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나의 세계
– 영화감독 겸 작가 이길보라

“다큐멘터리 PD가 되려면 수능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 ‘들리는 세계’과 ‘들리지 않는 세계’ 가운데 서서 서로를 이해시켜야 했던 아이. 이 아이는 낯선 세계의 문턱을 겁 없이 넘나들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갔다.

 

26살의 나이에 벌써 펴낸 책이 세 권, 연출한 다큐멘터리는 두 편.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떠난 여행담은 『길 위의 학교』로 남았고, 동명의 책과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농인(청각장애인) 부모님이 주인공이다.

 

다음 주인공은 누구인지 물으니 대답이 바로 나온다. “엄마의 엄마, 할머니.”

 

영화감독 겸 작가 이길보라

영화감독 겸 작가 이길보라

 

지난번에 연락드렸을 땐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참석 중이시라 만날 수가 없었어요.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건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상마다 달라요. 어느 영화제에서 어느 상을 주느냐에 따라. 야마가타에서는 상보다는 영화제 자체가 엄청 좋았어요. 보통 영화제는 마켓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데 야마가타에선 그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작가들끼리 모여 서로 ‘Cheer up!’ 할 수 있는 기회였던 거죠.

 

사려 깊은 관객 분들도 기억에 남아요. 야마가타가 시골 도시라 거리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영화관은 꽉 차 있어요. 영화 전공자나 평론가가 아니라, 그냥 지역에 사는 주민들인데 다큐가 좋아서 오시는 거예요. 자원봉사자도, 관객도 중장년층이 많거든요? 제일 앞에 ‘오바짱(아주머니)’들이 앉아서 따뜻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봐주시는데, 그 기운이 참 따뜻했어요.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엔 부모님이 보라씨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쭉 나와요.

제 영화 상영회에서 꼭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부모님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엄마는 그런 거 없거든요. 단지 고마운 건 어렸을 때부터 눈을 보면서 제 얘기를 다 들어줬다는 거예요. 연애에 실패하고, 작업이 안 풀려도 계속 일어설 수 있는 건 늘 엄마 아빠가 기다려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부터 수어와 음성언어, 이 두 가지 언어를 하면서 자라셨잖아요. 그게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수어와 음성언어는 체계가 아예 달라요. 표정, 공간, 몸짓을 다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단어나 상황을 이미지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아무래도 글 쓰고 영상 만들 때 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겠죠.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일어설 수 있는 건 늘 엄마 아빠가 기다려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

“계속 일어설 수 있는 건 늘 엄마 아빠가 기다려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8개월 동안 동남아로 봉사여행을 떠났어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저는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의 ‘들리지 않는 세상’과 사람들의 ‘들리는 세상’을 통역하며 자랐잖아요. 그래서 낯선 세계에 대한 이질감이 없었어요. NGO 활동가라든지, 다큐멘터리 PD가 되어 그곳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죠.

 

근데 진학 상담할 때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그러면 수학 문제를 열심히 풀고 영어 단어도 많이 외워라. 지금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보다 성적이 훨씬 중요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상하잖아요. 동남아시아에서 영상을 찍고 싶은데 영상도, 동남아시아 문화도 아니고 수학 문제를 풀라니까.

 

전 다큐멘터리 PD라는 명함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학교를 잠깐 쉬고, 내가 할 수 있는 진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여행이었고요.

 

당시 사람들을 만나 여행 계획서를 보여주고 후원 자금을 모았어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을 한 건데, 사람들에게 어떤 점을 어필했던 거예요?

좀 뻔뻔하긴한데, 그때 저에겐 막연한 확신이 있었어요. 이 여행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NGO 활동가나 다큐멘터리 PD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배움의 장이다, 나중에 사회를 구하고 지구를 지키는 데 기여할 ‘이길보라’라는 사람을 키우는 과정이다! 뭐, 직접적으로 돈을 달란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리는 비전을 듣고, 사람들이 후원한 거죠. 지금 돌이켜 보면, 돈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만났던 것 자체가 큰 배움이었던 것 같아요. 침낭이나 샌들 같은 물건을 주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와 마음을 함께 주시거든요. “인도에 가서 이 사람들을 꼭 만나봐, 좋더라.” 그 마음들이 여행의 기억 못지않게 소중한 거죠.

 

"여행에서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워요."

“여행에서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워요.”

 

학교에서 배운 것과 여행에서 배운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여행에서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워요. 예를 들어 티베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 가요. 거기 달라이 라마라는 사람이 있대요. 그럼 숙소에 와서 찾아보는 거예요. 달라이 라마가 누군지, 이곳이 왜 망명지가 되었는지. 교과서에서 봤다면 다른 나라 이야기, 먼 세상 이야기라 생각하고 넘겼겠지만 그곳에선 진짜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 거예요.

 

내가 하고 싶어서, 진짜 필요해서 하는 공부랑 “시험 칠 거니까 공부해” 해서 하는 공부는 달라요. 두 개가 병행되어야죠. 몸으로 부딪쳐보기도 해야 하고, 머리로도 이해해야 하고.

 

다큐 <로드스쿨러>를 보면 어떤 분이 “하기 싫은 것도 좀 해보고 싶어서 대학에 갔다”고 말씀하시는데, 보라씨는 그런 생각 한 적 없으세요?

밥벌이를 해야 되니까 하기 싫은 것도 해야죠.(웃음) 자유엔 항상 책임이 따르니까.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건 아니에요. 몇 개월은 가능하죠. 누구는 3개월 동안 자고, 누구는 3개월 동안 게임만 하고, 누구는 6개월 동안 기타만 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불안해지거든요. 내가 이렇게 기타만 치면서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스스로 돌아보고 앞으로 뭘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돼요. 저는 이런 시간들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청소년, 대학생, 회사원 모두 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

 

지금까지의 인생을 여러 부분으로 나눈다면, 어떻게나누고 싶어요?

동남아 봉사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게 바뀌었어요. ‘진짜 공부’가 뭔지 알게 된 거죠. 학교가 가짜라는 건 아니에요. 사실 학교를 그만둔 직후엔 ‘학교를 다니느냐 안 다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진짜 중요한 건 ‘자기 삶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학교 안에서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법을 공부하고 싶고, 판사가 되고 싶다면 학교에 다녀야 하잖아요. 그럼 그 친구도 로드스쿨러죠. 학교 안 공부, 학교 밖 공부, 연애, 여행 등 하고 싶은 게 뭔지 충분히 생각하고 자기만의 시간표를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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