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은 나와 스마트한 디지털 기기와 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은 나와 스마트한 디지털 기기와 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남자친구와 얼마 전 헤어졌다. 그동안 페이스북 프로필은 ‘연애 중’이었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연인과 함께였다. 핸드폰에는 커플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인 ‘비트윈’을 깔았다. 둘만의 대화와 사진들이 쌓여갔다. 기념일 선물과 데이트 코스에 관한 대화도 ‘비트윈’에서 이뤄졌다.

 

그러다가 헤어졌다. 많이 들어봤겠지만, 성격차이 때문이었다. 나를 사랑에 빠지게 했던 그의 성격은, 이별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점 하나만 찍으면 ‘님’도 ‘남’이 된다던 말, 노랫말이 아니라 내 얘기였다. 돌아서고 나니 관계를 정리해야겠는데, 디지털 흔적이 내 발목을 잡았다. 우선 ‘비트윈’을 탈퇴하려고 했다. 그런데 계정을 탈퇴하려면 그놈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늘 ‘자동 로그인’으로만 접속했던 나는 비밀번호를 잊어버렸고, 계정을 탈퇴할 수도 없었다.

 

다음은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연애 중’이란 팻말을 내렸다. 그 사람과 같이 찍었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바꾸었다. 이젠 휴대폰 사진첩 차례. 오! 그런데 사진첩만 지운다고 끝이 아니었다. 자동 백업 설정이 되어 있는 ‘아이 클라우드’에 들어가서 다시 한 번 사진을 지웠다. 또한 자동 백업이 되어 있던 ‘네이버 클라우드’에 들어가서 세 번째로 사진을 지웠다. 내가 저런 서비스에 동의한 적이 있었나?

 

어쨌든 내게 세 번이나 추억을 강제로 소환해준 ‘애플’과 ‘네이버’에 경의를 표하며…. ‘비트윈’의 비밀번호를 힘겹게 찾아낸 뒤에야 계정을 끊을 수 있었다.

 

드디어 다 지웠다. 씩씩하게 살아가야지, 굳게 마음먹었는데 후폭풍이 왔다.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은 나와 스마트한 디지털 기기와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페이스북과 비트윈과 카카오톡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몰래 추억만 보고 싶은 나와 상대방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디지털 기기와의 싸움에서 나는 항상 졌다.

 

채팅방을 나가버리면 대화들을 다신 복구할 수 없다는데. 고맙게도(?) ‘비트윈’은 한 달 내에 상대방과 내가 둘 다 복구를 허락하면 추억이 복구된다고 답해줬다. 하지만 상대의 동의가 필요하고, 한 달이 지나도 복구를 안 하면 모든 추억은 그대로 사라진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의 우리는 추억에 대한 주권도 없나 싶어 서러웠다.

 

헤어진 지 일주일이 지난 날. 여러 곳에서 호되게 깨졌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울면서 그 사람의 번호를 찍어 전화를 했다. “삐-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통화음을 듣고서야 헤어졌다는 사실이 와 닿았다. 나는 이제 세상에서 혼자구나, 그런 사실이 떠올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5살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디지털 공간이든 현실에서든, 내가 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정말 헤어진 것이다.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그녀는 곧 내가 있는 곳으로 와줬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말했다. “새로운 사람도 만나봐야지. 더 좋은 사람 만나서 보란 듯이 예쁘게 만나는 게 제일 큰 복수야.” 그리고 우리는 꼭 껴안고 잠을 잤다.

 

친구가 내 입에 물려준 닭다리, 그리고 나에게 나눠준 체온. 똑똑한 인터넷 검색창에서 뭐든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단 따뜻한 포옹의 힘이 훨씬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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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리는? 

이제 구글 검색도 안하고 페북도 안 들어가고 카톡 프사도 안 봅니다. 

잘 살게요.

 

 

Freelancer 김주리 chhieut@naver.com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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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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