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소셜데이팅 시대. 스마트폰으로 인연을 만나는 게 더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온라인 속 제한된 인간관계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인연을 만들 수 있으니,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

 

소개팅 어플이 사기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어플로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사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애인도 없고, 춥고, 혼자 먹는 밥도 지겹고, 심심하고… 그래서 체험기를 써보기로 했다. ‘기사니까 뭐’ 하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점수에 연연하며 액정을 사납게 두드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개팅 어플 종류는 생각보다 꽤 많았지만, 그 중 2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네 가지를 꼽아봤다.

 

1. 정오의 데이트

하루에 2명을 소개받는다. 모자이크 하니까 뭔가 이상하네

 

정오의 데이트를 하면, 매일 두 명의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 정오의 데이트라서 12시에 올 줄 알았는데 오후 1시에 도착한 건 좀 의아했다. ‘오후 1시의 데이트라고 해야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까. 소개받은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해서 프로필을 볼 수 있고, 나머지 한 명을 더 보려면 유료 아이템인 캔디가 5개 필요하다. 보고나서 마음에 들면 ‘관심 표현’을 할 수 있다.

 

비싼 것도 같은데 커피 값이라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기도

 

‘관심 표현’을 보내려면 캔디 20개 혹은 ‘관심표현 ~개월권’ 같은 정기권이 필요하다. 12시간이 지난 후 관심을 표현하려면 캔디가 40개(5.32$) 필요하더라.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나처럼 망설이지 말고 결제하자. 밥 한 번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 만남 외에도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3가지 있으니, 셀프 소개팅, 이상형 월드컵, 텔레파시 통통통이다. 이름 구려!

 

유독 슬픈 제목이 하나 보이네…

 

셀프 소개팅은 구인공고 올리듯 자신을 어필하는 자유게시판이다. 남녀 비율은 5대 1 정도. 그래서 여성의 게시물은 조회수도 높고 댓글도 많이 달린다. 전반적으로 외로움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게시판이라 오래 머물지 않고 금방 탈출했다.

 

재밌었다. 물론 이루어지진 않았다

 

이상형 월드컵은 이성 16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게임이다. 1등으로 뽑히면 상대에게도 연락이 간다. 어떻게 알았냐면 놀랍게도 나를 1등으로 꼽은 사람이 있었으니까. 1번 출전해서 1번 우승했다. 이래봬도 승률 100%다.

 

예선, 8강, 4강, 준결승을 거쳐 우승까지 도달한다만, 아마 누구나 그렇듯이 이미 예선 때 마음 속의 우승자를 정하고 있을 거다. 별 고민 없이 우승자를 정하고 1등으로 꼽은 상대 프로필을 보려고 하면, 캔디가 5개 필요하다. 그래. 여기서 돈을 써야하는 구만. 연락을 하고 싶은데 캔디가 없다. 무료 식사권 이벤트로 식전빵과 샐러드를 줘 놓고는, 메인디시 먹으려면 돈 내라고 하는 꼴이다.

 

텔레파thㅣ통통통으로 구원받았다

 

하지만 돈이 없다고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텔레파시 통통통’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세 가지 질문에 서로 같은 대답을 하면 메세지를 보낼 수 있다. 결국 확률은 3.7% 정도라는 얘기인데, 마침 대답이 겹치기 딱 좋은 질문들이다. 몇 번 안했는데 두 번 성공해서 채팅창으로 인사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아, 물론 인사를 주고받긴 했는데 그 다음 대답은 안 오더라…

 

채팅창을 열어서 프로필을 보려고 해도 캔디가 필요한데, 아깝다면 물어보면 된다. 돈이 없다면 열심히 텔레파시를 보낸 뒤 채팅창을 열자.

 

진짜 이렇게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총평 – 게임을 통해 연결시켜주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서 좋다. 디자인도 나쁘지 않고 여러모로 서비스에 신경을 쓰는 느낌이다.

 

2. 이음.

심성의껏 적었는데 프로필 심사에 꼬박 이틀이 걸렸다.

 

꽤 오래된 소셜데이팅 서비스로 알고 있다. 오후 12시 30분, 오후 6시 두 번 이성을 소개 받고 마음에 들면 OK권을 구매해 사인을 보내면 된다. 상대가 OK사인을 보내면 이름과 연락처를 알 수 있다. 다른 기능 없이 소개팅 자체에 중점을 두는 서비스다.

 

하루가 지나면 ‘어게인데스티니’를 구매하면 되고, 운명선택권 으로는 인기회원을 2명 소개받을 수 있다는데 성사된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아마도 소셜데이트 서비스 특성상 남자 회원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다.

 

이것만 사면 오케이 누를 수 있다

 

총평 –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매칭해주는 것 같다. 아닐 수도 있지만 모두 나와 비슷한 나이 대의 여자분이 나왔다. 다양하게 할 건 없지만 목적이 뚜렷해서 좋다.

 

3. 아만다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가까스로 통과했다!

 

아만다는 기존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성 30명에게 외모 평가를 받고 3점을 넘겨야 통과할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의 끝판왕이면서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알아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슬프게도 통과가 안 되면 아무것도 못한다. 외모를 평가받는다는 게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어느 정도 외모가 검증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다른 어플과 다르다. 물론 그 사진들이 전부 그들의 ‘가장 잘 나온’ 얼굴이라는 걸 반드시 기억하자.

