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만한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된 사람들만 귀한 직업을 가진 사람인 것일까?

알 만한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된 사람들만 귀한 직업을 가진 사람인 것일까?

 

“생계유지를 위해서 하는 일.” 위키 백과사전이 정의한 ‘직업’의 뜻이다. 우리는 누구나 직업을 갖는다. 학생 신분일 때는 ‘아르바이트’ 라는 이름으로 직업을 갖고, 사회에 나가면 전업 직업인이 된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얼마 전 9급 공무원에 합격한 서울대 학생의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잘 생각했다. 주위의 여학생들을 보면 대기업에 들어가도 결혼한 뒤에 퇴사하더라”는 사람도 있었고, “그럴 거면 서울대는 왜 갔느냐”며 꾸짖는 이들도 있었다. 후자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에서의 생활, 나아가 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했던 수험 생활을 부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대학교의 교육목표는 ‘창의적 미래 지도자 양성’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9급 공무원이란 직업은 낮은 직업인가? 공무원 시험 학원이 밀집된 노량진에서는 수험생들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곳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은 시험에 통과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인터넷에 합격 수기를 올린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들의 노력과 간절함이 어떠했는지 느껴지곤 한다. 그들에게 공무원은 높고 귀한 직업이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광인수’라는 토스트 가게를 본 적이 있다. ‘광운대학교 인문대학 수석졸업자의 집’을 줄인 말 ‘광인수’, 말 그대로 2014년 광운대 인문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창업한 가게다. 졸업 후 바로 취직했던 이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토스트 가게를 차렸다. ‘청소년 진로상담’이라는 그의 적성을 고려해서, 정서·육체적으로 배고픈 청춘을 돕자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 또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서, 즐겁게 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청년창업을 고생길이 훤한 직업으로만 바라보는 사회는 그저 ‘인문학 전공자들의 현실이 이렇다’고 말할 뿐이다.

 

서로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학벌로, 직급으로, 직장의 이름으로 판단하며 사람을 계층으로 나눈다. 그러니 우리는 직업에 분명한 귀천이 있음을 어릴 때부터 언제나 듣고 보면서 자랐다. 사회는 “직업에는 귀천이없다”는 말로 포장하지만…. 하지만 애초부터 귀한 직업은 무엇이고, 천한 직업은 무엇인지가 정해져있다는 뜻이 아니다. 알 만한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된 사람들만 귀한 직업을 가진 사람인 것일까?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부를 누리며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더라도, 그 일을 하며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는 그저 돈 버는 기계 같은 삶을 살 뿐이다. 직업의 귀천은 그 직업이 무엇인가로 결정될 수 없다. 오히려 한 사람이 직업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가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광인수’에서 토스트를 만드는 대표야말로 귀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쯤에서 ‘생계유지를 위한 일’이라는 직업의 정의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생계유지란 살아 나갈 방도를 찾아서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살아 나간다는 것이 단순히 먹고 입고 자는 것을 반복하는 행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지능을 가진 인간이므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삶을 산다는 건 매 순간 선택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귀한 일을 하면서, 직업과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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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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