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이슈가 달궈지는 곳에선 늘 논쟁이 뒤따른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논쟁은 진짜 ‘내 생각’이 아닌, 특정 여론의 프레임 안에서 이뤄진다. 고급진 어휘로 포장하면 ‘쏠림 현상’, 싼마이 느낌으론 ‘냄비 근성’.
어찌 됐든 누군가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연예인이든, 네티즌이든 좀 더 예쁘게 비판할 순 없을까. 무논리와 인신공격 범벅인 지금의 댓글창은, 눈 뜨고 보기에 몹시 불편하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먹잇감을 발견하는 첫 단계부터, 배설 후 무책임하게 발을 빼는 망각의 단계까지. 미성숙한 분노에는 10단계의 과정이 수반된다.
1) 이슈 발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뜨는 이슈를 발견한다. 노잼일 것 같지만 트렌드에 뒤떨어지면 안 되니 한번 보기로 한다. 물론 본문을 다 읽진 않는다. 제목만 읽어도 딱~ 견적 나오니깐!
2) 댓글 스캔
“뭐라? 아이유가 롤리타 컨셉을 의도적으로!?” 대박, 그랬구나. 더 읽어볼 것도 없다. 바로 댓글로 넘어간다. 예상대로 댓글 창이 왁자지껄하다. 관람자의 자세로 키보드 워리어들의 싸움을 구경한다.
3) 팔랑귀 오픈
조롱과 욕설로 댓글창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동공을 휘어잡는 베스트 댓글이 있으니. 음, 저 자가 여론을 이끄는 자로다. 이렇게 ‘좋아요’를 많이 받은 걸 보니 아무래도 배우신 분! 왠지 나도 저 분과 처음부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4) 주체성 상실
나는 노 없는 뱃사공이요, 그저 여론의 흐름을 따라갈 뿐. ‘쟤가 연예인 딸이라서 캐스팅 됐다고? 와! 인생을 그렇게 쉽게 사냐. 아, 사실 그런 게 아니라고? 그래, 설마 금수저라고 캐스팅 됐겠어~?’ 사색과 주체성은 벗어던지고 팔랑귀를 날개 삼아 저 하늘 끝까지 날아가보자.
5) 분노 발생
내 안에서 분노가 용솟음치고 있어! 왜 화가 나는지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다들 그렇다니 나도 화가 난다…. 고민하는 시간은 3초면 끝. 역시 선 분노, 후 생각이지. 여론을 등에 업고 다 같이 으르렁 으르렁대~.
6) 냄비 근성 승차
분노를 등에 업었다면 그 다음으로 우리가 잘하는 게 뭐겠어? 어떤 일이 있을 때 흥분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냄비 근성 아니겠는가. 주체 못할 분노라는 액체가 나라는 냄비 속에서 팔팔 끓는구나.
7) 혐오 현상 동조
넘치는 분노와 싫음의 강도가 여기서 그쳐선 안 될 것 같다. 한 발 더 나아가 ‘극혐’이라 말하는 게 더 좋지 않겠어? 말도 재밌고, 극혐이란 두 글자 갖다 붙이는 거 어려운 거 아니잖아. 새로운 접미사라 생각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대상 뒤에 ‘극혐’을 달아보자, 낄낄.
8) 존중과 예의 망각
이미 대상에 대해 미움을 넘어 혐오의 단계까지 간 상황. 존중과 예의가 뭐임? 사건의 본질을 넘어 가족 신상도 털고, 고향 갖고도 트집 잡아서 마구 헐뜯어보자. 그래야 내가 이기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드니깐!^^
9) 소통 거부
진실의 옳고 그름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이와는 대화를 거부한다. 내 논리와 의견을 지적하는 자에게는 극혐 에너지를 담은 필살 무기로 응수해준다. “아주 10선비 납셨네, 알바냐?”
10) 망각
끓어올랐던 대상에 대한 분노는 이슈가 시들해짐과 동시에 사라진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욕할 사건 사고는 차고 넘치는 법이니. ‘그런 사건이 있었음? 내가 화냈었나? ㅈㅅ 까먹음.’
Reporter 남세현 최효정 namsh1990@gmail.com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거침없이 남을 비난하기 전, 먼저 자신을 살리는 법부터 찾아야 한다.” 예의와 논리 없는 엉성한 비판은 나란 사람의 가치를 한없이 깎아내릴 뿐이다. 그래서 「대학내일」이 준비한, 잘 비판하는 7가지 방법.
Step 1. ‘그냥’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나폴레옹 힐이 말하길 “다른 사람을 반드시 비판해야 한다면, 그 내용을 말로 하지 말고 물가 모래밭에 쓰라”고 했다. 하지만 모래밭에 끼적거리고 말기엔 복장이 터질 것 같다면, 생각을 말로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 ‘그냥’이라는 이유뿐이라면 다시 모래밭으로 돌아가는 걸 추천한다. 미움 받을 용기도 좋지만 미워해야 할 때에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냥’ 이라는 두 글자는 비판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으로 맘에 들지 않는 이유’가 명확히 존재할 때, 비로소 비판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나조차 싫은 이유를 모르는 비판은, 상대의 반박에 금세 밑천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비판할 논거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 후에, 날 선 목소리를 내도 늦지 않다.
