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연애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요즘엔 연애를 하고 싶다기보단 남자랑 자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그러다 마침 좋지도, 설레지도 않지만 엄청 싫지는 않은 뜨뜻미지긋한 썸남이 생겼어요. 근데 이 남자랑 자보고는 싶다, 자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썸남도 저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고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는 저도 별로 미안하진 않습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경우는 처음이라 관계를 GO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연애든 잠자리든 정말 좋아 죽겠는 사람과 해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시원한 답 좀 얻을 수 있을까요? (26세, L양)

 

마음의 쓸쓸함이 몸의 외로움으로 번져갈 때가 있습니다. 잃어버린 퍼즐처럼 꼭 맞는 ‘내 사람’은 도통 나타나질 않으니, 누군가와 몸이라도 포개고 싶을 때 말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관계를 맺고 살을 맞대고 있는
순간은 찰나입니다. 서로가 ‘그냥 자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난다면 그 행위가 끝나고도 오래오래 상대방을 어루만지고 있을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연애건 잠자리건정말 좋아 죽겠는 사람이랑만 해야 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본인이 더 외로워지는 연애와 잠자리는 하지 말길 바랍니다. 몸의 충족만으로 마음의 상실감을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 사람. 제 주변에선 아직 못 봤거든요.

Editor 김슬 dew@univ.me

 

굳이 멈출 이유가 있나요? L양이 사랑 없는 섹스만 원하고, 상대도 거기에 동의하면 GO하는 거고, 상대가 그럴 수 없다면 STOP하면 되는 거죠. 뭐가 됐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선 해보면 됩니다. 그게
손잡고 한강 걷는 게 될 수도 있고, 밤새 통화하며 달달한 대화를 나누는 걸 수도 있어요, 지금 L양에겐 함께하고 싶은 게 잠자리인 거예요. 하지만 그건 알아두셔야 합니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섹스 파트너’는 존재하지 않아요. 몸을 나누다보면 남자든 여자든, 아니면 둘 다든, 나누는 육체적 관계에 비례해 마음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감 따윈 모르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말이죠. 그럴 땐 ‘파트너’가 아닌 진지한 연인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든지, 아니면 관계에 책임지고 싶지 않다면 칼같이 연을 끊어야 해요. 근데 나중에 일어날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합시다. 우선 마음가는 대로 해보세요.

Editor 이민석 min@univ.me

 

L양의 나이 스물여섯. 연애와 사랑, 그리고 예의와 도덕에 관해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세워뒀을 나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뭐라고 지껄이든, 아마 L양은 이미 마음 속에 정답을 정해뒀을 거예요.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게 힘들 뿐입니다. 그래서 행위에 힘을 싣는 답변으로 명분을 얻으려고 이 사연을 보냈을 테고요.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는 그 행위는 아마도 사랑 없는 섹스겠지요. 요컨대, L양의 마음은 이미 ‘GO’ 쪽으로 기운 것 같습니다. 단지 명분이 필요할 뿐이죠. 그러면 이제 명분이 될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저것 다 해봐도, 죽을 때가 되면 못 해본 게 한이 되는 짧은 인생입니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하고 후회하는 게낫죠. 안 하고 후회하면 뒤를 보지만, 하고 후회하면 앞을 보니까요. 인생은 도박입니다. 도박은 ‘못 먹어도 GO’ 아니겠습니까?

Editor 박정욱 wook@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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