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해서 안 읽었다고 하기도 민망한 베스트셀러들. 워낙 자주 언급되니 한 번쯤 읽을까 싶은데 막상 엄두가 안 나시죠? 그런 분을 위해 대학내일이 대신 읽고 요약해 드립니다.
이것만 알아도 중간은 간다! <김혜원의 베스트셀러 겉핥기> 이번 주 작품은 방황하는 전 세계 청춘들의 마음을 저격한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입니다.
이 책은 거의 청춘 필독서죠. 일본에서는 “<상실의 시대>를 읽지 않은 사람은 일본인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후반에 출간됐는데, 한국 출판 사상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랭크 되어 있어요.
하루키는 이 소설을 “격렬하고 조용하며 슬픈 100%의 연애소설”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렵게 말하면 ‘70년대 일본 전공투 시대 청춘들의 고독, 상실감을 그렸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하면 한 청년의 연애담이라는 거죠.
소설은 주인공 와타나베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그에게는 기즈키라는 유일한 친구가 있습니다. 기즈키는 자신의 여자 친구 나오코를 나(와타나베)에게 소개해 줘요. 셋은 곧잘 어울려 놉니다. 어느 날 갑자기 기즈키가 자살을 하기 전 까지요. 기즈키의 자살로 평화롭던 셋만의 작은 세계는 붕괴됩니다. 유일한 친구를 잃은 와타나베는 와타나베대로, 애인을 잃은 나오코는 나오코대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죠.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던 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재회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와타나베는 “죽은 친구의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오코와 만나요. 나오코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기즈키고, 자신은 대역일 뿐이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위태롭게 만나던 둘은 나오코가 스무 살이 되던 생일, 섹스를 합니다.
제가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었을 때 고등학생이었는데, 사실 좀 놀랐어요. 너무 야릇해서. 이 소설이 발표된 직후에도, 적나라한 성 묘사에 대한 논란이 실제로 있었고요. 이에 대해 작가 하루키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섹스는 인간과 인간을 맺어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요. 실제로 작품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하루키 소설 속 섹스는 상대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섹스인 경우가 많아요.
다시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섹스 직후 나오코는 충격을 받고 휴학을 한 뒤 요양소로 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 이후 이들은 더 이상 섹스를 하지 못해요. 나오코의 몸이 와타나베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든요.
왜 스무 살을 맞이한 날에만 섹스가 가능했을까. 우리는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나오코가 나(와타나베)를 기즈키 대신으로 생각하고, 나와의 섹스를 통해 기즈키의 기억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한 것으로요. 섹스를 통해 기즈키와의 관계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랬는데 결국 실패한 거죠. 그 이후 나오코의 인생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고, 결국 깊은 숲 속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합니다.
나(와타나베)에게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여자가 있는데 바로 미도리입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봄을 맞아 세계로 갓 뛰쳐나온 작은 동물처럼 싱그러운 생동감’이 있는 여자예요. 하루키 소설 속 고독에 빠진 주인공들은 다른 인물 간의 관계에 따라 자신을 성장시키거나 수정해 가면서 자아를 찾는데요. 나오코와의 무겁고 어려운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성장 중인 나(와타나베)에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한 여대생 미도리의 등장은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합니다.
<상실의 시대>를 읽지 않은 사람도 이 ‘봄날의 곰만큼 좋아해’ 부분은 들어서 알고 있을 거예요. 작품 속 묘사에 의하면 잘생기지도 않았고 딱히 특별한 점도 없는 나(와타나베)를 여자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좋아?”라는 질문에 저런 표현을 할 줄 아는 남자라면 여자들이 혹 할 만하죠.
미도리와의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애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동시에 하루키가 ‘대사’를 얼마나 잘 쓰는 작가인지도 보여주죠. 딸기 쇼트케이크에 대해 이야기하는 짤막한 대화만으로 독자에게 미도리라는 인물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하루키는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가에요. 하루키 마니아로 유명한 임경선 작가처럼 “이 세상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라고 찬사 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그저 그런 통속적인 연애 소설이나 쓰는 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어요. 특히 <상실의 시대>는 흔해 빠진 러브 스토리라는 혹평을 받았죠.
여담이지만 하루키는 올해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거의 매년 이름만 올리고 있어요. 오죽하면 문학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디카프리오는 오스카 상 후보에’만’ 매년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죠.) 어쨌거나 하루키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작가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독자 개개인이 내리기 나름이겠죠.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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