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위기의 순간에 몰릴 때가 있다. 나오기 전에 분명 화장실에 들렀는데,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광역버스 안에서 갑자기 신호가 온다거나. 비도 오고 집에 먹을 게 없어 뭘 시켜 먹으려 하니 돈이 4000원 밖에 없다거나… 오늘은 컨디션이 좋았는데, 밤이 되니 갑자기 몸살기가 돈다.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예컨대, 화장실이 급한 나머지 구남친의 집에 들어갔다가 이런 지옥같은바람직한 상황이 온다던가…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당신을 천국으로 구제해 줄(지도 모르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5종을 소개한다. 명심하라. 이것은 ‘추천기’가 아니라 ‘생존기’다!

 

지구인들아! 괄약근에 힘을 줘! – 여긴화장실

 

그것은 불시에 찾아온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아랫배로부터 몰려오는 묵직한 악의 기운이다. 고통은 클래식 음악처럼 드라마틱하며, 봉산탈춤만큼 리드미컬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을 구출해 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여긴화장실’이다.

 

가까운 순서대로 리스트 업!

 

실행하면 가까운 거리부터 순서대로 주변에 개방된 화장실을 알려준다. 아마 이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화입마를 눈앞에 둔 상태일 테니, 느긋한 마음으로 사용할 유저들은 없을 것 같다. 검색 결과에 뜨는 화장실은 고층 빌딩이나 상가, 카페에 있는 준 공용(누구 맘대로) 화장실이다. 눈치 보지 말고 시원하게 해결하자.

 

외국인(에게 고통받는 나)을 도와줘! – Google 번역

 

오래 전 문화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다. 프론트를 보던 친구가 내게 다급히 도움을 청했다. “외국인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으니, 영문과인 네가 처리하라”는 것. 자신있게 나가 “May I help you?”라고 자신 있게 한 마디를 내뱉자, 금발벽안의 외국인이 표도르의 파운딩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젠장. 러시아인이였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곧바로 동시 통역을 해 준다.

 

외국어를 못 하는 건 죄가 아니다. Google의 기본 어플리케이션인 ‘Google 번역’은 텍스트를 번역해 줄 뿐 아니라, 음성 입력 기능으로 통역을 해 준다. 현존하는 모든 번역기가 그렇듯 정확도는 높지 않다. “아는가? 고기, 맛있는” 뭐 이런 식이다. 언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충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가 외국어 무식자 드립 SNS로 흑역사를 쓰는 장면은 꽤 신박한 개그였다. 요즘 현실에서도 Paris를 위해 Play하며 우리를 Smail하게 만드는 분들이 계시니까 뭐…

 

갑작스레 마주친 외국인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당신에게 외계어를 투척한다면, 두 가지 언어를 쌍방으로 동시통역해 주는 이 어플이 꽤 도움을 줄 거다. 헬로, 스트레인져?

 

배가 고픈 나를 도와줘! – 요기요

 

그 많던 상가 전단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파급력이 TV 광고를 때릴 만큼 성장하자, 구식 프로모션 장치들은 하나 둘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가게 하나에 전화기 세 대 두고 마치 세 집인 양 전단지를 뿌리던 야식집들도 수입이 줄었단다. 백종원 뺨치는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이 주문 음식 어플을 이용하며 잔혹한 평가(별점)를 내리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결과일지도.

 

생각보다 주문내역이 디테일해서 놀람.

 

요일별로 할인되는 브랜드가 다르다.

 

배고픈 자취생들이 먹을 게 없어 집을 나서려 하는데, 생각해 보니 돈도 없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좌절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슈퍼레드위크>라는 이벤트로 배달음식 할인행사를 펼친 ‘요기요’가 11월에도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하필이면 굽네, BHC, BBQ 등 국내 유수의 치킨 브랜드들을 끼고 있으니 주머니는 얇고 야식은 간절한 우리네들의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업체들이 요일별로 포진해 최대 50%까지 할인 중이니, 시간표 짠다는 마음으로 매일 눈팅해 보는 건 어떨까.

 

아픈 날 좀 살려줘! – 굿닥

 

화장실이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쳐도,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밤이 되니 감기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지금 이 시간에 열려 있는 약국이나 병원이 어딘지 모르겠다. 할증 붙은 택시비 내고 비싼 야간 응급실을 이용하는 건 하루하루 용돈 벌어 사는 처지에 가당찮은 일이다.

 

병원 뿐 아니라 약국까지 전부 보여준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 같겠지만, 팔이 안으로 굽은 건 아니다. ‘굿닥’은 현재 가장 유용한 병원/약국찾기 어플리케이션이다. 내 주변에 있는 병원과 약국을 가까운 순서대로 정렬해주며, 실시간으로 현재 영업 중인지를(이건 영업시간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것 같다. 종종 오류가 있다고.) 체크한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녀석이니 상시 구비해 두는 편이 좋겠다.

 

어둠 속에서 나를 구해 줘! – 플래시라이트

 

어린 시절,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교실에 갑작스레 찾아온 정전은 꽤 흥미로운 이벤트거리였다. 때맞춰 날리는 선생님의 무서운 이야기도 백미.

 

요즘은 한전 사정이 괜찮은지 이런 깜짝 이벤트가 잘 없다. 아니, 하물며 있다 해도 성인이 된 우리는 눈앞에서 사망하신 데스크탑에 빡친 나머지 침을 뱉고 싶을 뿐이다. 교수님이 휴강이라도 선언한다면 모를까. 이런! 빔프로젝터가 나갔잖아? , 그럼 168페이지.

 

잠금 화면 상태에서도 버튼을 터치하면 작동한다.

 

흉흉한 세상이라 빛이 언제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플래시라이트>를 이용하면 어둠 속에서도 신속하게, 터치 한 번으로 조명을 켤 수 있다. ‘잠금해제 – 카메라 – 설정 – 조명’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드라마 <마을>의 한 장면. 장례식 중 잠깐 정전이 된 사이에, 벽에 빨간 글씨로  다잉메시지 같은 게 적힌다. 라이트만 있었어도 범인은 밝혀졌을테고, 드라마도 바로 종영했겠지.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조난이나 실종처럼 위급한 상황일 때 생명줄이 되어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배터리 소모가 굉장하다는 점만 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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