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가벼운 인간관계가 적응이 안 돼요. 정말 친한 몇 사람과 같이 있는 게 좋은데, 대학교는 그게 안 돼요.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이런 관계보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몇몇 사람과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 답이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됩니다. 인생은 이토록 심플합니다. 물론, 여기엔 의지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자아는 낙엽과 같아서 바람이 부는 대로 이곳저곳 휩쓸려 다닙니다. 그러다보면, 질문자와 같은 고민을 겪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몇 년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여동생이 “부디 내 결혼식에는 와 달라”고 사정을 할 만큼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결혼식에 참석하긴 했습니다. 바로 사정한 여동생의 결혼식(두번이나 참석했습니다. 여동생이 결혼식을 두 번 올렸습니다)과 사촌 이내의 친척들 결혼식입니다.

 

저는 다음 달에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 결혼식에 와서 부담을 느낄 사람들은 초대하지 않습니다. 제가 참석한 바 있는 결혼식의 주인공들만 초대했습니다.

 

그렇다 해서 제 대인관계가 얕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모두가 저를 외면할 정도로 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달에도 아는 형이 천만원을 빌려준다 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아니 어찌 보면 이 세상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도록 종용합니다. 마치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처럼,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사귀어 두고 별로인 사람들은 소생 가능성이 없는 사업체처럼 정리하길 강요합니다. 그런 문화에 휩쓸릴 필요도 없고, 휩쓸리지도 말기 바랍니다.

 

저는 모든 사람과 웃으며 지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대한다면, 어떤 사람에게는 무표정하고, 어떤 이에게는 화를 낼 수도 있는 겁니다. 솔직하게 대했을 때 잃어버릴 것은 잃어버리십시오. 지금 잃어버리지 않고 수집한 관계도 어차피 십 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소실됩니다. 지금 마음이 가고, 관심 가는 사람과의 관계 역시 십년, 이십 년이 지나면 세월에 녹슬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좀 더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그 관계가 세월에 으스러지지 않도록 하세요. 백 명의 지인보다 한 명의 친구가 인생에서는 더욱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가능하다면, 한 명이 아닌 두 명, 두 명이 아닌 세 명이 좋겠지요. 그렇지만, 그 수를 너무 늘리려 하지 마세요. 인간에겐 누구나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주어져 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를 일주일에 한 번 만난다쳐도, 쉰 번 정도 만나면 일 년이 끝나버립니다.

 

분가를 한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어머니를 만나 한시간 정도 식사를 합니다. 이렇게 노력해도 저희 어머니는 66세이시기에, 90세까지 산다 해도 여생 동안 저와 함께할 시간은 고작 7주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보면 생은 정말 짧습니다. 소중한 인연과 함께 할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포기할 건 포기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제 소설을 사 읽으시기 바랍니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가 재밌습니다.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추신: 어쩌다보니, 지난주에는 ‘인생이 매우 길다’고 썼는데, 이번 주에는 ‘인생이 매우 짧다’고 썼네요. 변명하자면, 관점의 차이입니다. 기준에 따라 인생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니까요. 제 변명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제 소설 『쿨한 여자』를 읽으시기 바랍니다(관점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인생이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것처럼요).

 

<다른 고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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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자친구가 너무 가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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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는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 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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