Step 2.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
살면서 작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시험 볼 때 커닝 페이퍼 한 번 정도는 다 만들어봤지 않는가. 하지만 대중의 시선 속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공인들에게는 잘못의 경중을 떠나 일단 욕부터 하고 본다. “아니, 어쩜 저렇게 몰상식해”, “저게 사람이 할 짓이야!?”
티비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도 모든 죄에서 자유로운 성인군자가 되지 못하는데 말이다. 우리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는 잣대를 들이대 하나의 잘못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하물며 연예인은 엄밀히 말하면 공인도 아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람들일 뿐. 나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만 엄격한 모순적인 사람이 되진 말자.
Step 3.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비판해야 한다
인터넷과 SNS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정보를 빠르고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채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온라인상의 정보를 단지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에만 ‘의존’하게 된다. 이때가 바로 의미 없는 비판이 쉬워지는 지점이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비판하기보다는, 댓글과 이슈화에 휘둘려 마치 내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기 쉬워진다.
집단 동조 현상을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로 ‘제3의 법칙’이 있다. 한두 명이 특정한 행동을 똑같이 하는 것은 아무 영향도 주지 않지만, 그 수가 셋 이상이 되면 ‘집단’이란 개념이 생겨 주변 사람들도 동조하게 된다는 것. 길을 가는데 만약 세 명이 멈춰서 하늘을 보고 있다면, 그 주변 사람들도 멈춰서 같이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도 혹시,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남들을 따라 하늘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Step 4. 싫어하는 마음에도 시간과 정성을 들이자
벤자민 프랭클린은 “비판, 비난, 불평하는 것은 어느 바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 확실한 의견 없이 ‘그냥’ 싫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그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오로지 감정에만 기초한 비판은 에너지와 시간만 소모될 뿐이다.
대상을 비판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내가 그것을 어떤 이유로 싫어하는지, 그 이유가 타당한지, 어떤 표현을 써야하는지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한다. 성의 없는 비판은 비판의 대상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큰 손해를 끼치게 되는 법. 좋아하는 마음에만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게 아니다. 싫어하는 마음에도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이자.
Step 5. 비판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
비판의 범위를 좁히지 못하고 보이는 대로 싸잡아 손가락질하려 한다면, 세 살 배기의 칭얼거림과 다를 바 없어진다. 최근 발생한 한 가수의 사건을 되짚어보자. 네티즌들은 처음 제기된 이슈를 넘어 사람 자체를 문제화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지금까지 뮤지션으로서 밟아온 모든 행보를 범죄의 굴레로 규정해 비난했다.
앨범 파기와 활동 중지의 서명운동까지 진행됐지만, 비난의 출발은 특정 곡 하나였다. 범위를 넓혀간 비판은 논리를 잃고 단순하고 과격한 마녀사냥으로 전락했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 제일 듣기 싫은 잔소리는 “너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로 시작하는 예전 얘기를 끄집어내는 내용이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만 범위를 좁혀 비판하자.
Step 6. 내 생각이 100% 옳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내 의견과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것은, 그저 ‘아 몰라~ 나는 옳은데 쟤가 이상한 거야!’ 라고 눈감고 귀 막는 불통의 정신승리일 뿐이다. 이어지는 황희 정승의 말씀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너도 옳고, 다른 너도 옳고, 또 다른 너도 옳다.” 이 얼마나 참된 성인군자의 자세인가.
우리는 속세를 살아가는 닝겐들인지라 아마 이 정도까지의 열린 자세는 힘들겠지만, 혹시나 나와 의견이 다른 이들이 나를 비판할 때면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라며 여유롭게 받아주자.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순간, 소통을 거부하는 옹졸한 ‘젊은 꼰대’란 타이틀은 당신의 것이 된다.
Step 7. 비판과 분노는 명확하게 구분하자
비판은 ‘화’가 아니다. ‘화’라는 감정이 비판에 포함될 수는 있겠지만, 비판 자체가 ‘화’여서는 안 된다. 비판을 분노로 인식하는 순간 대상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사라진다. 우리는 좋아하는 현상이나 인물을 칭찬하기 위해선 갖은 정성을 들인다. 비판을 할 때에도 같은 수준의 예의와 존중을 지켜야 한다. 예의 없는 비판은 상대에게 논리 없는 비난으로 들리고, 또 다른 갈등의 악순환을 만든다.
프랑스의 16세기 사상가 미셸 몽테뉴는 분노를 이렇게 말했다. “분노는 기묘한 용법을 갖는 무기다. 다른 모든 무기는 인간이 직접 사용하지만, 분노라는 무기는 반대로 우리를 사용한다.” 분노에 휘둘린 비판은 감정적인 배설일 뿐. 예의를 갖추고 논리적인 비판을 할 때, 비로소 상대의 생각을 바꿀 수 있고, 내 의견도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다.
Reporter 곽민지 남세현 신채라 ginnykwag@hanmail.net
Editor 이민석 min@univ.me
Illustrator 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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