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내 친구의 꿈도 같다. 취업도 힘들고 앞길도 막막하니까, ‘게스트 하우스나 차려 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을 하면 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여유시간에 책도 읽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면 정말 좋겠지?’ 로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친구를 직접 찾아가 봤다. 친구야 너는 로망처럼 살고 있니?

 

게스트 하우스 주인의 하루

 

7:00-10:00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한다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전날 술 마시고 지저분해진 것들 치우고 아침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전날 술을 함께 마셨다해도 예외는 없다. 손님들이 일어나서 조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이 먹기도 민망하고, 아침에 바쁘게 손님을 대하다 보면 오히려 나는 아침식사를 거르게 된다. 체크아웃 시간인 10시가 다가오면 손님들을 한 명씩 보낸다. 손님들과 어젯밤은 어땠는지, 불편한 건 없었는지, 오늘은 어디로 갈 건지 계속 인사를 한다. 손님들이 모두 체크아웃을 하면 11시쯤이 된다. (벌써 일어난 지 4시간 째 ㅜ ㅜ)

 

+주의: 피곤한 티 내지 않기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얼굴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더라도 절대 피곤한 티를 내지 않아야 한다. 어제 술 마시고 늦게 자서 컨디션 안 좋아도 얄짤 없다. 손님들은 여행에 와서 즐거워하는데, 게하주인이 그 기분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분위기를 맞추는 건 당연하고 아침부터 무조건! 매일! 즐거운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

 


11:00 – 이불 청소를 시작한다


11시에 손님이 모두 체크아웃을 하면 미친 듯이 베개 피를 벗기고 사용한 수건을 주워서 세탁기에 넣는다. 방 곳곳을 걸레질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덮는 이불은 매일 햇빛 소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옥상 행이다. 그 무거운 이불 20개를 옥상으로 가지고 올라 갔다가 다시 침대로 가지고 내려와야 한다. 이불을 팡팡 털고 다음 이불을 너는 과정을 반복하고 방청소를 마치면 보통 4~5시쯤이 된다. (더러운 이불이 있어서 부분 빨래를 해야 한다면 더 오래 걸린다) 솔직히 혼자 하긴 무리지만, 사람을 쓰면 인건비가 많이 들고 수익에서 깎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주의: 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불은 온갖 게 다 나오는 요술창고다. 머리카락, 코딱지, 먼지, 쉬야, 심지어는 똥까지. 보통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변기 커버를 들어 올리면서 느끼는 공포감을 매일 아침 이불을 걷으면서 느낀다. 게스트 하우스의 위생은 평가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불을 매일 관리하는 건 이젠 당연한 일! 하지만 멘붕 3종 세트(토, 쉬, 응가)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된다. 아직 나는 실물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옆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술에 취해 똥을 싸고 이불로 덮은 후 도망가신 손님이 있었다고.

 

 

+중간 중간 손님을 맞이한다

 

체크인은 3시부터다. 하지만 보통 손님들은 짐을 맡기러 12시 쯤부터 오기 시작한다. 청소를 하고 있는 도중에도 당연히 손님들이 온다. 그 손님들이 짐만 딱 맡기고 여행을 하러 가는 건 아니다. 화장실도 가고, 머리도 감고, 게스트하우스 구경도 한다. 그리고 오늘은 어디를 여행하는 게 좋은지, 교통편은 무엇이 좋은지 물어본다. 처음 만난 손님에게 도시를 설명해주는 건 즐겁다. 하지만 중간중간 손님들은 계속 오고 청소는 방해 받고, 이렇게 조금씩 날아가는 시간은 다 내 쉬는 시간이다.

 

 

~17:00 화장실 청소 밑 실외 청소


방 청소가 끝나면 화장실, 주방을 청소한다. 부엌 가스렌지, 식탁, 창고 계단까지 모두 청소를 하면, (아직도) 실외청소가 남았다. 혹시 밖에 어제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이 버린 쓰레기가 있는지 살펴본다. 게스트하우스 주변 전봇대, 구석진 곳을 둘러보면 꽁초가 거의 100% 확률로 발견되니 치운다. 들어오면서 대문 앞, 마당, 현관 등을 정리한다. 오후 5시쯤 청소가 모두 끝나면 손님들이 오기 전에 밥을 먹는다.

 

+주의: 화장실 귀퉁이 곰팡이, 음식물 쓰레기를 놓치지 말 것
왠지 온종일 청소만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하는 집안일은 평소에 본인이 하고 있던 가사노동의 100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처럼 평소에 자기 방도 치우지 않던 사람이 게하 주인이 된다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스트하우스는 잠시 들렀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자고 가는 곳이니까 구석까지 눈에 띄게 마련이다. 구석에 있는 먼지, 화장실 귀퉁이에 있는 곰팡이, 부엌의 음식물 쓰레기 하나도 허투루 둘 수 없다.

