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충만했던 사춘기 시절, ‘사랑’을 할 수 없었던 나를 달래준 건 8할이 미소녀였다. “혼자 있고 싶어요. 다 나가 주세요”라며 밤새 눈이 주먹만 한 미소녀 게임에 심취했다. 2D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고, 그림체를 보고 이성을 판단하는 걸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 흑역사를 온전히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지 10년이 지났다. 헌데, 요즘 듣자하니 남성이 아닌 여성을 타깃으로 만든 미소년 연애 게임이 유행이라는 얘기가 들렸다. 게다가 ‘소액결제’라는 무분별한 시스템으로 여학생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고 있다고.

 

한 때 소문난 덕력을 자랑하던 에디터가 호기심 반, 책임감 반으로 직접 미소년 연애 게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내 여동생을 현금결제 영수증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마음으로!

 

 

남친만들기 발렌타인데이 에디션

 

초콜릿 운운하기엔 좀 늦은 계절이지만, 타이틀 속 꽃을 든 로맨틱 가이가 오늘 밤 꽤 성공적으로 나의 마음을 자극했다. 이 녀석부터 해 보자.

 

저거 막 샤기컷 울프컷 이런 거 아니냐?

 

사실 비주얼은 좀 실망스럽다. 이 얼마나 90년대 서구적인 분위기의 일러스트인가. 왠지 심즈를 2D로 만든다면 이런 비주얼일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초등학교 때 여자애들이 갖고 놀던 종이인형 같기도 하고, 동대문 종합상가 마네킹 같기도 하다.

 

남친계약조건 1. 욕은 절대 사절

 

굳이 참신한 점을 찾자면, 이 남자가 1인 채팅 프로그램인 ‘심심이’의 API를 탑재하고 있다는 것. 옷 갈아입히고 머리 바꾸고 하는 일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이 남자와 채팅을 하는 일이다. 얘기하고 있자면 뭔가 답답하다. 로맨틱한 남자친구를 원했건만 말투가 너무 심심하고 딱딱하달까. 시덥잖은 농담이나 주고받고 있자니 개발자랑 채팅하는 기분이다.

 

이런 암세포같은 남친을 봤나

 

혹시나 해서, 이러면 안 되지만, 야한 얘기를 건네 봤다. 그래도 꼬박꼬박 대답은 해 주는데, 초딩들이 심심이에 업로드한 무지막지한 저렴한 섹드립이 마구 쏟아졌다. 이런 남친은 안 만드는 게 낫겠다. 정말 대충 만들었구나. 실망한 나는 가차없이 앱을 종료했다.

 

이런 이상형을 가진 분에게 추천합니다!

– 로봇 같은 무뚝뚝한 남친이 좋다면.

– 존댓말과 반말을 혼용하는 매너남이 좋다면.

– 야한 농담을 즐기는 남자가 좋다면

 


 

21일 남친 만들기

 

설마 모든 미소년 게임이 다 이따구일까 싶어 다음 게임을 실행했다. 제목이 비슷해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적어도 타이틀이 방금 전처럼 허접하진 않다.

 

일단 주인공은 여고생. 학창시절의 로맨스를 자극하려 했거나, 아니면 정말 여중/여고생을 타깃으로 잡은 게임일까 싶다. 게임의 룰은 단순하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교 곳곳에 서식(?)중인 남친 후보생들을 만나 친밀도를 쌓는 게임. 전형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나름 2D라고 초상권을 침해한 건 아닌가 보다.

 

그런데 등장하는 남친 후보생들의 이름이 수상하다. 윤도준, 임시원, 박재헌, 윤성제, 그리고… 클로드 태미도르(탬)는 뭐야. 눈썰미가 있다면 알아챘겠지만, 전부 10대들에게 인기있는 아이돌 멤버의 이름을 살짝 개명한 이름이다. 게다가 일러스트는 대놓고 당사자들을 그려 놨다.

 

이렇게 대놓고 호감을 표현한다. 표정 이상해.

 

시작부터 남자들이 적극적이라 나름 흡인력이 있다. 다섯 명의 남자들 모두 주인공 여고생을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다는 설정이다. 즉, 입맛대로 골라서 사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말 중간에 카톡이 온 줄 알았다. 꽤 현실감 있는 시스템.

 

썸을 타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날 때마다 더 잦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감정의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 아무리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의 반응이다. 왠지 모르게 내가 아이돌 멤버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팬질 하는 건가…

 

현질을 유도하는 상점이 있지만, 딱히 필요한 건 아니다.

