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좋은 사람’은 어느 드라마에나 있지만, <응답하라>가 특별한 건 누구나 가진 다양한 결점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그 결점이 미묘하게 비틀려 장점이 되는 순간을 포착해내기 때문이다.
쌍문동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인생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겨저을 찾는다. 얘는 이래서 밉고, 쟤는 저래서 짜증나고, 걔는 그래서 싫고…. 주변엔 왜 이리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뿐인지.

 

성동일의 말을 빌리면, 잘 몰라서 그렇다. 우리도 우리가 처음이니까, 너도 네가 처음이니까, 누구나 인생이 처음이니까. 한 번 봐주자.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쌍문동 사람들이 그렇듯, 네가 그렇듯.

 

 

1. 다혈질

 

다혈질의 가장 큰 단점은 성질이 급하단 점이다. 조금만 일이 잘못 돼도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덕선이네’ 가장 성동일과, 첫째 성보라가 이런 다혈질 대표주자다. 둘은 필터링 없는 맹비난으로, 주변인의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긴다.

 

동일은 데모하는 딸에게, “저년 대갈빡 털을 다 잘라버린다”고 무섭게 협박한다. 성질부터 부리고 보는 보라의 표현 방식엔 이웃 어른들까지 기가 눌릴 정도다.

 

그렇지만 이들의 대화법에는 수많은 괄호가 생략돼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 힘든 것은 원치 않기에, 데모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곤조곤 설득하는 법을 몰라, “미친년!”하고 소리부터 질러버린다.

 

스스로 어색해지는 사근사근한 감정 표현은 생략하고, 짜증 먼저 내뱉는다. 차가운 이성보단 뜨거운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은 화를 낼 때도 뜨겁게 타오르지만, 그 누구보다 뜨거운 온도로 사랑한다.

 

 

제대로 된 생일파티를 못해 서러운 둘째딸에게 “염병하지 마!”라고 소리 질러놓고서도, 엄마 몰래 초코케이크를 챙겨주는 것이 아빠 성동일이다. “추우니까 빨리 타세요”라고 툴툴거리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일정도 포기하고 이웃을 위해 달려와줄 줄 아는 사람이 성보라다.

 

다혈질들이 생략한 괄호 속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성질이 급해, “당신을 아껴요”, “당신이 나를 필요로 했잖아요” 등의 다정한 말들은 괄호에 넣어 생략했을 뿐이니까!

 

사용설명서│이들은 상대방이 무안해질 정도로 화를 내지만, 그것은 상대방이 아닌 답답한 상황에 터뜨리는 울분일 뿐이다. 그들은 쉽게 흥분하는 만큼 쉽게 잊는다. 그러니 드라마틱한 반응에 너무 놀라지 말고, 스스로 화를 삭이게 내버려 두면 된다.

 

Reporter 김송미 songme920226@gmail.com

 

 

2. 까불이

 

까불거리면서 실없는 소리만 밥 먹듯 하는 사람을 보면 금세 짜증이 난다. 받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농담하고 장난치길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피곤해지기 때문.

 

류동룡과 김성균 역시 까불거리는데 있어 2등이라면 서러울 이들이다. 동룡은 덕선이 친구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도 “특공대, 춤 연습은 많이 했어?”라며 자존심을 건들고 성균도 틈만 나면 철지난 유행어를 해 아내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는다.

 

그만하라고 할 때 그만하면 좋으련만 끝까지 유치한 개그를 해서 매를 버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깐족거림도 알고 보면 다 챙겨주기의 일환이다. 친구와 가족에 대한 애정표현이 남들 눈에 조금 요란하게 보일 뿐.

 

 

다들 각자의 고민으로 마음이 바쁠 때 친구들을 제일 살뜰하게 챙긴 사람이 바로 동룡이다. 덕선의 춤 연습을 가장 열정적으로 돕고, 가족관계로 고민하는 정환에게 적재적소의 조언을 건넸으며,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대국에서 지고 돌아온 택이가 답답한 속을 뻥 뚫어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성균도 마찬가지. 그가 입을 다문 잠시 동안 집안이 얼마나 삭막해졌나. 성균의 유난스러운 장난끼가 레스토랑에서의 가족사진을 남겼듯, 그들은 까불면서 추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용설명서│이들의 애정이 영원불멸할 것이라 생각지는 말자. 이들 역시 사람이기에 받아주지 않으면 까불기도 지친다. 그러니 좀 귀찮더라도 너무 무시하지 말고 가끔은 상대의 장단에 맞춰줘라. 아주 좋아할 걸?
Reporter 배대원 bdw1707@naver.com

 

3. 뇌순남녀

 

뇌순남과 뇌순녀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 적은 많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성노을과 성덕선은 쌍문동의 대표적인 뇌순남매다.

