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라고 모두가 힘들게 돈 버는 건 아니다. 내가 택배 상하차를 하며 척추 근육을 혹사시키고 있을 때, 누군가는 더울 때 춥고, 추울 때 더운 곳에서 도지마롤과 열대 과일을 먹으며 편하게 일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웬만한 직장인보다 많은 돈을 번다.

 

온갖 썰이 난무하는 ‘대학생 고액 과외.’ 통장 잔고를 빵빵하게 채워가며 과외 시장에서 맹활약중인 대학생들을 만나봤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떨까.

 

고액 과외 파헤치기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급진 돈벌이, 과외. 그 안에서도 차원이 다른 ‘고액 과외’가 존재한다.

 

 

세상에 기막힌 ‘썰’은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금수저네 집에서 과외 한 썰이다. 아는 언니가 과외 했던 집에 현금이 가득 든 바구니가 있다더라, 아는 선배가 과외 했던 집엔 차가 열두 대라더라, 3층짜리 집에 나선형 계단이 있다더라, 어쩌고저쩌고….

 

그저 썰일 것 같은 고액 과외 경험자가 생각보다 많다. 이들은 일주일에 3~4시간의 과외로 직장인 못지않은 수입을 벌어들인다. 일반 과외의 급여가 월 30만원 정도인 것에 비해 고액 과외는 100만원을 우습게 넘긴다. 일반 과외가 그냥 커피라면 고액 과외는 T.O.P랄까.

 

 

물론 아무나 고액 과외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액 과외를 하려면 통상적으로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고학력, 부자 동네, 외국어. 과외 시장에선 대학 타이틀이 곧 나의 가치다. 거기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줄 안다면 과외비는 두 배!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L씨(25)는 일반화학을 영어로 가르친 경험이 있다. 당시 L씨는 주 4회 수업으로 월 112만원을 벌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K씨(22) 역시 수학을 영어로 가르친 적이 있다. 급여는 시간당 7만원이었다.

 

 

이런 고액 과외는 국영수 위주의 수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AT, 자소서 첨삭, 악기 레슨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고려대 의대에 재학 중인 S씨(23)는 이름도 생소한 올림피아드 과외를 한다. 급여는 시간당 9만원 정도. 부럽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어떤 경로로 고액 과외를 하게 된 걸까. 그들이 경험한 금수저의 세계는 어떨까. 그들에게 직접 고액 과외에 대해 물었다.

 

※ (자료 출처) 일반 알바: <알바천국> ‘2015 알바 소득 지수’ / 고액 과외: 직접 수집한 6명의 평균치

Reporter 최효정 choihj906@naver.com

 

말해 Yes or No!

과외로 큰돈을 만져본 이들을 불러 모아 한자리에 앉혔다. 소문만 무성한 고액 과외 썰,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궁금한 것들을 모조리 물었다.

 

 

직장인 월급보다 더 번다고?

 

진행자: 다들 어려운 걸음 해줘서 고맙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 수입이 얼마나 되나?

L: 시간당 4만원 혹은 7만원을 받으면서 SAT 수학을 가르치거나 영어로 일반화학Ⅰ을 가르친다. 시간당 7만원짜리 과외를 주 2회 하면 한 사람만 가르쳐도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번다.

S: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시급이 다르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수능 과외나 논술 과외는 시간당 4만원, SAT 생물이나 화학 같은 유학생 과외는 5만원, 생물 올림피아드는 6만원이다. 최고로 많이 받아본 건 유학생 단기 과외하며 받은 시급 7만원이다.

K: 주로 국제학교나 외국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영어로 수학을 가르친다. 과외 시장에서 ‘영어로 가르치는 건’ 무조건 페이가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1시간에 6만 3천원 정도를 받았다. 일반적인 고등학교 수학을 가르칠 때는 시급이 2만 5000원으로 확 내려갔고.

O: 여기 계신 분들이 주로 영어로 특이한 과목을 가르치며 높은 시급을 벌었다면, 나는 조금 다르다. 평범한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며 시급 3만 5000원을 받지만, 대학생 땐 한 달 평균 400만원, 졸업 후엔 53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그룹으로 묶어 20명 넘게 가르쳐서 얻은 결과이다. 가장 많이 벌어본 달은 821만 7990원까지 벌어봤다. 물론 교육청에 정식 과외 신고한 후 세금을 제한 액수이다. 과외해서 번 돈으로 현재는 BMW를 구입해 몰고 다닌다.

 

진행자: 이런 과외는 주로 어떤 루트를 통해 구하는가?
네 명 모두: 가족이나 지인의 소개로 처음 시작하게 됐고, 잘한다고 소문이 나 계속 신규 학생을 받게 됐다.

 

진행자: 돌직구 질문 하나 날아간다. ‘남들보다 쉽게 돈 번다’라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L: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남들이 놀 때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어야 이렇게 벌 수 있었기에 쉬운 길이라곤 절대 생각 안 한다.
K: 다른 알바에 비해 시급이 높은 건 사실이나, 희소성과 수요 공급의 원리로 인해 지금의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큰돈을 받는 만큼 부담감도 장난이 아니다.

