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스무 살 이후 나의 연애는 모두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교회에서 ‘교제’했던 형제님 한 분 빼고는.)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내가 막 까지고 그런 여자는 또 아닌데!(정말이다. 나는 그냥, 음, 찌질이다!) 그렇다면 맨정신에는 타오르지 않던 그 불꽃들이 왜 ‘술자리’에서는 화르륵 타오를 수 있었을까? 깊은 고찰 끝에 결론을 내렸다. 결론 : 여러분 술을 주깁시다. 마셔서.
솔로인 우리가 ‘안 생겨요’ 다음으로 울부짖는 한마디는, ‘괜찮은 사람은 도대체 다 어디에 있는가!’다. 우리는 늘 여초, 아니면 남초 사이에서 시들시들 죽어가니까. 사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문제다. 취향도, 선호하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여와 남은 너무 다르다. 서식 장소도, 노는 판도 다를 수밖에.
그러나 이렇게 다른 여와 남도 공통점 하나쯤 있기 마련. 바로 모두 연말 술자리에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란스러워 피해만 왔던 술자리, 이번에는 거절 말고 그냥 한번 나가보자. 반면 늘 술을 마시고 있는 주당이라면 이번에는 쫌! 맨날 마시는 애들하고는 좀 헤어져서 마셔보자.
같은 멤버 같은 술자리에 특별한 썸이 있을 리가 있나, 기왕 그들과 놀아야한다면 연말이니만큼 서로 뉴페이스 하나씩 불러 모아 판을 키워 놀아보자.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내가 뉴페이스인 자리에 나가는 것. 크.
술자리에서 눈이 맞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철판 깔고 솔직해질 수 있어서다. 술기운을 빌려 관심 가는 상대의 눈이라도 한 번 더 쳐다보고, 불쑥 용기 내어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 맨정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과감한 시도를 용기 내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쪽 팔림은 내일의 몫이고, 술기운일지라도 진심을 전하는 용기는 힘이 세니까.
또 한편으로 술자리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그 사람의 내면을 알게 만들기도 한다. 술이 한잔 들어가면,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그저 강하게만 보였던 그 사람의 순수함이라든가, 마냥 철없어 보이던 사람의 다부진 면을 새롭게 만나는 것이다.
술자리는 당신의 숨겨진 매력을 드러내고, 또 상대방의 의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설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술자리에서 사람을 만나 연애하라는 이야기를 혹시나 오해할까 노파심에 덧붙인다. 내 말은 ‘타락의 자리’에 가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라는 거다. 그런 자리라면 그것이 술이 아니라, 커피나 주스, 물이라도 전혀 상관은 없다.
다만, 연말에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가장 흔한 곳이 술자리니 권하는 것뿐. 또 우리가 술자리에서 술기운에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맨정신보다 조금 수월해진다고 해서, 마냥 쉽고 가벼운 관계를 맺으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절대 ‘부담 없음’과 ‘헤픔’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 세상엔 정말 나쁜 여자도, 나쁜 남자도 되게 많다. 순진한 어린 양들 부디 몸 조심, 마음 조심하소서.
안 봐도 비디오. 지금 여러분이 무슨 댓글 남길지 나는 잘 안다. 하지 마시라. 말은 씨가 된다. 댓글로 ‘안 생겨요’는 그만 적고, 여러분 우리 일단 술이나 일 잔 하자. 날 추우니 난 오늘 따땃한 정종으로. 여러분 모두 좋은 연말, 좋은 사람들하고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드시길 나도 한잔하며 빌겠다. 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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