 

 

17:00~20:00 휴식 및 손님 맞이


밥을 먹고 좀 쉬고 있다 보면 저녁을 먹은 손님들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온다. 손님들은 정말 다양하다. 그래도 손님들은 대체로 게스트 하우스에 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쭈뼛거리며 어색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나서야 한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파악해 사람들을 연결시켜 주고, 혼자 여행을 온 손님은 다른 분과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여기서 필요한 능력은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거다.

 

+주의: 예약전화 받기
하루 종일 예약 전화가 온다. 20명 정도 수용하는 게스트하우스 기준, 매일 100통 이상의 전화를 받는다. 하루 중에 쉴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오후 5시~6시)인데, 쉬거나 좀 자려고 해도 예약전화가 계속 온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밤에도 손님에게 전화와 문자가 오는데, 답을 바로 해줘야 하니까 알람 소리에 자동 반사하게 된다. 블로그, 구글독스, 전화, 문자, 에어비엔비 등 여러 통로로 예약을 받으니까 휴대폰을 수시로 체크하는 건 덤이다.

 

 

20:00~23:00 파티


8~9시쯤이 되면 보통 치맥파티를 한다. 여행 온 사람들이 9시에 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제안해서 간단하게 술을 마시게 된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얘기 나누고, 서로에게 여행정보를 얻기도 한다. 파티는 23시쯤에 끝내려고 노력하지만,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때 내 역할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게 신경을 바짝 쓰며 분위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주의: 만취 피플들
술을 마시면 사람들이 원래의 모습과 달라진다. 여행을 와서 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여서인지, 취하는 손님이 왕왕 있다. 여기서 자기 주량을 처음 확인하는 사람도 많다. 술을 마시면 더 마시려고 하는 사람들은 잘 시간이 지났는데도 더 놀게 해달라고 징징거린다. 시끄럽기도 엄청 시끄럽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이런 일이 거의 매일 일어난다는 거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은 분위기 맞춰서 매일 술을 마시고, 분위기를 책임지고, 매일 술 마신 사람들의 진상을 받아 줘야 한다. (휴우) 나에게는 일상인데, 그 사람들에게는 여행이니까.

 

12:00~ 취침

 

12:00시에 손님들에게 소등을 부탁한다. 소등을 하지 않으면 술을 마시고 시끄럽게 하거나 다른 손님들께 방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빠르면 1시, 대체로 2시에 잠이 든다. 잠이 너무 부족해서 눕자마자 잠이 드는데, 술을 몰래 방에 갖고 들어가서 마시는 사람, 새벽에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오는 사람 등 계속 신경 써야 할 일이 밤에도 생겨서 깊게 잠을 잘 수가 없다.

 

+주의: 토는 누가 치우나, 내가 치우지!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되면 다른 사람이랑 같이 지내는 배려심이 모자란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밤늦게 들어오면서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자기 기분만 생각하면서 다른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 말이다. (뜨끔) 자다가 새벽에 우웨엑-! 소리가 들리면 그 방에 가서 청소를 한다. 새벽 3시에 환기를 하고 남의 토를 닦고 있으면 ‘내가 왜 잘 다니던 직장 놔두고 여기 와서 남의 토나 치우고 있나’ 생각이 든다.

 


P.S. 게스트하우스 주인에 대한 오해

게스트하우스 주인에 대한 오해들! 직접 물어 봤다.

 

1. 비수기 땐 길게 여행도 가고 편히 쉴 수 있다?

비수기 때 여행? 가능하긴 하다. 여행비용+비수기 수익을 성수기 때 다 벌어 놨다면 말이다. 성수기 때는 사실상 휴일이 없다. 방학 때가 보통 성수기라고 하면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해야 한다. 사실상 휴일이 없다. 성수기(여름방학, 겨울방학) 끝나면 몸무게가 2~3kg씩 빠져있다. 손님이 적게 오는 날이나 안 오는 날은 편해야 하는데 돈을 못 번다는 생각을 하면 편하게 놀지도 못한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이려면 비수기 때도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여행을 다니기도 쉽지 않다.

 

2. 혼자 있고 책 읽을 시간이 많다?

게스트가 있을 때 계속 게스트를 돌봐줘야 하니까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내가 사람을 진짜 좋아하는데, 사람한테 치이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한 명과 대화를 끝내면 다른 한 명과 대화를 시작한다. 적어도 성수기에는 혼자 있을 시간, 책 읽고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간도 마찬가지. 집이 곧 직장이니까 내 공간이 따로 없다.

 

3. 금수저다?

게스트하우스로 수익을 내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대형화된 게스트하우스여야 수익을 내기 쉽다. 30~50명 이상 돼야 사업적으로 가치가 있는데, 그만큼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야 한다. ‘나처럼’ 돈이 없어도 가능하긴 하다. 적은 돈으로 시작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돈을 빨리 벌기 힘들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여러분, 저는 아주 아득바득 살고 있습니다용.

 

 

illustrator liz

edi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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