S: 과외는 나의 중고등학교 6년간의 공부가 밑바탕이 돼야 하는 것이기에, 시간당 페이가 한 시간의 노력과 가치에 대해서만 보상 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행자: 이런 고액과외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지역은 주로 어디인가?

S: 나는 주로 서초구와 대치동에서 많이 하고 있다.

L: 강남이나 분당 지역에서 고액 과외가 자주 들어온다.

K: 강남구 일대는 물론이고 동부 이촌동이나 한남동도 단골손님이다.

O: 나는 목동 쪽에서 과외를 여러 개 진행하고 있다.

 

진행자: 본인 말고도 과외깨나 한다는 주변 사람들은 보통 얼마 정도 버나?

O: 400만원 이상 버는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다. 한 번 잘 가르친다고 소문나면 이 정도 버는 건 시간문제다.

S: 수능이나 내신 과외는 시급 3~4만원 선이기 때문에 큰돈을 버는 데 한계가 있다. 해외 대학 다니는 친구들 같은 경우 SAT Reasoning & Writing 과외를 해서 한 달에 500만원 넘게 번다. 개인 과외보다 학원에서 단기 강사나 그룹 과외를 하면 이보다 더 큰돈을 버는 걸로 알고 있다.

K: 내 친구들은 나와 비슷하게 받는다. SAT 과외를 하는 친구들은 보통 시간당 8만원까지도 받더라. 보통 나이가 많아질수록 경력이 쌓이니깐 페이도 올라가는 것 같다.

 

 

책상에 앉아 떠드는 일이니 편하다고?

 

진행자: 다른 알바와 달리 고액 과외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L: 시급에 계산되지 않는 시간에도 내가 수업을 위해 공부(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다를 것 같다.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라도 설명을 잘 해주기 위해선 나만의 교수법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때문에 과외가 없는 날에도 책을 펴 놓고 준비해본 경험이 자주 있다.

O: 알바를 아무리 열심히 많이 한들 대기업 직원보다 더 벌 수는 없다. 하지만 과외는 다르다. 예전에 고등학생 때 나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이 전문 과외 강사일을 하며 외제 차를 몰고 다녔는데 그 모습이 정말 부러웠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외제 차를 타고 과외를 하고 있더라. 알바로 꿈꿀 수 없는 큰돈을 만진다는 게 가장 특별한 점이겠지.

S: 알바는 내가 고용주에게 무조건 맞춰야 한다면, 과외는 학생과 부모님과 의논하여 시간과 시급을 정할 수 있기에 좋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인 것도 흥미롭다.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건 맞지만 학생과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 강해 함께 발전해 나간다는 느낌이다.

 

진행자: 과외하며 겪었던 특별한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나?

K: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여배우 집 남매 두 명을 가르친 적이 있다. 우선 집이 굉장히 좋았다. 전망이 탁 트인 뷰가 엄청 인상적이었다. 과외를 하면서는 학부모님이 유명인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지만, 하루는 ‘서울 패션 위크’에 참석하신다고 과외 중간에 자리를 비우게 돼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때 느낌이 새로웠다. ‘아, 맞다. 연예인이었지!’ 싶더라. 두 남매의 엄마라고는 믿기 힘든 출중한 외모가 인상 깊었다.

S: 유학생을 과외했을 때의 일이다. 소개 받을 때는 한국어를 잘한다고 들어서 수락했는데, 과외 첫날 학생의 집을 방문하니 나를 보며 “HI, I’m Jake~(찡긋)” 이렇게 인사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해 영어로 수업을 하며 엄청 고생했던 게 기억난다.

 

진행자: 과외해서 번 돈은 주로 어디에다 썼는가?

O: 원래는 결혼 후 집을 사기 위해 잔뜩 모아뒀다. 근데 우리 동네가 뉴타운이 된다기에 모아놓은 돈 + 대출을 끼고 빌라 하나를 구매했는데 뉴타운이 취소되며 가격이 폭락했다. 이자를 갚을 수 없어 현재는 신용 불량 및 개인 파산을 신청한 상태이다. 아직 더 벌어야 한다, 후우.

K: 처음 과외를 시작한 계기가 내 힘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서였다. 2학년 여름까지 550만원을 모아 한 달 간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부모님 손 벌리지 않고 내 힘으로 큰 경험을 하고 온 것 같아 무척 뿌듯했다.

 

진행자: 사람들이 고액 과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이나 잘못된 편견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L: 고액 과외를 구하기만 하면 노력 없이 큰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며 부러워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에선 주는 만큼 원하는 법이다. 부담감이 엄청 커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해야 한다.

S: 과외하는 학생은 늘 여유롭게 돈 쓰고 통장 잔고를 보며 흐뭇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시급으로 치면 많이 벌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돈이 많이 모이지 않는다. 단기간에 벌다보면 씀씀이만 커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통장이 아니라 ‘텅장’이다.

K: 미국 교과 과정의 경우 우리와 커리큘럼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엄청난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 단순히 영어만 잘해서 수학을 영어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내 나름대로의 연구 끝에 교수법을 터득해 과외를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쉬운 건 단 하나도 없다.

 

Reporter 곽민지 남세현 신채라 ginnykwag@hanmail.net

 

Editor 이민석 min@univ.me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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