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 해에 신인상을 2개나 휩쓸었다. 작년엔 유럽 5개국 6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지지난주까지는 전국 투어를 다녔다. 그들은 줄곧 전성기인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거만한 컨셉으로(?) 인터뷰 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거만은커녕, 조곤조곤한 말투에선 절제미가 느껴지고,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에선 조금은 로맨틱한(!) 모습까지 발견했다.
솔루션스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준다. 그런데 그게 정말 좋다. 좋은 건 나누라고 배웠기에 독자에게도 소개한다. 인디밴드 솔루션스다.
1. 솔루션스 멤버들의 영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는 natural born 000이다.”로 자신을 소개해 달라.
한솔 낙관주의.
오경 Pure. 순수한.
나루 관찰자.
솔 sensitive person. 신경 쓰이는 게 많다. 그래서 늘 피곤하게 산다.
2. 솔루션스 음악의 soul은 무엇인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한솔 곡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주로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하려고 한다.
나루 우리 음악에 자조적인 색은 없다. 듣는 사람이 우리 음악으로 기운을 내고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는다.
3. 음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언제부터 음악을 좋아했지? 그리고 언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한솔 친가 쪽이 예술가 집안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중학생 때부턴 팝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이런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처음엔 기타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기타 이론은 왠지 수학 같더라. 수학 정말 싫어하는데! 그래서 몸으로 하는 드럼을 더 선호하게 됐다. 드럼은 원초적인 매력이 있다.
나루 나도 중학생 때부터 음악을 들었다. 당시에 MTV, Mnet에서 밤마다 해외 음악을 틀어줬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하고 군에 입대하면서 음악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제대 후 음악에 파고들면서 그렇게 뮤지션이 됐다.
오경 청소년 때 교회 선교단에 기타를 배우러 들어갔다. 그런데 베이스 할 사람이 없다고 베이스를 시키더라. 그게 내 베이스 인생의 시작이었다. 또 그때부터 음악을 놀이처럼 즐기다보니 이렇게 내 전부가 돼버렸다.
솔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가수지망생이었던 삼촌을 통해 너바나Nirvana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D를 건네받았다. 록음악에 관심이 생기면서 밴드부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4. 소녀팬이 늘지 않았나?
한솔 소녀팬이 늘었다기보다 전체적인 팬 숫자가 좀 늘었다. 남자팬도 더 생겼거든. 3년 차가 된 덕분인 것 같다.
5. 솔루션스 음악이 마니아적인 성향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루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더 많은 분들이 듣고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전략적으로 음악을 변화시키려는 건 아니고 우리 색을 유지하되, 조금의 변주를 주려고 한다. 이번 앨범부터는 한국어로 된 노래도 실렸다.
6. 솔루션스가 인디 밴드 세계에서 개척한 길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
한솔 유럽 투어는 우리가 처음이었을걸?
나루 음… 그 점은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다.(웃음) 그래도 유럽 투어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지 않았나 싶다. 또 활동 기간에 비해 밴드로서 자리를 빨리 잡았던 것도 좋은 사례가 됐을 수 있다. 가끔 신생 밴드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 Q. 어떤 밴드인지 물어봐도 되나?) 갑자기 말하려니까 생각이 안 난다. 이름이 뭐였더라… (인터넷을 뒤지는 나루)
7. 데뷔한지 3년이 지났다. 그간 솔루션스에게 어떤 즐거운 일, 힘든 일이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즐거운 기억과 힘들었던 기억을 각 1개씩 꼽아보자면 어떤 게 있을까?
솔 이런 질문은 받을 때마다 답이 조금씩 바뀐다. 요즘 기준으로 말하겠다. 최근에 즐거웠던 일은 전국투어였다. 모든 공연이 다 재밌었다. 힘든 점은 작년 유럽투어로 인해 바닥난 체력이 아직까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거?(웃음)
나루 아마 다른 멤버들도 다 비슷할 것 같다. 이번 투어 나도 정말 좋았다.
8. 전국 투어가 좋았던 이유는 뭔가? 관객 수가 늘어났는지, 아니면 그들의 호응이 더 열렬해졌는지?
솔 딱히 관객 수가 눈에 띠게 증가한 건 아니었다. 8번 공연하면서 많게는 180명 정도, 적게는 60명 정도의 관객들이 찾아왔다. 공연장 역시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대부분 지역의 어느 조그만 클럽이었는데, 음향, 조명, 공연장 규모를 다 떠나서 공연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고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
9. 해외에서 작업할 때와 국내에서 작업할 때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어느 곳에서 일하는 게 솔루션스에게 더 잘 맞던가?