 

머리 좋아지는 유전자는 맏언니 보라에게 전부 몰렸는지 이들의 뇌는 순수하다 못해 하얀 백지 같다. 부모님이 그렇게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자신을 잡으러 달려오는 학생주임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덕선의 패기!

 

노을이 역시 매번 누나들 싸움에 등터지면서도 전하라는(실제로는 전하면 안 되는) 말을 융통성 없이 곧이곧대로 전하는 걸 보고 있자면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하다. 하지만 앞 뒤 생각하지 않는 순수함 덕에 행동력 하나만은 끝내준다.

 

 

친구들이 부상으로 장기자랑에 못 나가게 되자 덕선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남자친구들을 여고 장기자랑에 내보내는 대담함을 보인다. 그 결과 오매불망 그리던 ‘아하’는 그녀의 차지가 됐다.

 

누나들 사이에선 쫄보였던 노을이도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겁 없이 일일찻집을 운영한다. 엄마에게 좀 얻어맞았다고, 학생부에 걸렸다고 해서 이들이 좌절할 것 같지는 않다. 아침이 밝으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난 잘못은 깨끗이 잊고 환한 얼굴로 대문을 나설 테니.

 

사용설명서│일반 상식을 모른다고 무시하지 말자. 공부보단 다른 데 관심이 많은 만큼 다른 분야에 해박할 가능성이 높다.(무려 스페인어로 노래하는 덕선을 보라) 그들이 흥미로워 하는 분야를 재빨리 캐치해 그쪽으로 대화를 이끌어라.

 

Reporter 배대원 bdw1707@naver.com

 

4. 츤데레

 

‘싸늘하다. 가슴에 그들의 시선이 날아와 꽂힌다’ 무뚝뚝한 그들 앞에서 개그라도 쳤다간 웃음은커녕 면박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다. 남편이 혼신을 다 해서 준비한 개그에 아내 미란은 시종일관 팔자 눈썹이다.

 

개그뿐이랴, 우리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표를 들고 부모님 앞에 섰을 때, 서툰 솜씨나마 정성스레 요리를 준비했을 때, 예뻐 보이려고 새 옷을 사 입었을 때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무뚝뚝이를 곁에 둔 사람은 억울하다. ‘내가 당신 한 번 웃게 하려고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물론, 그들이 우리의 노력을 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표현에 서툴 뿐.

 

 

정환 역시 덕선을 좋아하지만서도 따뜻한 말보다 욕지거리가 먼저 튀어나오는 전형적인 무뚝뚝이. 하지만 비오는 밤 그녀를 마중 나가는 그의 행동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묵직한 애정이 담겨있다.

 

그들이 어렵게 ‘표현의 타이밍’을 포착했을 때는 우리가 기대를 조금씩 닫고 있을 무렵이다. 까탈스러움에 방심하고 있다가 훅! 들어오는 그들의 애정표현에 그동안의 섭섭함이 녹아내린다. 치명타를 맞고 나서야 깨닫는 생각. ‘따뜻하다. 가슴에 그들의 사랑이 날아와 꽂힌다.’

 

사용설명서│그들과 빠르게 어울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소주 한잔이다. 술병이 가벼워지면 자연스레 입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Reporter 공태웅 dnlriver@naver.com

 

5. 원칙주의자

 

차 없는 도로 위, 무단횡단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 말한다. ‘괜찮아. 뉴욕에서도 신호 안 지키잖아?’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그래서 보는 사람은 답답하다.

 

주먹이 앞서는 선배랑 축구할 때는 패스 좀 해주고, 소중한 목걸이라도 풀라면 잠깐만이라도 풀고 있으면 안 되나. 김선우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하는 성격이다. 물론 그의 강단은 알겠지만 피곤함은 옆 사람의 몫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설득을 해보려 한들 통하지 않는다. 99는 아직 100이 아니라는 엄격함. 그들의 셈법에는 ‘눈 딱 감고’ 반올림하는 순간이 없다. 택이 아빠인 무성의 경우도 비슷하다.

 

 

아들이 파죽지세로 국제 대회 우승에 1승만을 남겨 두고 있는 이때, 온 동네가 호들갑 난리지만 정작 무성은 내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우승한 것 아닙니다. 신인한테 약해서 걱정이 돼요”라는 말로 찬물을 끼얹는다.

