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또 잃어버렸다.
원인은 알코올성 바보짓. 전화를 걸어 보지만 당연한 듯 전원은 꺼져 있다. 연례행사로 휴대폰을 잃어버려 온 나는, 이제 별로 당황하지 않고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1단계 통신사에 전화해 소액 결제를 차단하고,
2단계 혹시 모를 도용 범죄를 방지해 경찰서에 분실 신고를 한다.
3단계 휴대폰을 흘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연락해 본다.

 

 

그리고 1단계부터 3단계를 진행하면서 직감한다. ‘아 이번에도 찾긴 글렀구나.’ 아마 술집에 흘렸는데 누가 주워 갔거나, 로드킬을 당했거나, 다른 나라에 팔려 갔거나 셋 중 하나겠지. 일 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 왔던 사진과 연락처들이 하룻밤의 유흥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겪어 놓고 동기화를 해 두지 않은 나란 놈이 쓰레기 같이 느껴 진다. 잠금이라도 해 둘걸. 주운 이가 내 사생활을 낱낱이 훔쳐본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우울하다. 이번 생은 망한 것 같다.

 

갤럭시 노트 2는 길에서 로드킬을 당해서 신고하지 않았다ㅋ

 

이럴 때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정신 승리’뿐이다. 휴대폰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 따윈 집어치우고, “그래 목숨이 아니라 휴대폰을 잃어버린 게 어디야” 하며 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정신 승리를 하기 힘들다면, 정신 승리를 조장하는 책을 읽어서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자기혐오와 우울의 늪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휴대폰 혹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멍청이가 이 세상에 나 한 명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도 무언가를 잃어버려, 인생 최악의 날을 보낸 당신에게 위로 대신 이 책들을 보낸다. 괜찮다. 우리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

 

 

심한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을 위한 정신 승리 종용 도서
<좋은 운을 부르는 행동법> 우노 타마고 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면 자기 자신이 미워진다. 그렇게 중요한 걸 간수하지 못한 자신에게 “나는 쓰레기다”, “내 인생은 망했다”, “나는 안 될 놈이다” 등등의 비하 발언을 하게 된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잊어 보려 해도 잘 안 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책이 <좋은 운을 부르는 행동법>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 겸 점술가 우노 타마고가 불운한 사람들을 위해 그린 만화로, 정신 승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득한다. 그녀는 우리의 말에 기운이 있고, 그것이 좋은 운 혹은 나쁜 운을 끌어당긴다고 주장한다.

 

즉, 나쁜 기운을 가진 말을 계속하면, 나쁜 운을 끌어모으게 되고, 결론적으로 재수 없는 인간이 된다는 말이다. 세상에 그깟 휴대폰 하나 잃어버렸다고 재수없는 인간이 되는 게 말이 되나? 왜 더 이상 자기 비하를 하면 안 되는지 단박에 이해시키는 이론이다.

 

 

작가는 ‘지금 당장 해결 못 하는 문제는 방치’하고, ‘지쳤을 때는 좋아하는 음식이나 영화 등으로 자신을 해방 시켜’주라고 권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가장 놀라고 속상한 것은 나 자신인데! 반성도 좋지만 이렇게 몰아세우기만 할 일이 아니지. 게다가 그렇게 하면 운이 나쁜 사람이 된다잖아. 주눅들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갖자!

 

 

그저 이 불편한 상황이 짜증 나는 사람을 위한 정신 승리 종용 도서
<폰 쇤부르크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作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사실 상실감보다 더 큰 것은 불편함이다.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아, 나 휴대폰이 없지…”, “어? 그거 저장해 놨는데? 맞다 나 휴대폰이 없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 온몸에 화와 짜증이 쌓인다.

 

그럴 때는 폰 쇤부르크씨의 정신 승리법을 참고하자. 그는 무려(!!)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의 언론인인데, 독일에 불어 닥친 언론계 구조조정으로 한순간에 실업자가 됐다. 평생 부족함 없이 살다가 경제적으로 불편을 겪는 상황이 어이없고 빡칠만도 하지만, 그는 품위를 잃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비싼 헬스 회원 등록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공원에서 달리면서도, “무엇보다 우아한 스포츠는 자연 속에서 빠르게 걷는 것”이라고 말한다. 근사한 장비를 살 여유가 없는 것은 “스포츠 기구에 들이는 비용이 적을수록 취향에 대한 자신감이 큰 것”이라고 포장한다.

 

 

폰 쇤부르크씨의 사고방식대로라면,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쯤은 얼마든지 유쾌하고 우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일이다. “휴대폰에 남긴 메모는 타의에 의해 삭제되거나 도둑맞기 쉽다. 반면 머릿속에 담긴 기억은 누구도 훔쳐 갈 수 없다. 나는 휴대폰 상실을 통해 단 몇 일 동안만이라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지적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땅바닥에 버린 돈이 아까운 사람을 위한 정신 승리 종용 도서
<죽는게 뭐라고> 사노요코 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멘탈이 너덜너덜해졌지만, 아직 후폭풍은 끝나지 않았다. 그 휴대폰 다시 사야 할 것 아닌가. 약정 기간이 아직 1년이나 남았으니 위약금이 약 20만 원, 기기값이 약 30만 원 정도 될 거다. 앉은 자리에서 50만 원이 넘게 날아간 거다. 거기다가 새 휴대폰 기기값 +α… 계산을 해 보고 나니, 술에 취해 휴대폰이나 잃어버리고 다니는 나 자신을 죽이고 싶어진다.

 

그런 사람에게는 죽음을 앞두고도 금연 하지 않는 패기 넘치는 할머니, ‘사노요코’가 쓴 에세이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는 암에 걸렸지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황을 좋은 쪽으로 해석한다. 문득 “죽으면 돈이 안 들잖아?”라고 생각한 그녀는 암 재발 선고를 받자마자 그 길로 외제 차 매장에 가서 ‘재규어’를 산다.

 

 

잘생긴 의사에 혹해 비싼 호스피스(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입원시켜 보호하는 시설)에 입원하게 됐을 때도, “아무리 비싼들 알게 뭐냐. 나는 돈이 없을 때에도 돈을 잘 쓰는 게 자랑이다.”, “입원시켜 달라고 했을 때 곧바로 그렇게 해 주는 병원은 없다. 꿈 같은 일이다.”라고 생각해 버린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우리의 습성은 30대가 돼서도, 50대가 돼서도, 죽을 때가 다 돼서도 여전할 거다. 그러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은 방법은 정신 승리를 습관화해서, 무엇을 잃어버려도 의연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죽으면 돈이 안 들잖아?”라고 말하는 ‘사노요코’ 할머니처럼.

 

P.S. 휴대폰을 잃어버린 덕분에, 이 기사도 쓸 수 있었다. 역시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하하!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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