 

그래서 나 역시 잘 나온 인생 사진 세 장을 올리고 평점 3.03으로 가까스로 통과했다. 내 외모가 학점보다 낮을 줄은 몰랐네… 허허.

 

역시 모자이크는 좀 이상하군

 

통과하면 새로 가입하는 이성을 심사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외모와 간단한 신상 정보를 보고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면 “넌 여기 오지마” 할 수 있는 거다. 공공장소에서 외모를 언급하기는 꺼려지지만 몰래 남의 외모를 평가하는 건 솔직히 조금 재밌었다. 

 

근데 여기 적힌 정보가 다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꽤 상세하게 적는 사람도 있어서 놀랐다. ‘정신병원에서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적은 사람을 봤다. 나는 ‘지옥에서 잡지사 근무를 하고 있다’라고 적으려다 말았다.

 

아만다에서 이성을 볼 수 있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매일 오후 8시에 도착하는 2장의 프로필 카드를 보고 ‘좋아요’를 보낼 수 있고 신입평가 때 4점 이상의 점수를 준 이성이 카드 목록에 남는데 일주일 안에 ‘좋아요’를 보내면 된다. 좋아요를 받은 상대도 좋아요를 눌렀을 때만 채팅창을 열 수 있는데 그때도 리본이 필요하다.

 

손연재도 아니고, 뭔 리본이 이렇게 많이 필요해.

 

오늘의 소개팅 이성에게 좋아요를 보내려면 리본 5개, 대화를 시도하려면 리본 15개가 필요한데, 신입심사에서 본 이성에게 보내려면 리본 15개, 대화는 30개(4.39$)가 필요하다. 채팅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좀 비싸…

 

리본 50개를 기본으로 받으니 하렘 체험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에 드는 이성 4명에게 좋아요를 보냈으나 답은 오지 않았다. 아주 조금 슬펐다.

 

만약 결제가 부담된다면, 신입 평가를 열심히 하면 된다. 신입 평가 10명당 1개씩 리본을 받을 수 있고, 무료 리본은 최대 하루에 4개까지 받을 수 있다.

 

총평 – 예쁜 사람 많다. 근데 연락은 안 온다.

 

4. 마카롱

그러는 너는 어플입니까?

 

캔디, OK권, 리본에 이어 본 어플의 화폐단위는 마카롱이다. 소셜 데이팅 앱 ‘마카롱’은 다른 앱들과 다르게 이성을 소개해주는 게 아니라 ‘사랑의 짝대기’라는 고전게임을 하루 1회 무료로 할 수 있다. 주 6일제 근무를 실시하던 시절에 하던 ‘사랑의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걸 했었지 아마.

 

서로가 지목당하면 채팅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지목 당해본적이 없어서 못해봤다. 채팅 해 본 분 있으면 경험담좀…

 

내 화살표 내놔 이것들아

 

‘캐치 마인드’라는 게임이 두 종류 있는데 위의 ‘텔레파시 통통통’과 비슷하게 세 가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면 성사된다. 당연하지만 대답을 하려면 마카롱을 사야 한다. 마카롱은 50개 3.99$에 구매할 수 있다. 그래도 진짜 마카롱에 비하면 싸니까…

 

퀴즈가 끝나고 불닭볶음면을 한 박스 주문했다.

 

이런 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해 만든 캐쉬 아이템이 ‘프리패스 골드’다. 사랑의 짝대기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고 ‘마카롱 TOP 20’이라는 인기 회원과 프리미엄 데이트, ‘운명의 데이트’코너를 이용해 호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29.99$만 내면 30일간 놀 수 있다니 꽤 합리적이지 않은가. 물론 가성비는 당신의 능력에 좌우되겠지만…

 

여기가 마카롱인가요 싸이월드인가요

 

‘커뮤니티’에선 고민 상담과 썸상담을 주고 받는데 20대가 겪는 생생한 연애고민이 꽤 진지하게 담겨있다. 이게 정말 순수하게 유저들의 고민이라면, 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에게도 좋은 정보처가 될 듯. 스마트폰을 썼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길고 정성스러운 고민을 볼 수 있다. ‘마카롱 슈퍼스타’ 라는 명예의 전당엔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솔직히 다 비슷하게 생겼다.

 

총평 – 데이팅 서비스보다 연애 커뮤니티화 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애정을 갈구하는 글을 잔뜩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마무리

 

체험은 해보았으나 어플 모두 결제 없이 성사되긴 힘들다. 진짜 연애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해보기엔 나쁘지 않다… 고 위로를 했다. 뭐, 어차피 다들 이런 거 재미로 하는 거잖아요? 하하하…

 

외로운 티를 못내겠다거나, 소개팅은 그만 하고 싶다거나, 너무 바빠서 시간이 잘 안 난다거나 하는 사람에게 소셜데이팅은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여자는 (나한테) 먼저 연락 안 하는 것 같다.

 

P.S. 혹시나 성사되어 오프라인 데이트를 하게 되면 후기를 올려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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