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행은 서로 닮았지만, 사랑의 행복은 각자의 이유로 아름답다.

사랑의 불행은 서로 닮았지만, 사랑의 행복은 각자의 이유로 아름답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지난 사랑 얘기 듣는 걸 좋아한다.

 

그래도, 애인이나 관심 있는 사람의 과거 얘기는 질투 나지 않아? 그렇게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건 유치하다. 어차피 모두 지난날에 머물러 있을 뿐인걸. 오히려 그 사람에게 가장 강렬했었을 순간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호기심을 돋운다.

 

가장 흥미로운 건 듣다보면 아, 이사람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짐작이 절로 된다는 것.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야 누구에게나 있지만, 사랑에서 오는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 방식은 고유하니까.

 

어떤 사람은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재미있었거나 좋았던 걸 먼저 말하는 사람, 반했던 이유부터 설명하는 사람, 둘 사이에 중요했던 시기를 말한 뒤 앞뒤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덧붙이는 사람도 있다. 헤어졌던 기억이 앞서서 나쁜 얘기를 막 쏟아냈다가, 미안한지 뒤적뒤적 그 사람의 장점을 덧붙이는 사람과 있었을 땐 들으면서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상대가 과거를 추억하는 방식을 들여다 보게 된다. 앞으로 이 사람이 나를 어떤 식으로 추억할지 (연인이 아니거나 헤어지지 않더라도) 가늠해보기도 하고.

 

대학교 시절 지인 중에 그런 아이가 있었다. 매번 지난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이지 상대방이 백 퍼센트 나쁜 사람이었던 아이. 어쩜 그런 연애들만 했을까, 나의 마음까지 안쓰럽게 했다. 어머, 진짜 개새끼네. 그런 추임새를 넣어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진심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난 사랑이 나빴던 사람은 다음 번도 마찬가지로 나쁘다. 겪어본 바로는 대개 그랬다. 정말로 인생에 마(魔)가 끼어 만나는 사람마다 ‘나쁜 X’인 걸까. 그게 아니라면 과거의 사람이 ‘나쁜 X’이 되어야 현재의 내가 (설사 그게 오기 같은 거라도) 살아갈 에너지를 낼 수있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하는 걸까. 잊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방식이 하나뿐인 걸까. 사람마다 다를 테니 확언할 수 없지만… 내 속에선 자꾸 의심이 치고 올라온다. 분명 그들에게도 좋은 점이 있었을 텐데, 둘에게도 사랑스러웠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하지만 가정이 아니라 연애에 있어서는 정반대로 대입되나 보다. 사랑의 불행은 서로 닮았지만, 사랑의 행복은 각자의 이유로 아름답다.그래서 행복이 아니라 사랑의 불행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은 비슷비슷하고 뻔하다. 재미없다.

 

그건 비단 연애 얘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애정을 느끼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사를 오게 돼서, 마음이 맞지 않아서, 학교가 달라져서, 싸워서, 아니면 저항하기 힘든 시간의 힘에 의해서….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는 일은 인생에 다반사다(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지는 일도). 그런데 그 속에서 불행에만 초점을 맞추면, 우리 관계의 고유성은 사라지고 만다.

 

나는 헤어진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무척 혼란스럽다. 그리움과 미움, 사랑스러움과 거부감, 아쉬움과 홀가분함처럼 모순된 감정들이 자꾸 겹쳐진다. 아마 듣는 사람으로서는 “그래서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되묻고 싶을 거다(들어주는 주변인들께 감사
를). 하지만 그 기억들의 뿌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뒤죽박죽인 감정들을 그대로 안고 있으려 버틴다. 나 편하자고 너를 쉽게 ‘나쁜 X’로 만들어버리면, 그건 우리 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TV나 가요에서 매번 마주치게 되는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릴 테니.

 

김연수 작가는 『소설가의 일』에 이렇게 썼다.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아주 드물게 지난 사랑 얘기를 소설처럼, 아주 예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귀엽다. 합리화인지 미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짧은 생에 저렇게 꽃 같은 것들만 안고 살다니 참 운이 좋거나 영리한 사람이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짖궂은 질문을 마구 던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베스트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거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 시치미 뚝, 떼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오로지 자기 자신의 것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사람. 어쩌면 진짜로 모조리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멋있다.

 

암튼 그런 사람은 지금 내 주위에 단 한 사람 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Editor 전아론 aro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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