나루 여기저기서 많이 작업해봤어야 비교가 될 텐데 미국에서 일주일 작업한 게 전부라 글쎄.(웃음) 그런데 그게 우리한테 영향을 많이 끼치긴 했다. 한국에서는 빨리 빨리 해야 하는 게 있는데 미국에서 작업할 때는 스태프들이 마음의 여유나 흥을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일을 하더라. 그걸 경험하고 나니까 무조건 속도를 낸다거나 관성에 젖어서 음악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10. 데뷔 3년 차 밴드다. 이쯤 되면 어느 뮤지션이나 변화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솔루션스도 색다른 모습을 준비하고 있을까?
나루 변화는 있지만 변화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저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솔루션스 음악이 더 사랑받았으면 하니까.
솔 우리 음악이 대중적인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 대중적이다’ 라고 말하는 건 더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시기에 따라 대중성의 기준이 바뀐다.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 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관객과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 중인 거고.
11. 이 변화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는 팬층도 있다고 한다.
솔 변화라는 건 필연적인 과정이다. 개인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고 거기서 음악도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모습을 대중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참고할 건 참고하되 모든 목소리를 수용하진 않는다. 취향이란 게 워낙 다양해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12. 멤버들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 (취미에 대해 물으려 했는데 더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한솔 음…… 요즘 관심사는 돈이다. 나는 지금까지 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거나 크게 욕심을 부린 적이 없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날수록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돈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더라. 낙천주의자인 나한텐 이게 굉장히 큰 변화를 의미한다.
솔 이제 30대가 코앞이라 그런가 보다.
나루 나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 대학교를 중퇴한 다음부터 뭔가를 배운 경험이 별로 없다. 음악은 스스로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습득했는데, 그 외에 나를 이끌어주는 누군가의 밑에서 뭔가를 배운 기억은 없다. 정규적인 가르침을 받아보고 싶다. 다시 대학을 가겠다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가르침이라도 받으면 혼자 고민할 땐 안 나오던 것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경 다가올 40대, 50대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자존감이 좀 낮은 편이라 약한 자존감을 감쌀 무기로 나도 나루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 20대가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지금 시기를 잘 쌓아 더 나은 40대를 만들고 싶다.
솔 나는 그림 보는 걸 좋아한다.(드디어 취미를 얘기한 한 사람) 사진 보는 것도 좋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전시장에 간다. 그런데 언제나 제일 큰 관심사는 솔루션스다. 단독 공연 끝나면 또 다음에 무얼 할까, 바로 이런 고민을 한다. 이것도 병인 것 같다. 우리가 어떻게 활동하면 더 재밌게 활동할 수 있고, 우리가 안 해본 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아쉬운 점을 개선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13. 주시하는 뮤지션이 있는가? ‘이 뮤지션은 뜰 것 같다’, 혹은 ‘이 뮤지션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이런 뮤지션이 있는지.
솔 콜드플레이 친구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탁월한 밴드다. 앨범마다 다른 장르의 음악을 내놓는데 그걸 다 잘 소화해낸다. 나도 그러고 싶다. 넓은 범위 안에서도 우리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14. 최근에 책을 냈다고 들었다. 책 내용에 대해 짧게 설명해 달라.
솔 에세이집이다. 멤버 각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음악에 대한 생각부터 삶에 대한 시각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리 사진도 넣었고. 인터뷰해서 알겠지만 우리가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인터뷰에서 다 풀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책에 다 실었다.
15. 솔루션스는 solutions(해답)을 찾았을까? 어떻게 살면 멋진 인생, 재밌는 인생이 된다고 생각하나?
한솔 어렸을 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 오래 생각해왔다. 내가 내린 정답은 ‘만족’이었다. 억만장자로 살고 있어도 자기가 만족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지. 반대로 가진 게 없어도 본인 스스로 내 삶은 멋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멋있는 거다. 그래서 어느 위치에 있든 항상 만족하려고 한다.
솔 나도 최근에 이걸 많이 고민했다. 누구나 멋있고 재밌게 살고 싶어 하잖나. 그런데 불만은 계속 생기는 거다. 인생이 뜻대로 되질 않으니까. 그래서 다짐했다. 나를 사랑하자고. 내 결점마저도 포용하고 보듬으면 삶이 조금은 더 편해지고 길도 더 잘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
오경 좀 더 성공적인 삶을 위해 내가 내린 몇 가지 답이 있다. 인사 잘하는 거랑 늦지 않는 거. 내가 어렸을 때도 어른들한테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정말로 맞는 얘기란 걸 최근에 느낀다. 그거는 성실함을 보여주는 거거든.
한솔 근데 저 형이 연습할 때 맨날 제일 늦는다.
오경 어버버버.. (말을 더듬는 오경)
나루 나는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당한 게 제일 좋다. 균형 잡기가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할 거다.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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