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팩트입니까?
– JTBC <뉴스룸> 김필규 기자 인터뷰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엔 수많은 정보가 부유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즐겨 보긴 하지만 내용에 대해 100%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TV나 신문 기사는 다르다. 그들은 ‘언론’이라는 권위를 등에 업고 모든 것을 ‘사실인 양’ 보도한다. 그러니 그들을 믿을 수밖에. 하지만 과연 언론이 말하는 모든 것이 사실일까? 어디까지 믿고 얼마큼 걸러서 들어야 하는 걸까. 이 의문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이가 있다. 손석희 앵커와 함께 JTBC <뉴스룸>에서 ‘팩트 체크’ 코너를 진행하는 김필규 기자다.

 

JTBC <뉴스룸> 김필규 기자

JTBC <뉴스룸> 김필규 기자

 

100% 사실은 없어도 진실을 향할 수는 있다

JTBC <뉴스룸>에서 ‘팩트 체크’란 꼭지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팩트 체크란 말 그대로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된 포맷으로, 주로 정치인들의 발언을 두고 참, 거짓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올해 <뉴스룸> 개편 때 손석희 사장이 “네가 팩트 체크 코너를 맡아서 해봐”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는데, 손 사장이 걸어놓은 조건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무조건 나 혼자 해야 한다. 둘째, 매일 해야 한다. 그 조건을 맞추려다보니 미국처럼 매번 정치인의 발언만 가지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건 무리였다. 그러다보니 한국형 팩트 체크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 같은 도시 괴담이나 잘못된 경제 통계, 정부의 복지 공약 같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게 됐다.

 

‘사실이라고 일컬어지는’ 보도 내용의 팩트를 재확인하는 것인데. 아이템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는 시의성을 따진다.아무리 재밌고 유익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이미 지나간 뉴스에 대해선 시청자들의 관심이 떨어지지 않나. 두 번째로는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을 고르고, 그다음은 대다수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아이템으로 선정한다.

 

세 번째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건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고른다. 데일리로 하다 보니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깊이 취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여러 부서에서 일하며 쌓은 내 지식과 경험의 범위 안에서만 다루는 거지. 그래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 세상에 100% 팩트란 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나도 회의감을 갖고 있다. "

“이 세상에 100% 팩트란 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나도 회의감을 갖고 있다. “

뉴스의 생명은 신뢰도이다. 팩트를 파헤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취재하는 건지궁금하다.

기본적으로는 구글링을 통한 검색과 관련 주제 논문을 참고한다. 그다음엔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검증 과정을 거치지. 웹 서칭, 문헌 참조 모두 중요하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방법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이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지 못한 살아 있는 팩트를 캐내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통계 수치나 전문가의 코멘트도 결국 누군가의 주관이 개입된 것들 아닌가?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기 위해, 그 분야에서 가장 객관적인 전문가들에게만 물어본다. 특정 이해 관계자나, 어떤 정파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인물군은 가장 먼저 제외한다. 교수 멘트를 딸 때도 어떤 당의자문 위원 경력이 있거나 기업과 연관된 활동을 하거나 했다면 객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아무리 권위 있는 분일지라도 리스트에서 배제한다.

 

논문도 당연히 박사 논문에서만 조사를 하되, 이 논문에 대한 팩트를 크로스 체크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최대한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취재하고 보도하는 내용에 대해선 반박의 여지 없는 ‘100% 팩트’ 라고 확신하는지?

이 세상에 100% 팩트란 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나도 회의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보도하는 내용에 대해 반박의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말이 100%맞는 것이라고 시청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도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줘야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 사람은 이렇게 바라볼 수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니깐. 완전무결한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늘 어렵고 조심스럽다.

 

20대가 ‘그 들’ 을 믿을 수 없게 된 이유

"기존 미디어들이 신뢰를 잃어서 사람들의 눈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거다. "

“기존 미디어들이 신뢰를 잃어서 사람들의 눈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거다. “

 

중장년층은 ‘공중파에서 보도하는 건 모두 사실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팩트’라고 믿는다. 하지만 청년 세대는 그렇지 않다. 기성 언론의 보도에 큰 관심을 갖지도, 신뢰하지도않는다.

개인적으로 보도 내용에 대한 댓글이나 SNS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민감하게 보는 편이다. 같은 내용을 놓고도 네이버, 다음, 페이스북, 트위터에서의 반응이 각각 다르니깐. 그만큼 중장년층보다 젊은 사람들의 의견과 시각이 다양하다는 뜻이겠지.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에 대해선 미디어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각 매체별로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사안들에 대해 접근해야 하는데, 너무 방향을 정해놓고 가다보니 신뢰를 잃은 것 같다.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대신 그들은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한다. 아직도 많은 어른들은 신문이나, 뉴스 하나쯤은 정해놓고 보라고 말을 하는데. 그래야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방송이든 신문이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뉴스를 보도한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시민들을 유권자라고 생각해, 그들이 선거 때 좀 더 바른 판단을 내리게 하려는 마음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그런 면에 있어 개인적인 판단의 촉을 높이기 위해 본인 취향에 맞는 매체 하나쯤은 꼭 봤으면 좋겠다.

