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세어보다 벌써 12월이란 사실에 놀랐다. 홀로 연말 기분에 휩싸여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으로 이번 한해를 되돌아보는데, 2015년 1월 1일에 써둔 새해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고작 1년 전인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 적어둔 소원에서는 새해의 달뜬 마음과 그때의 간절함이 전해져왔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작년 12월 31일과 1월 1일로 넘어가는 때에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온통 새해 소원&다짐으로 뒤덮였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와 있을까?
약 50명의 20대에게 새해 소원이 뭐였는지 물어봤더니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소원을 빌지 않았거나 기억을 하지 못했다. 10명 중 7명은 취업과 다이어트를 목표로 삼았다고.
취직이 올해 목표였던 S(23,여)는 ‘학기 중이라 취업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어서’ 를 실패 이유로 들었다. ‘실패한 이유를 안다면 내가 취업을 했겠지?’라는 답변도 있었다. 담배값이 오른만큼 새해에는 금연을 결심했던 K(25,남)는 두 달간 금연을 했으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서’ 다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반면, 소수의 사례지만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도 있었다. J(25,여)의 경우 올해 소원 8개 중 무려 6개를 이루었다.
‘살 빼기, 좋은 남자 만나기’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비는 소원이지만, 이루기는 어렵다. 하지만 J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들과 다른 4가지 방법을 세웠다고. 조르고 조른 끝에 우리는 그녀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
저는 취직과 해외여행, 남자친구 만들기가 목표였어요. 취직을 예로 들면 취직을 위해서는 자격증이나 능력이 필요하니까 자격증을 땄어요.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개팅도 했어요. 결국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저는 평소에 스스로를 가만 두지 않는 성격이예요. 집에서 늘어지게 TV를 보고 나면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간 것 같아서 후회가 남더라고요. 목표를 이룸으로써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되는지 생각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요.
이 방법을 쓰면 저도 제가 한 말을 지켜야 하니 책임감도 생기고 주변 사람들도 “너 그때 하기로 했던 건 어떻게 됐어?”라고 물어봐서 자꾸 상기하게 되요.
인턴을 시작하면서 일,자격증, 운동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월급에서 늘 10만원씩 헬스비로 빠져 나가도록 해뒀어요. 바빠지면서 운동을 못할 때도 많지만 돈 아까워서 한 번이라도 가게 됐어요.
그녀의 노트를 보며 ‘나도 내년에는…’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2016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소원을 쓰고 똑같이 실천에 옮기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 올해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한달동안 올해의 소원을 J의 방식을 적용해 이루어보는 것이다.
Step 1.
우선 가능 여부를 떠나 올해 꼭 이루고 싶었던 목표들을 리스트업했다. 목표를 구체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희미했던 목표가 점점 윤곽을 드러낼 수록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으니까. 가장 어려운 건 귀차니즘을 극복하는 일이다.
Step 2.
스피닝은 힘들다는데. 육수를 한창 뽑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스쿠버복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몸매를 만들어야 한다. 두 소원이 완벽하게 콜라보를 이루며 나의 의지를 자극했다. 긍정적인 미래! 그래, 이걸로 된 거야.
Step 3.
회사 동료들에게 “저, 오늘부터 운동으로 살 뺄 거예요”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오, 정말 본격적으로 하는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은 기계적이고 마치 암호 같아서, 그들의 표정을 읽었을 때 비로소 진짜 의미가 드러났다. ‘또 시작이네’) 됐다! 이제 그들은 나의 좋은 목표 알리미가 되어 줄 거야.
못 이룬 소원을 이루려는 나의 의지는, 올해의 마지막 허들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중이다. 벼락치기면 어때. 올해가 가기 전에 하나라도 이룰 수 있다면 아쉬움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의 2015년 소원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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