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에 드러난 Jazz Age의 시대상을 A4용지 3매 내외로 작성하시오’

손가락이 저려오는 문장이다. A4용지 한 장을 채우려면 한글 약 1500자 정도가 필요하다. 한 글자를 쓰려면 2~3개의 자음과 모음을 입력해야 하니, 1500자를 채워 넣기 위해 평균 약 4500회 정도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세 장이다. 내외(內外)라는 말에 담긴 암묵의 룰을 간과하면 안 된다. 교수님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알고 있다. 한 장을 써도 된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라는 걸. 그래서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세 장을 쓰게 되는데, 말로 하면 편할 것을 굳이 만 번 이상 버튼을 눌러대야 하니 피곤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오랫동안 손을 놀리니, 긴 글을 쓸 때면 손이 아프다. ‘레포트가 저절로 써지는’이라는 수식어를 아주 뻔뻔하게 갖다 붙였지만, 사실 그런 건 없다. 혹시나 그런 인공지능 키보드가 정말 있을까 해서 들어온 독자들에게는 미리 사과한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나마 피곤한 손가락에 누르는 재미라도 느끼게 해 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손맛이 좋은 기계식 키보드를 추천하려는 이유다.

 

달리는 마차 앞에 당근을 걸어 두는 심정으로, 레포트로 물든 당신의 대학생활에 부스터가 되어줄 키보드를 소개한다. 쏠쏠하게 뽐뿌를 자극하는 놈들로만 모아 왔으니, 낚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부디 용서를…

 

1. 마제스터치 2 크림치즈 블루(텐키레스)

리코타 치즈 샐러드가 먹고 싶다.

 

타입 청축

가격 175,000원

구매처 아이오매니아

 

키보드 주제에 맛있게 생긴건 또 뭐람. 크림치즈 색과 녹색 키캡, 푸른색 본체가 마치 양배추 샐러드에 드레싱을 얹은 것 같다. 보기보다 무거워서(980g) 타이핑 할 때 밀릴 염려는 안 해도 좋다. 키보드조차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걸 원하는 사람들에게 뽐뿌질이 올 거다.

 

z랑 x를 떼어다가 식빵에 발라먹고 싶다.

 

텐키리스란 우측 숫자 키패드(0~9)가 없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면 공간이 생기니 마우스를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유행 같은 건 아니고 수 십년 전부터 키패드를 떼는고자라니 동호회 같은 게 실제로 있었다! 당신도 알겠지만, 계산을 자주 하는게 아니면 키패드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정작 계산 업무가 잦은 사람들은 키패드 말고 계산기를 쓴다. 영원히 고통받는 키패드…)

 

뼈대라고 할까? 이게 파란색이라서 청축이다.

 

한 번 맛을 들이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그 청축이다. “기계식 키보드는 시끄러워!”라는 편견을 만든 원흉이 바로 이 ‘클릭축’인데, 키가 눌러지면 걸림쇠에서 딸깍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축을 ‘클릭’이라고 하고 딸깍 소리가 나지 않는 축은 ‘리니어’ 혹은 ‘넌클릭’ 이라고 한다.

 

내려갈 때 딸깍 소리가 난다

 

만약(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도서관에서 이 키보드를 쓴다면 시끄러운 쓰레기 취급을 받을 지도 모른다.

키가 무거워서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건 단점이다. 오래 타이핑을 하고 있으면 손이 좀 아플 정도. 근데 왜 기계식 키보드를 쓰냐고? 계속 치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키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써 본 사람만 안다. 실은 기계식 키보드를 치면서 손이 아플 정도라면 뭘 쳐도 비슷한 피로감을 느낄 거다.

 

청명한 소리 덕분에 타이핑을 하고 있으면 리듬을 타게 된다. 아마 사무실의 다른 에디터들은 이성의 끈 위에서 줄을 타고 있겠지만…

 

 

2. DUCKY SHINE 4 RED Edition

남자라면 레드

 

타입 적축

가격 155,000원

구매처 아이오매니아

 

영국 공중전화 박스가 생각나는 강렬한 레드가 눈에 띄는 모델. 게다가 당장 사야할 것만 같은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불빛이 반짝반짝 들어오는 LED키보드를 눈독들이고 있다면, DUCKY 키보드는 굉장한 유혹이 될 지도… 이 백라이트 모드를 여러가지로 설정할 수 있는데 누른 키캡 주변으로 불빛이 들어오도록 하면 내 타이핑의 궤적이 남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리포트의 손자취랄까?