 

방송도, 신문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다보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게 있다. 모바일상에서 클립이나 꼭지만 보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다양성이나 깊이 측면에서 조각조각 보는 것보단 통으로 하나의 매체를 정해서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를 보면 실제 사실과 달리 살인자의 이야기가 훈훈한 미담으로 둔갑돼,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내용이나온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실제로도 이런 일이 정말 많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재밌게 본 짤방 하나가 있다. 링컨 사진에 말풍선을 그려놓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내 명언들이 다 내가 한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젊은 사람들의 눈과 귀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로 쏠려 있다. 이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져오려고 많은 매체들이 카드뉴스나 영상 클립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플랫폼이 무엇이냐는 중요치 않다.

 

핵심은 ‘신뢰도’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손석희라는 사장을 모시며 절실히 느낀다.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은 페이스북에서 페이지 뷰가 늘 60~70만 나온다. 이건 젊은 사람들도 열심히 본다는 증거이다.

 

기존 미디어가 무게감 있게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니 젊은이들이 ‘팔랑귀’가 돼가는 것 같다.

동의한다. 기존 미디어들이 신뢰를 잃어서 사람들의 눈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거다. <뉴스룸>도 신뢰를 많이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금보다 노력해서 신뢰를 더 쌓아야 한다.

 

종편이 처음 출범할 때 많은 이들이 대기업과 정권의 나팔수가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JTBC <뉴스룸>은 손석희 사장을 필두로 기존 뉴스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과 시각을 다룬다. <뉴스룸>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그건 사장님이 할 얘기라서….(웃음) 나는 리더의 의견에 공감할 뿐이다. 처음에 손석희 사장이 얘기했던 게 ‘사실, 공정, 균형, 품위’였다. 어찌 보면 굉장히 뻔한 얘기인데 조직원들에겐 뜨겁게 다가왔다. 언론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었으니까.

 

특히 ‘공정’이라는 부분에선 많은 매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었고, 종편을 비롯한 언론들이 자극적인 내용을 내보내면서 시청률만 좇고 있는 걸 보며 ‘품위’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다. 그러다보니 당연한 명제이지만 울림이 컸던 거지. 이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지향할 것이다.

 

<뉴스룸>의 보도는 퀄리티가 훌륭하지만, 공중파가 아니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널리 퍼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분명 있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청률만 놓고 보면 분명 아쉽다. 하지만 ‘영향력’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치부에 있는 막내 기자 얘기를 들으니, 조금 과장이 섞였겠지만, 여러 기자들과 함께 정치인과 식사를 하면 그 사람이 자기만 보고 얘기한다고 한다.(웃음) 취재 현장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온도차는 분명 있다.

 

내가 팩트 체크하는 이유? “사장님 나빠요 ”

"15년 기자 생활 중 이렇게 긍적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본게 처음이다"

“15년 기자 생활 중 이렇게 긍적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본게 처음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손석희 사장을 우상으로 삼고 있다. 바로 옆에서 보고 느낀 손 사장은 어떤 사람인가?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츤데레’이시다. 가끔 <팩트 체크> 팀 방에 불쑥 들어오셔서 “야~ 겨우 7분짜리 만드는 데 7명이나 모여서 뭐하는 거야~ 생산성 떨어지는 것들!” 이러고 가신다.(웃음) 가까이에서 지켜본 바로는 화면 밖에서나 안에서의 모습이 굉장히 일관된 분이다.

 

‘손석희 사장은 담배를 하루에 딱 하나만 피우는 독한 사람’이란 소문이 있다. 팩트 체크 부탁한다.

나도 그 얘기를 듣고 궁금해서 여쭤봤는데 사실 무근이라더라. 14년 전에 담배를 끊고 지금은 일체 손을 안 대신다고 한다. 또 다른 소문 중엔 예전 MBC 파업할 때 어떤 여중생의 목격담이 있다. “텐트에서 이상한 옷 입고 어떤 남자가 부스스 나왔는데, 그게 손석희더라. 근데 갑자기 전화를 꺼내 들더니 회사 관계자에게 쌍욕을 퍼부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얼마 전에 여쭤보니 그건 사실이라고 인정하셨다.

 

기자라는 직업이 사실 큰돈을 버는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언론인을 꿈꾸고 있다. 기자가 매력적인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이겠지. 요즘은 블로그나 브런치 같은 플랫폼이 많이 생겨 이런 점들이 많이 희석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매체의 영향력은 유효하다. 기자 선배들이 쌓아온 정체성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니깐. 인터넷에 개인적인 글쓰기를 하는 것과 매체 보도의 무게감이 똑같다면 아무도 기자를 하려고 안 하겠지.

 

대학생들을 보면 제2의 손석희를 꿈꾸며 언론인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보이는 멋있는 모습만 생각하기보단, 그 자리에 있게 되기까지 걸어온 험난한 길에 더 주목해서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팩트 체크’를 할 수 있는 열정의 원동력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론 손석희 사장님이 시켜서 하는 게 제일 큰 거고.(웃음) 솔직히 처음엔 3개월을 못 갈 거라고 봤다. 인력이 너무 부족 하다보니 이게 인기가 없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나서 끝날 수가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찌어찌 끌고 왔다. 6개월이 됐을 땐 한계치에 다다랐고, 1년이 지났을 때 그만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돌아온 답은 “웃기지 마라”, 그래서 계속하게 됐다. 물리적으론 15년 기자 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본 게 처음이다.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하겠단 생각이 든다.

 

김필규 기자의 ‘팩트 체크’ 코너가 책으로 출간됐다 출판사 중앙북스 가격 1만 5000원

김필규 기자의 ‘팩트 체크’ 코너가 책으로 출간됐다 출판사 중앙북스 가격 1만 5000원

 

 

Editor 이민석 min@univ.me

Photographer 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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