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고 싶은 23살 대학생입니다. 제 고민이 뭐냐면… 세상이내 맘 같지 않고 그래서 다 포기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남친은 결혼을 늦게 할 스타일인데, 잘 구슬려 제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가야 할까요? 아니면 어떤 미지의 경험을 통해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다른 짓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통장 잔고는 7만원이지만 김칫국 고민 중입니다. 저는 유리 멘탈이고 또 손가락도 얇습니다. 우주 최강 잘생기신 소설가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먼저, 저는 살면서 잘생겼다는 말을 두 명에게 들어 봤습니다. 한 명은 작고하신 친할머니이고, 다른 한 분은 질문자님이십니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각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일찍이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셔서 외롭게 지냈던 저를 “잘생겼다”며 소설적 상상을 동원하여 용기를 북돋아주셨던 분은 할머니가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님께서 시적 상상을 동원하여 제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시니 이 칼럼 정말 쓸 맛 나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요즘 이 칼럼 쓰는 맛에 지낸답니다(대학내일 독자 여러분 반가워요. 온라인에서 제 답변 때문에, 싸우는 것도 잘 보고 있답니다. 젊을 때는 많이 싸워야죠. 영차!).

 

자, 그럼 본격적으로 고민에 대해 말해보죠. 결혼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선택하는 답이 아닙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삶에 대해서 더욱 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저 역시 열흘 뒤에 결혼하는데, 벌써 책임감에 짓눌려 어깨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종종 여자 (사람)친구들에게서 ‘아. 그때 시집이나 가버릴 걸 그랬어’ 유의 대사를 듣게 됩니다. 저는 그때마다 ‘결혼이 무슨 버뮤다인가. 이봐 친구. 결혼은 도피처가 아니라네. 그렇게 생각하면, 또 결혼생활에서 도피하고 싶어질 게 아닌가. 그러니, 일단 정면 돌파하는 게 어떤가, 친구. 그런 측면에서 이 술값부터 자네가 정면 돌파하는 의미로 내시게나!’라고 생각한 뒤에는 “아아. 거 참, 그랬군” 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전, 소심한 남자니까요). 그러니, 질문자님께서도 결혼을 도피처로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는 가정하에,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우선, 결혼을 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요즘처럼 살기 어렵고, 날씨마저 추운 때에 동반자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안이 됩니까. 체온으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서로 꼭 안은 상태에서 자문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 남자와의 생활을 도피처로 생각하고 있나? 아니면 사랑의 결실로 생각하고 있는가?’

 

그때 사랑의 결실이라는 답이 떠오르면, 과감하게 설득해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터놓고 함께 계획을 짜보시기 바랍니다. 계획이 없는 연애와 계획이 있는 연애는 서로의 관계를 다른 식으로 이끌어가니까요. 아직 학생이고, 남자도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 지금부터 고민과 계획을 나누며, 서로 다른 부분을 존중하며 함께 맞추어가는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당장 결혼 안 하더라도 부부 같은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끝으로, 통장 잔고 7만원은 듣고 나니 굉장히 슬프네요. 참고로 저는 『능력자』라는 소설을 쓸 때 통장에 2780원이 있었습니다. 잔고가 0원이 되려는 시점에 가까스로 원고료가 입금되어 밥도 사 먹고, 가스비도 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 나이가 35살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굉장히 풍족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걱정 마십시오. 회도 자주 사 먹고, 후배들한테 수입 맥주도 시원하게 사줍니다).

 

질문자님은 현재 23살이시니, 아마 저보다 훨씬 일찍 잘될 겁니다. 이런 저도 장가를 가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현실은 차갑기는 해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훈훈해지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마음을 맘껏 나누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함께 사는 것입니다.

 

추신: ‘우주 최강’ 같은 수식어도 뻔뻔하게 잘 쓰시니, 소설을 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태연하게 잘쓰실 것 같습니다(아아, 이거 제가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건가요).

 

 

<지난 고민 상담>

Q 무서움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Q 새내기가 들어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

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소설가 최민석씨가 20대 독자들이 보내는 사연에 답변 비스름한 것을 드립니다. 인간관계, 진로, 외모, 취향 등등 그 어떤 고민이라도 메일로 보내주셔요. 고민 당첨자(?)에겐 메일로 ‘당신의 고민이 다음 주에 실릴 예정이오’라며 알려드리고, 기사는 익명으로 나갑니다.
고민 메일은 gomin1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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