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SNS에 뭔가를 써서 올리는데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온전히 하나의 글을 써낼 수 있는 공간이다. 온라인에서 나의 작업실 하나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브런치’는 다음카카오가 만든 블로그 플랫폼으로, ‘글쓰기’에 최적화된 형태와 기능을 자랑한다. 물론 이런 공간을 알게 된 것 만으로는 변하는 게 없겠지?
지금부터 성공한 작가들의 말을 빌려 ‘브런치’에서 맛있는 글을 쓰는 법을 차근차근 알아보려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6단계만 열심히 따라오시라.
1단계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김영하
가끔 어떤 이슈에 대한 생각을 길게 풀어놓고 싶을 때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감정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트위터는 글자 수 제한이 있고 페이스북은 다른 사람의 뉴스피드를 무겁게 만드는 것 같아 꺼려지며, 블로그는 ‘※스.릴.보.장.★카#지@노.com★’ 따위의 댓글이 달린다.
정보와 글은 넘쳐나는데, 제대로 된 것을 읽고 쓸 공간은 점점 사라지는 기분. ‘브런치’에서는 글을 쓰려면 작가 자격을 갖춰야 한다. ‘자, 작가?’ 동공지진 할 필요 없다.
‘작가 신청’ 메뉴에서 메일 주소와 신청이유, 작성한 글을 첨부하면 준비 끝. 심사를 거쳐 등단 여부가 결정된다. 기분 좋은 메일을 받았다면 당신도 오늘부터 예술가!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만끽하며 이제 글을 써보자.
p.s. 작가 신청에서 떨어졌다고 “난 재능이 없나봐” 우울해 하지 말라. 세 번 만에 ‘작가’가 된 경우도 흔하다. 사실 근성이야말로 작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 아니겠는가.
2단계.
당신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너보다 더 똑똑하고 우수한 작가들은 많다. -닐 게이먼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제각각이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아는 것이야말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첫 번째 준비물인 것이다. ‘브런치’에서는 ‘매거진’을 만들어 글을 연재할 수 있다.
시리즈로 글을 쓰는 만큼 자신 있는 소재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한 이야기일 필요 없다.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알바 일기일 수도 있고, 지난 학기 다녀온 교환학생 생활을 정리하는 글일 수도 있다.
‘내 이야기’야말로 나만이 전할 수 있는 것이니까. 나와 비슷한 화두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그들의 매거진을 찾아 그 곳에 자신의 글을 연재할 수도 있다. 어떤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지 아는 당신은 이미 좋은 ‘작가’다.
3단계.
생각하지 말자. 구성하지 말자. 플롯을 짜지 말자. 캐릭터를 만들지 말자. 일단 한 문장이라도 쓰자. -김연수
많은 이들이 글을 쓸 때 부딪히는 가장 큰 난관은 ‘처음부터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마음먹어도 좀처럼 시작을 못한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면 좋을지 거듭 생각하다 시간만 허비하기 일쑤다. 결국 백지 위에서 깜빡이는 커서만 멍하니 바라보다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나 보다’ 단정 짓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은 글은 없다.
여러 생각 말고 일단 쓰고 보자. 물론 그렇게 완성된 초고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거다. 오죽하면 소설가 김연수는 초고를 토고(토 나오는 원고)라 표현했을까. 그래도 처음의 막연함은 사라지고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감이 잡힐 것이다.
이제 초고를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고 여러 번 퇴고한 뒤 발행해보자. 남들 보여주기 부끄러웠던 초고 대신 자랑하고픈 글 한 편이 탄생할 것이다.
4단계.
달이 빛난다고 말하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에 반짝이는 한줄기 빛을 보여줘라. –안톤 체홉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 중 4단계는 ‘자존의 욕구’다. 그렇기에 단지 글을 써서 올린 것만으로는 2프로 부족하다. 누군가 내 글의 독자가 되어, 그 속에 담긴 나의 일부에 공감해줬으면 좋겠단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작가와 일면식 없는 독자도 쉽게 따라가며 읽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자신의 마음 속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 잘게 쪼개고 묘사해서, 활자만으로 독자가 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밤은 춥고 길었다”는 문장보다는 “창틀로 새어 드는 바람만으로도 이가 딱딱 부딪히던 밤, 나를 비웃듯 그 날의 해는 유독 천천히 떠올랐다”는 문장이 더 생생하지 않은가. 그림을 그리듯 감각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써보자. 정신을 차리면 이미 몇 명의 애독자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5단계.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 재능을 연마하기 전에 뻔뻔함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 -하퍼 리
반응. 글을 쓰는 행위의 가장 중요한 동기 중 하나. 대다수의 공감을 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기의 감정이 담기는 순간 독자들은 그에 호오를 표하기 시작한다.
