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란 이름은 몰라도 눈이 하얗게 쌓인 언덕에서 ‘오겡-끼 데-스까’를 외쳐본 사람은 많을 거다.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이 24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짐 캐리가 눈 뜨는 익숙한 오프닝이 영화관 스크린에서 나올 때 울 뻔 했다) 재개봉 열풍이 부는데 힘입어 국민영화 <러브레터> 역시 10년 만에 재개봉한다.
12월 10일부터 22일까지 <러브레터>의 감독 이와이 슌지 기획전이 열린다. 국내 미개봉작을 포함, 총 12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솔직히 <러브레터>는 알아도 <스왈로우 버터플라이>, <뱀파이어> 같은 영화들은 생소할 거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러브레터>를 좋아하는 당신이 꼭 봤으면 하는 슌지아저씨의 사랑스러운 영화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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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클래식>
잔잔하게 남는 여운이 매력적인 영화다. <4월 이야기>는 대학생이 되면서 도쿄로 상경한 주인공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큰 사건은 없지만 벚꽃 비가 내리는 봄의 도쿄와 짝사랑하는 선배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새내기의 모습이 그저 아름답다. 우리에게 잠깐 머물고 지나간, 모든 게 서툴고 낯설던 ‘첫 4월’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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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클로버>,<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
*아오이 유우를 좋아한다면 아묻따 예매하자. 영화의 모든 장면이 그녀의 리즈 시절이다.
아오이 유우의 종이컵 발레 신으로 유명한 바로 그 영화. 여고생 하나와 앨리스의 성장기로, 절친인 두 사람이 같은 남자를 좋아하다가 삼각관계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와이 슌지는 서정학이라도 전공을 했는지 영상, 음악 모두 서정서정해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도 저렇게 풋풋했으려니…하고 미화하며 미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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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한공주>
사람의 마음 속에도 착한 ‘나’가 있고 못된 ‘나’가 함께 있는 것처럼 이 감독의 영화 세계 역시 블랙 이와이와 화이트 이와이로 나뉜다. 앞서 말한 <러브레터>,<하나와 앨리스>가 소녀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화이트 계열이라면, 이 영화는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가진 블랙 계열이다.
모든 이의 10대가 마냥 솜사탕 같지는 않았을 것.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왕따를 당하고 또 가해자가 되는 10대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구타를 당하고 벌거 벗겨진 상황에서 생각하는 것은 오직 ‘릴리슈슈’라는 가수의 음악 뿐. 그가 좋아하는 여자도, 곁에 있는 친구도 서로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릴리슈슈의 노래를 함께 듣는 것이 그들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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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몬스터> 혹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와이 슌지는 시작부터 ‘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언두>는 감독의 데뷔작으로, 영화를 만들기 전 CF감독이었다는 걸 증명하듯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한다. 근데 내용은 좀 난해하다. 커플이 등장하는데 남자는 키스를 하다가 여자가 교정기를 빼고 나니 어색하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여자는 속박강박증에 걸리는데, 책, 키우던 거북이, 그리고 자신마저 실로 묶는다. 쓰고 보니 더 또라이같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빨려들어 계속 집중해서 보게 되는 마력이 있다.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는 국내에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상영한다. 93년의 TV 드라마이다보니 요정 컴미를 지금 보는 것처럼 촌스럽다. 하지만 사춘기 이전 소년 소녀들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방식은 전혀 촌스럽지 않다. 이와이 슌지는 연애든 우정이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이와이 슌지 기획전
12월 10일부터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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