은 신속한 갑, 을 관계 정립을 바탕으로 자신이 갑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자신이 마련한 서열체제를 따르지 않는 을에겐 거침없이 소리친다.
“(니까짓게)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을은 갑을 알아 모셔야 한다는 ‘꼰대정신’을 뼛속까지 내재화했다. 그들은 너보다 나이도, 경험도, 지식도 많은 나(=갑)는 너(=을)에게 대우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연관 꼰대어: “어떻게 나한테”
6)왜 꼰대가 되는가
: 자기가 살아온 삶에 대한 자신감, 한심한 것들을 이끌어줘야겠다는 사명감, 조용히 있으면 내 존재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
꼰대에게 ‘서열 정리’는 필수 과제이다. 그들은 신속한 갑, 을 관계 정립을 바탕으로 자신이 갑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자신이 마련한 서열체제를 따르지 않는 을에겐 거침없이 소리친다.
“(니까짓게)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을은 갑을 알아 모셔야 한다는 ‘꼰대정신’을 뼛속까지 내재화했다. 그들은 너보다 나이도, 경험도, 지식도 많은 나(=갑)는 너(=을)에게 대우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연관 꼰대어: “내가 그걸 왜”
Reporter 공태웅 김송미 김유진 배대원 임현경
주인공 이수인이 중요한 관문마다 다양한 꼰대들과 마주친다는 점에서 <송곳>은 ‘탈꼰대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웬만하면 꼰대를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설 수밖에.
1)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것을 의심해라
자율학습이 한창인 교실 한구석에선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다. 모두가 조용히 책만 보던 그 때, 이수인이 일어나 그 선배에게 맞선다. “나이 한 살 많은 게 무슨 벼슬이라고 사람을 때리노?” 학창시절에는 종종 큰 폭력 사건이 터져 학교가 떠들썩해지기도 했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기에 십대는 어리고, 겁이 많은 나이였다. 약육강식의 논리를 좁디 좁게 배운 채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크는 거였다’며 그 시절을 감흥 없이 떠올렸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이수인이 가르쳐줬다. 누군가의 눈에는 답답하고 고루해 보이겠지만, 한번쯤은 질문하며 살고 싶다. ‘왜?’
Reporter 김유진
2)그럴듯한 말로 장식한 포장을 벗겨내라
고등학교 시절 반장이던 이수인에게 담임 선생님은 난데없이 “어항이나 사와보라”고 요구한다. ‘어항’을 요구하는 선생님이 진짜 바라던 것은 ‘촌지’였음을 알아 챈 이수인은, “우리 집엔 돈이 없다”고 날카롭게 대답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공익을 위한 것’으로 치환하여,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이건 조직을 위해 필요한 일인거야.”라고 주장한다.
이런 부조리에 침묵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달리 이수인은 입을 뗐다. 정직한 태도로 깡다구 있게 꼰대에 맞선 이수인. 그를 통해, 불편한 본질은 가면으로 덮어두고 침묵했던 나 자신을 돌아봤다.
Reporter 김송미
3)고립되지 않게 ‘우리 편’을 만들어라
육사 생도 시절, 대대장이 부정 선거를 지시한다. 모두가 찍힐까 나서기 꺼리고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들려진 손. 이수인은 앞으로 나가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간다는 우리의 신념을 실천할 때입니다. 동기 생도 여러분 배운대로 행합시다”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자고 연설한다.
하지만 그는 퇴학당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이 꼰대에게 대항할 동료들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당한 일에 대한 반발심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불이익을 당할까 침묵할 뿐이다. 그 마음을 자극해 꼰대에 함께 맞설 동료를 만들자.
Reporter 배대원
4)싸움은 진짜 싸움꾼에게 배워라
법을 전공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안다. 이 상황이 불법이라는 것을. 이수인에게 부당해고를 명령하는 부장은 ‘점장님의 지시’ 안에 숨어 불법을 외면한다. 상사이면서 법적, 양심적 책임은 교묘히 회피하고 대화는 거부한다.
이 꽉막힌 꼰대를 향한 이수인의 “불법입니다”는 나약하다. 당장에 문제가 된 부당해고의 조문을 찾아본다. 하지만 현실적인 법률문제를 혼자 해결해 나가는 것은 딱 봐도 무리.
이 상황에서 이수인은 포기하지 않고 노동상담 전문가 구고신을 찾아간다. 꼰대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진짜 싸움꾼을 찾아간 이수인의 결정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대처법이라 할 수 있다.
Reporter 공태웅
5)그들의 논리를 역이용하라
이수인은 부당한 상부 지시에 대항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한다. 1인 시위를 벌이는 그의 손엔 ‘여러분 곁에 노동조합이 있습니다’라는 피켓이 들려있다.
이에 가스통 점장은 “근무시간에 뭐하는 짓이야?”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이수인은 ‘휴식시간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격한다. 출퇴근 시간을 과중한 업무에 맞춰 조율하도록 했던, 자의의 탈을 쓴 강압이 반전된 것이다.
상대의 논리를 역이용해 맞서는 것만큼 짜릿하고 통쾌한 일도 없다. “여자는 출산휴가에 육아휴직을 쓰니 뽑아 봤자”라는 바보들에겐 “그런 인식 탓에 당신이 그토록 통탄하는 저출산 현상이 악화된다”고 말해주자.
단, ‘똑같은 놈 되기’를 경계해야 한다. 괴물을 상대하려면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믿지 말자. 우리는 괴물이 아니기에 괴물과 싸울 수 있다.
Reporter 임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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