‘브런치’는 댓글과 하트 표시를 통한 활발한 의견 공유를 장려한다. 태그 기능을 이용해 댓글에 댓글을 이을 수 있으니, 활발히 독자들과 대화해보자.
‘브런치’의 특성상 장문의 글을 차분히 읽겠다는 의지를 가진 독자가 많은 만큼, 의견의 피력도 논리적이고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격식이 갖춰져 있다.
그들과 가끔은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어보는 것도 좋을 것. 하지만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글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 글에 ‘좋아요’가 조금 부족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댓글이 달려도 좌절하지 말라. 흡수할 것만 하고, 마이웨이 하자는 이야기다.
6단계.
필사는 손가락 끝으로 고추장을 찍어 먹어 보는 맛. -안도현
양질의 글을 많이 접하고 거기서 얻은 영감을 체득하면 당신의 글쓰기 능력은 자연스레 향상될 것이다. ‘브런치’에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읽을 만한 글이 많다.
게다가 검색 한 번이면 관련된 글, 매거진, 작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추천을 통해 마음에 드는 작가들의 브런치를 구독할 수 있으니 남은 건 글에서 얻은 영감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뿐. 안도현 시인은 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필사를 추천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정성스레 써 마음에 꼭꼭 눌러 담아보자. 화면 상단의 하트만 누르면 언제든 마음에 드는 글을 다시 꺼내볼 수 있으니, 당신이 할 일은 꼭꼭 씹어 소화하는 일뿐이다.
Reporter 공태웅 김송미 김유진 배대원 임현경 hyunk1020@gmail.com
그래서 뽑아봤다. 구독하는 것만으로도 글 뽐뿌 일으키는 브런치들.
1. 대한민국에서 기자로 살아간다는 것 / 신동진
현직 기자의 브런치. 작가는 자신이 공대생이었고, 글쓰기에 무모했고, 취재에도 무지했다고 밝힌다.
글을 읽다보면 현재의 직장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이었던 그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는 미디어의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그의 진솔한 얘기에 한 번 빠지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2. 나의 황금빛 방글라데시 / Jinok Jo
방글라데시와 사랑에 빠진 NGO 활동가가 현지인으로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생생한 방글라데시를 사진과 함께 전해준다. 때론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때론 현지의 참담한 현실에 마음이 욱신거린다. 애정 가득한 글을 읽다 보면 덩달아 떠나고 싶어진다.
3. 일상다반사 & 일상고발 / menuha
그림을 읽을 수 있는 브런치.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글과 함께 매거진 ‘일상다반사’와 ‘일상고발’에 연재한다. 전자는 그림에 어울리는 짤막한 글이나 노랫말, 후자는 작가의 자전적인 글을 읽을 수 있다. 주제에 따라 펜, 색연필, 수채물감 등 다양한 재료로 그린 일러스트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4. 읽어보겠습니다 & 인디언 하트 / 멀고느린구름
‘읽어보겠습니다’는 영화, 책, 음악을 ‘읽고’ 쓰는 글. 통찰력이 빛나는 리뷰라서, 아포리즘 가득한 문장 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싶을 때 이 페이지를 찾는다.
3부작짜리 ‘인디언 하트’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담았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훔치고 싶은 표현이 가득한 브런치다.
5. 단편만화 / 정원
화려한 채색도, 복잡한 줄거리도 없는 수수한 단편 만화집이다. 작가는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줄여 담백한 대사와 인물만으로 상황을 가득 채운다. 잔잔한 여운을 독자의 사색으로 채우는 맛이 있다.
6. Friend / 이우성
시인이자 잡지 에디터로 활동하는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을 연재한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그 대화 뒤에 자신의 생각까지 옮겨 정리하는데,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오는 것이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
Reporter 공태웅 김송미 김유진 배대원 임현경 hyunk1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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