 

키캡 색이 조금 달라 보인다면 그게 바로 LED

 

빨간색의 적축은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아 ‘리니어’라고 부른다. 비교적 소음이 적고 타이핑 할 때 나는 서걱서걱 하는 소리가 사과 깎는 소리처럼 듣기 좋다. 한창 타이핑하고 있으면, 가끔 건너편에 있던 에디터가 포크를 들고 다가올 정도다. 다만 모든 기계식이 그렇듯, 일반 키보드보다는 시끄럽다. 정말 조용한 키보드를 쓰고 싶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키보드 아래에 블루베리 주스라도 깔려있나

 

적축은 청축에 비해 키가 가볍다. 적당한 무게감으로 안정적인 타이핑을 할 수 있으니, 잘만 익히면 손가락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구름 타법 스킬도 익힐 수 있을 거다. 전반적으로 우직하고 기본에 충실한 키보드라는 느낌이 든다. 시끄러운 건 싫지만, 오래 타이핑을 해야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3. 제닉스 TESORO EXCALIBUR SPECTRUM

영롱하여라

 

타입 적축

가격 139,000원

구매처 제닉스 공식 홈페이지

 

마찬가지로 적축이지만 SHINE에 비해 키의 깊이가 얕아서 스프링의 반발력이 느껴진다. 소개팅 어플로도 실패한 밀당을 키보드랑 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통통 퉁기는 공간음이 들리는데, 굳이 설명을 하자면 ‘키음’이 높다. ‘딸깍딸각’보다는 ‘따각따각’. SHINE이 ‘미’라면 제닉스는 ‘솔’ 정도로 약간 더 경쾌하다.(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박진영 같아.) 사람에 따라 시끄럽게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자판을 치는 느낌은 좋다.

 

총천연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키보드

 

ESC가 방패모양이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스타크래프트2’가(물론 할줄 모르지만) 하고 싶어진다. 검은색 바디와 LED백라이트가 꽤 멋지게 어울린다. 화려한 총천연색이 청계천 등불축제처럼 범람하니, 문득 감성에 젖어 스페이스바를 따라 걷고 싶어진다.

 

밤에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

 

백라이트를 8가지 모드로 변경할 수 있는데 개별 키마다 LED를 지정할 수도 있다. 밤에 불 끄고 자판을 치면 DJ로 빙의할 수 있다. ‘오투잼’이 아직 살아있었으면 좋았을 걸!

 

 

4. 로지텍 Atlas Dawn G310(텐키레스)

아담하니 휴대가 간편하다

 

타입 Romer-G축

가격 139,000원

구매처 나노와이에스

 

역시 텐키리스 모델로, 게이머를 위해 탄생한 녀석이다. 생긴 것부터 우주정거장처럼 생겼잖아. G310은 로지텍이 일본 ‘옴론’사와 함께 개발한 Romer-G축이 탑재되어 있다. 기존 축보다 밝게 빛나며, 내구성이 높은 이 축은(백축 아님), 기계식 키보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하다. 일반 키보드보다 키 깊이가 1.5mm 얕아서 더 빠르게 키를 누를 수 있다고 한다. 하긴 이런 차이를 느낄 수 있다면, 아마 지금 홍진호의 자리엔 내가 있었겠지.

 

키캡이 U자로 움푹 파인 모양이다

 

여담으로, ‘안티 고스트’라고 해서 여러 개의 키를 동시에 눌러도 입력 오류가 나지 않는다. 최대 26개의 키를 동시에 눌러도 개별적으로 인식하는 놀라운 성능! 이나… 남자 둘이 어깨를 맞대고 테트리스를 2인용으로 하는 게 아니라면, 딱히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방향키를 잃을 염려가 없다

 

백라이트 밝기는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밤에 몰래 게임을 해도 키가 헷갈리진 않을 거다. 움푹 들어간 U자 키캡 덕에 손가락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손이 작은 사람에겐 이 언덕이 허들처럼 걸리적거리기도 한다고. 무게감은 적축과 비슷하나, 손가락을 얹기만 해도 키가 눌러질 것처럼 가볍다.

 

게다가 기계식 키보드라는 말이 무색하게 굉장히 조용하다. 크게 흥분하지 않는다면 시끄럽게 들릴 일도 없다. 롤 상대가 당신의 부모님 안부를 물어도, 옆방에 계신 부모님은 모르실 거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새벽반 게이머에게 추천, but 시험을 앞둔 새벽반 공부러에겐 개미지옥같은 녀석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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