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검은 사제들>을 봤습니다. 공포영화 못 보는데, 이게 뭐 공포영화겠어, 라며 봤다가 놀라서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잠이 안 오네요. 이 무서움 잊을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질문자님의 고민을 공감하기 위해 저도 방금 <검은 사제들>을 보고 왔습니다. 강동원의 다리가 정말 길더군요. ‘내가 강동원처럼 태어났더라면 소설 따위는 쓰지 않았을 텐데…’ 하며 봤습니다. 질문자님이 밤잠을 못 이룰 정도라 하여 저는 잔뜩 각오하고 봤습니다만, 어찌 된 영문인지 영화가 그 정도로 무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세상 풍파에 찌들어 제 영혼이 너무 둔감해진 게 아닌지 자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이 고민 코너에 성실히 답하고자, 도대체 어떤 대목에서 질문자님이 공포를 느꼈을지 상상해봤습니다.

 

혹시, 고양이를 무서워하시나요? 영화에는 정말이지 고양이가 잔뜩 나오더군요. 저는 작년에 아는 후배 소설가가 갑자기 세부로 여행을 가겠다며 고양이를 맡기는 바람에 일주일간 고양이와 동거를 했습니다. 막상 살아보니 그렇게 무섭지 않더군요. 간혹 불 꺼진 방에서 저를 노려보는 눈동자 두 개가 허공에 떠있는 걸 제외하고는 말이죠. 이럴 때 불을 켜보면 꼭 고양이가 냉장고 위에 올라가 있더라고요. 자고 있으면 옆에 와서 안겨 체온도 올려주고, 앞발로 안마도 해줘서 이 정도면 함께 살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혹시 김윤석의 표정이 무서웠던가요? <타짜>에서 아귀 역할을 맡았을 때, ‘아아. 이 배우 정말 무섭구먼’ 하고 느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혼자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지린 게 아닌지 속옷을 살펴봤습니다. 그게 벌써 십 년 전이네요. 그간 김윤석 배우도 <완득이>에서 담임선생도 하고, <도둑들>에선 김혜수에게 자신의 순정을 오해도 받으며 고생했으니, 더 이상 무서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영화 속에 악령이 들어간 새끼 돼지가 무서웠나요? 그렇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아아, 새끼 돼지는 저로서도 정말 무섭더군요. 앞으로 돼지고기를 먹으면 돼지의 혼령에게 해코지라도 당하는 게 아닐까 걱정될 만큼이요. 내년이면 마흔이되는데,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쓰다보니까, <검은 사제들>이 정말 무서운 영화라는 사실에 절감하고 말았네요. 여대생의 밤잠을 못 이루게 하는 아주 못된 영화였군요. 무서워서 잠이 안 올때는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하세요. 남자친구가 없다고요? 그럼, 만만한 선배나 오빠에게 전화를 해서 일단 자장가를 불러달라고 해보세요. 그럼, 얼마 뒤 그 사람이 남자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사실 더 무서운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표현의 자유’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혐오를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많은 이들이 사람의 됨됨이와 본질적 행복을 논하기에 앞서, 금전적 이익과 경제적 상황만을 모든 가치의 척도로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세요. 고백을 주저 말고, 거부의 공포에 굴하지 마세요. 세상의 높은 벽 앞에서 느껴질 두려움에 당당히 어깨를 펴고 할 말을 해보세요. 할 일을 해보세요.

 

이야기가 너무 벗어났네요. 정리하자면, 세상엔 영화보다 무서운 게 많답니다. 하지만, 그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하고픈 대로 꿋꿋이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잠이 안 올 때는 코코아를 마셔 보고,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제 소설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제 소설은 상당히 지루해서, 불면증 치료에도 도움이 됩니다. 전 이만 자러 갑니다. 아흠.

 

 

<지난 고민 상담>

Q 새내기가 들어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Q 대학교의 가벼운 인간관계가 적응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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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는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 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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