 

하지만 “답답한 양반아!”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을 때, 이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아버지 없이 자란 선우는 이런 강단진 성격 덕에 스스로 큰 탈선 없이 자랐고, 어머니 없이 자란 택도 아버지 무성의 꼼꼼한 챙김 덕에 바둑에 더 집중했을 것이다. 그들의 셈법은 정확했다.

 

사용설명서│속는 셈 치고 딱 한 번만 원칙주의자로 한 번 살아보자. 단, 그 친구가 보고 있는 앞에서. 나는 나대로 장점을 찾아보고,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자기의 답답함을 반성할 수 있다.

 

Reporter 공태웅 dnlriver@naver.com

 

6. 오지라퍼

 

집 앞 골목은 아랫집 할머니, 앞 건물 준호 엄마, 옆 골목 아주머니의 집합소였다. 그들은 한참동안 주나 남자친구가 빼빼로 바구니를 줬다는 둥, 동훈 엄마가 쌍꺼풀이 풀려 재수술을 했다는 둥 남의 근황을 주고받았다.

 

들려오는 ‘남 얘기’는 곧 나 역시 그들의 화제라는 뜻. 내가 밤늦게 덩치 큰 남자랑 같이 있더라는 뽀삐 할머니의 목격담이 온 동네 사람들의 입을 타고 엄마의 귀에 들어갔을 땐 진저리가 났다.

 

“대체 무슨 상관이람?” 일화(덕선 엄마)와 선영(선우 엄마)은 늘 평상에 앉아 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가지고 수다를 떤다. 선영은 남의 집 ‘밤일’을 논할 만큼 참견을 좋아하고, 일화는 선우나 정환의 학교 성적과 성균의 다정함을 자기네 집 식구들과 비교하기 바쁘다.

 

 

하지만 적대감을 갖긴 이르다. 알고 보면 참견쟁이 선영은 택이네를 위해 매번 반찬이나 국을 나눠줄 정도로 세심하고, 비교쟁이 일화는 타인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고 칭찬할 줄 아는 따뜻함을 지녔다.

 

애정에서 비롯된 그들의 관심은 미워할 수가 없다. 내가 ‘덩치남’ 때문에 울적 했을 때, 곁에 다가온 아주머니들의 ‘남편보단 낫다’는 너스레와 ‘네가 훨씬 아깝다’는 오지랖에 피식 웃게 됐던 것처럼.
사용설명서│관심 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을 신경 쓰는 사람이다. 다른 삶을 전해 듣는 것이 무료한 일상을 잊는 낙이다. 그러니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물어주고 또 나의 하루를 들려주자. 오고가는 대화 속에 정이 싹튼다.

 

Reporter 임현경 hyunk1020@gmail.com

 

7. 4차원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답답한 모지리, 혹은 범접불가의 덕후. 이들은 확고한 자아로 주변사람이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결계를 친다. 밖에서 문을 두드려 봐도, 그들은 미적거리거나 엉뚱한 반응을 해 보는 사람 속을 터지게 한다.

 

택이는 젓가락질도 서툴고, 스스로 카세트도 틀 줄 모른다. 고민을 털어 놓는 건 더더욱 못해서 혼자 끙끙 앓는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선 ‘바둑의 신’ 대신 ‘등신’으로 통한다. 정봉이는 공부 빼고 다 좋아하는 6수생. 전화번호부, 우표, 때로는 인형까지 그의 손에는 언제나 책 대신 다른 게 들려 있다.

 

가족들은 걱정 반 한심함 반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자신만의 세계 안에서는 전지전능하다. 택이는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서툴지만 대신 내면에 에너지를 집중해 세계적인 바둑기사가 됐다. 정봉이는 쉴 새 없이 쌓은 덕력으로 주변에 도움을 준다.

 

 

만사에 관심이 많기에 사소한 질문에도 지식백과 못지않은 대답이 줄줄 나오고, 막힌 변기 뚫는 법 등 생활 지식도 맥가이버급이다. 그러니 낯설어만 말고 그들의 세계를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자꾸 답답하게 굴어도 보채지 말고 곁에서 알려주다 보면 혹시 모른다.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그의 세계가, 귀한 복권이 돼 돌아올지도.

 

사용설명서│먼저 그들이 사는 세상을 존중하자. 굳이 다른 세상을 바꾸려하기 보다 그 낯섦이 주는 새로운 매력에 기꺼이 빠져보자. 때로는 그들에게 배우고, 또 나의 세상을 알려주며 서로 다른 두 세상은 더 가까워질 거다.

 

Reporter 김유진 kyj3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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