 

개발자들도 돈은 벌어야 했는지,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이 있다. 특정 이벤트, 예컨대 중요한 데이트를 하려면 아이템을 써야 한다던가, 호감도를 높이는 데이트 의상을 구매한다던가 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굳이 현질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잘생긴 연예인과 연애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 학창시절의 로맨스를 다시 한 번(혹은 처음으로) 느끼고 싶다면

– 그나마 게임다운 게임을 해 보고 싶다면.

 


 

츤데레 남친 Plus

 

원래 연애할 때 정신없이 문어발식 확장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사실 그럴 능력도 없다.) 1대1로 담백한 연애를 선호하는 나는, 좀 더 현실적인 게임을 찾기로 했다. 소싯적 웃으며 귀싸대기를 날린다는 ‘츤데레 미소녀’에 심취한 적이 있는지라 본 게임에 끌리기도 했고. 과연 남자 츤데레도 매력이 있을지. 제가 한 번 사귀어보겠습니다.

 

아주 감사하게도, 이 게임은 “이미 넌 남친이 있어”라는 설정을 갖고 시작한다. 일단 남친을 만들어 주고 시작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너 나랑 왜 사귀니?

 

스토리 진행이랄 게 별로 없고, 터치를 할 때 마다 남자가 말을 한다. 근데 스토리도 없고 맥락도 없다. 그저 츤데레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구사하고 있을 뿐이다. “아파? 이 약 먹어. 길에서 주웠어.”, “딱히 네가 좋으라고 이러는 건 아냐”라니, 이 얼마나 진부한가. 중2병 남자애들이 츤데레 컨셉을 잡고 싶을 때 교과서로 쓰면 좋을 것 같은 수준이다.

 

주의: 후술할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짓말! 거짓말이지 형! …아니 오빠!

 

한창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흥겹던 배경음악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얘기가 “미국에 계신 아버지가 과로로 쓰러지셔서, 가업을 이으러 가야 한다”는 것. 오늘 나(플레이어)와의 데이트가 마지막 만남이란다. 바쁜 연인은 슬퍼할 겨를도 없다더니. 남친 만들어 주고 시작할 때부터 수상하다 싶었는데, 어플 켠 지 10분 만에 차였다.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뭐, 이건 개발자의 속마음이냐?

 

그러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츤데레 모드를 고수했다. “돌아왔을 때, 내가 더 갖고 싶은 여자가 될 수 있도록 변해 있길 바래” 아니, 난 이 게임 지울 건데?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막장 드라마가 취향이라면

– 싸가지 없는 말투에 애정을 느낀다면

– 말 하는 게 귀찮아서 듣고만 있고 싶다면

 


 

7명의 서방님들과 뒤죽박죽 계약동거!

 

츤데레 남친을 SD카드에서 삭제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역시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 놈에게 올인하기보다는 문어발식 확장이 필요하구나.” 언제 이 남자가 나를 떠나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리고 미소년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정체성에 불안을 느꼈다.

 

그래서 실행했다. 무려 7명의 미남이 등장하는 게임! 확실히 수입산 일러스트라 그런지 가장 ‘미남’에 가까운 그림체다. 좀 느끼하긴 해도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면상과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니, 액정 밖 소녀들 여럿 홀렸겠구나 싶다.

 

UDH-1988 7명의 남편과 한 집에서.avi

 

스토리도 매우 만화스럽다. 평소처럼 집에서 잠을 취한 주인공은, 깨어나 보니 자신이 7명의 훈남들이 살고 있는 대 저택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훈남들은 주인공에게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넌 나의 마누라”

 

총 재산 210조 원이라니, 국방 예산이냐

 

의사, 변호사, 록 뮤지션, 천재 영화감독, 집사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7명의 훈남들이 “그녀는 내 부인이야!”라고 툭탁거리는 장면은 정말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분명 내 폰은 갤럭시 노트였는데, 액정이 휘어진 G플렉스로 변하고 있었다.

 

주의: 후술할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현질 유도하지 마라. 뭘 뽑게 하는거야.

 

이후 주인공이 대 저택에서 살게 된 이유가 밝혀지는데, 알고 보니 사업 실패로 40억의 빛을 진 부모님이 갑부집 아들내미한테 딸을 팔게 된 것. 돈으로 딸을 팔아넘긴 부모나, 5억씩 갹출해서 부인을 공구한 훈남들이나 전부 제정신이 아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신데렐라 스토리에 심취해 있다면

– 연애 스타일이 대기업스러운 문어발식 확장이라면

– 남자 볼 때 그림체를 가장 먼저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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