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덕후들의 좌충우돌 생활기를 다룬 드라마 <빅뱅 이론(The Big Bang Theory)>의 첫 장면. 금발 글래머 페니가 옆집으로 이사 오자 덕후들은 그녀를 초대한다. 만날 연구실에 틀어박혀 양자역학이니 초끈이론이니 연구만 하는 덕후들에게 페니와의 만남은 외계와의 조우에 가깝다.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순간 페니가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전 사수자리예요. 이 정도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지 않나요?” 덕후 쉘던이 답하길 “음. 태어날 때의 태양 위치와 임의로 결정된 별자리가 성격을 좌지우지한다는 대중문화의 망상에 영향받고 있음을 알 수 있군요.” “네?”

 

과학 덕후가 아니라도 꽤 많은 이들이 별자리를 미신으로 치부한다. 하긴 행성의 위치가 인간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친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니까. 나 역시 안 믿었다. 별자리 운세가 사실은… 미래를 정확히 알려준다는 비밀을 알아채기 전까진 말이다.

 

사수자리는 낙천적이며 어리숙해보이지만 은근히 똑똑하다고 한다. 페니처럼

 

처음 별자리에 눈길이 간 건 예전 「대학내일」 에 별자리 운세를 넣으면서부터다. 이왕 싣기로 했으니 마감을 끝내고 내 별자리인 물고기자리 운세를 슬쩍 읽어봤다.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편집장이 된 3월 첫 주, 새 감투를 쓴 이들이 흔히 그러듯 새로운 일을 벌이고 싶었다. “제가 맡았더니 이렇게 바뀌었어요”라며 자랑하기 위해서다. 그 주의 운세는 이러했다. “의욕이 너무 앞서나가다 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리기에 십상이야.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운세를 무시하고 의욕을 앞세웠다가 낭패를 보았다. 지나치게 일을 벌여 후배들을 지치게 했다. 3월 둘째 주, 종이 잡지의 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을 맞아 스마트폰 매거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책도 읽고, 관련 기사도 찾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실수였다. 혼자 머리를 싸맬 게 아니라 잘 아는 이에게 물어봤어야 했다. 혹은 먼저 운세를 읽어보든가. 그 주 운세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을 혼자 껴안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기대해봐”.

 

이런 식으로 3월 첫째 주부터 지금까지 모두 다 맞았다. 심지어 “외출하기 전 거울 앞에 STOP!”이란 운세를 읽고 혹시나 해 거울 앞에 섰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지 앞섶(오해를 부르는 위치)에 얼룩이 묻어있다. 무섭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별자리 운세가 다 맞는 건 그렇다 치고(그렇다 칠 문제가 아닌가?), 더 궁금한 건 왜 물고기자리는 항상 운세가 나쁘냐는 점이다. 어느 한 주 정도는 좋은 운세가 있을 법한데 그렇지가 않다. 돈을 물 쓰듯 써서 경제 사정이 악화된다느니 말을 막 해서 친구와 다툰다느니.

 

「대학내일」 별점만 나쁜가 싶어 네이버 물고기자리 운세를 클릭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심각한 위기에 몰려 당황해서 이리저리 날뛰게 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당황스러워 나도 모르게 이리저리 날뛰었다.

 

물고기자리에 무슨 근본적인 문제라도 있는가. 물론 있다. 인터넷 검색 결과 대다수가 물고기자리의 감성적인 면을 지적한다.

 

상상력이 풍부하되 예민하다. 낭만적이지만 감정 기복이 크다. 창의적인 반면 몽상가 기질이 있다. 요약하면 예민하고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가 되시겠다.

 

“천천히 사라져 가느니 불꽃처럼 한 번에 불타버리는 것이 낫다.” 중2중2하다. 전형적인 물고기자리

 

예로부터 물고기자리 중엔 특유의 예민함 탓에 사회 적응이 힘들었던 이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얼터너티브 문화의 상징 커트 코베인.

 

21살에 데뷔, 24살 전설적인 앨범 <네버마인드(Nevermind)>를 발매, 그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 지금까지 3000만 장이 넘게 판매.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나타나 3년 만에 음악계를 평정한 그야말로 천재 아티스트. 하지만 삶은 아주 힘들었다.

 

가난한 집안 환경과 자신을 억누르는 사회에 좌절해 13살부터 마리화나를 사용했으며, 음악적으로 성공한 후에도 대중의 지나친 관심에 숨 막혀 했다. 도피처로 택한 헤로인 중독이 날로 심해져 마침내 27살의 나이에 엽총으로 자기 머리를 날려버렸다. “천천히 사라져 가느니 불꽃처럼 한 번에 불타버리는 것이 낫다.” 커트 코베인이 남긴 말이다.

 

물고기자리는 항상 불운하다. 예외없이

 

할리우드 악동계의 원조 드류 베리모어도 물고기자리다. 7살 때 <ET>의 여주인공을 맡아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지만 그 후 10여 년간 겪은 슬럼프는 그야말로 지독했다.

 

파티-술-마약-기행으로 엉망진창 망가진 드류 앞에 파파라치들은 무정한 카메라를 들이댔다. 타락한 국민요정의 사진이 매일 타블로이드 1면을 장식했다. 그녀 역시 대중의 시선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도 물고기자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스트레스였어요. 그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결국 방황의 길에 빠지고 말았죠. 그땐 너무나 절망적이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물고기자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물고기자리 기업가 스티브 잡스는 애플 초창기 과일만 먹고 씻지도 않는 등 온갖 기행을 벌이다가 애플에서 쫓겨났다.

 

이 글을 읽은 많은 물고기자리들은 이제 자기 고통의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대체 왜 세상은 이리 낯선지,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은 잦은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모든 게 익숙해지지 않는지. 모두 물고기자리인 탓이다. 별자리 탓인데 우리가 어쩌겠는가.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오늘도 나쁘고, 하루하루 더 나빠질 것이다. -물고기자리 철학자 쇼펜하우어-

 

마지막으로 역시 물고기자리였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경험에서 무언가 교훈을 얻어 보자. 그가 쓴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대학 강의를 맡았더니 수강생은 고작 5명, 다가가는 여성마다 그를 거절해 평생 홀로 지냈다.

 

절망에 빠진 쇼펜하우어는 읊조렸다. “인간에 대해서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으리라. 오늘도 나쁘고, 하루하루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나빠질 것이다. 최악의 일이 일어날 때까지.”

 

염세와 부적응의 극을 달리던, 쉽게 말해 전형적으로 물고기자리인 그의 입에서 나온 행복론은 그래서 더 귀 기울일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젊은이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건 삶에서 행복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확실한 믿음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짓이다. (…) 세상이 많은 것을 내어준다는 잘못된 신념을 버린다면 오히려 훨씬 많은 걸 얻게 될 것이다.”

 

P.S.
이 글을 쓰던 중 알아낸 사실인데, 과학적으로(?) 따지면 하늘의 별자리는 13개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12궁은 수천 년 전 하늘의 별자리며, 지구 자전축 방향이 변함에 따라 보이지 않던 별자리가 더 생겼다는 것. 나사(NASA)에서 공식 추가한 별자리는 ‘뱀주인자리’며 그 바람에 별자리 날짜가 조금씩 바뀌었다! 물론 정통 별자리 운세 전문가들은 인정치 않는다고 한다.

 

새 별자리로 따지면 난 물병자리. 물병자리는 겉보기엔 차갑고 이성적인 면이 강하다. 쉽게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뚝심 있게 일을 해내는 스타일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 왠지….

나사 사이트에서 바뀐 별자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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