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안한 지 1년이 넘었다. ‘못’ 한게 아니라 ‘안’ 한거다. 남자가 없어서. 아, 끝에 단어 두 개만 바꾸겠다. ‘남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 맘에 드는 남자가 없어서'(feat.이강희)

 

나는 연애하기 어려운 여자의 모든 걸 갖췄다(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첫째, 여중·여고·여대를 나온데다 여초 직장만 골라 다니고 있다.

둘째, 한 번 선을 그은 남사친은 끝까지 남사친일 뿐이다.(친구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셋째, 확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다. 즉, 가벼운 호감으로 시작하는 연애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넷째, 눈이 높다.(=얼굴을 많이 본다.)

 

그래서 주변에 남자도 별로 없고, 있어봤자 친구고, 술마시다 만나면 하루 놀고 마는 남이고, 소개팅은 실패확률 99.9%다.

 

“어, 그냥 이렇게 혼자 살려고”

 

그러다 보니 농담 삼아 말하던 게 실제 현실이 될 것만 같다. 그러던 중 SNS에 돌아다니는 소개팅 어플 후기들을 보게 됐다. 생각보다 괜찮다는 후일담들을 보고 있자니 한 번 해볼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또 몇 가지 걸리는 게 있단 말이지.

 

온몸으로 ‘저 외로워요’를 외치는 기분

개인적으로 헌팅포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목적의식이 뚜렷해서일까. 20대 초반이라면 귀엽게라도 보겠지. 이 나이에 그 곳에 앉아 있는 건 마치 내가 <검은 사제들>의 마르바스가 되어 ‘수컷! 수컷! 오늘 수컷을 찾으러 왔다!’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있는 기분이다.

 

소개팅 어플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가입하는 순간 연애 FA시장에 나와 나를 상품으로 만들고, 포장하고, ‘외로운 솔로 여자 사람이 여기 있으니 맘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언제든 구애하시오.’라고 광고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꺼려졌다. 하지만 한 편으로 호기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비겁하지만 ‘취재’를 핑계로 슬쩍 소개팅 어플 3개(아만다, 정오의 데이트, 마카롱)를 깔아봤다.

 

외로움보다 귀찮음이 크다면 포기하세요

 

어플 설치 10초만에 후회했다. 일단 내 안에는 귀차니즘 DNA가 상당히 많이 흐르고 있는데, 이 소개팅 어플이란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무슨 프로필 작성이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보다 힘들어.

 

닉네임은 중복되는 게 왜 이렇게 많은지…. 겨우겨우 닉네임을 정하고 나니 이제는 내 신상을 PR해야 한다. 나이, 사는 곳, 학교, 직업은 물론 나는 어떤 스타일(귀여운, 지적인, 섹시한, 낙천적인 등등)인지, 몸매는 말랐는지 날씬한지 글래머인지 등등. 매우 낯간지러운 질문에 답을 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좋은 점이라면… 입사 자소서 쓰는 기분으로 적다 보니, 나에 대해 돌아보는 기분이랄까. 어플 하나를 해결하고 나니 다른 어플은 훨씬 쉬웠다. 대부분 질문이 같았거든.

 

아슬아슬했다. 하마터면 기사 못 쓸 뻔…

 

하지만 가입을 했다고 끝이 아니다. ‘정오의 데이트’나 ‘마카롱’은 곧바로 시작할 수 있지만 ‘아만다’는 기존 회원들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5점 만점 중 3점 이상을 받아야 회원이 될 수 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후기를 찾아보니 떨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이러다 나도 떨어지는 거 아닌가 초조해하고 있는데 몇시간 뒤 ‘무사통과’ 알림이 떴다. 대박!

 

결과는 3.34점. ‘축하드립니다. 상위 20%로 합격하셨습니다’라고 쓰여있는데 겨우 턱걸이로 통과한 것 같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30여명의 남자들이 내 얼굴만 보고 ‘얘는 별 몇 개’라며 평가 했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1점 준 남자들을 찾아내서 드롭킥을 날리고 싶었다.)

 

오늘 제 점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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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어플을 사용해봤다. ‘아만다’와 ‘정오의 데이트’는 거의 비슷한 방식이다. 매일 무작위로 남자의 정보가 담긴 카드 2장이 도착한다. 얼굴과 나이, 직업, 키 정도를 보고 한 장을 선택하면 그의 상세 프로필을 볼 수 있다.

 

다른 한 장을 보기 위해서는 리본이나 캔디 등 각 어플의 ‘캐시’를 써야한다. 처음엔 ‘뭐야’ 싶었는데, 오늘의 카드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뜨면 은근 기대감이 든다. ‘오늘은 어떤 사람일까.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다.’라는.

 

‘마카롱’은 조금 다른 시스템이었다. 따로 카드가 오지 않고 어플 안에 있는 게임이나 퀴즈 설문조사 등을 통해 상대를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3가지 질문을 등록해두면 남자들이 그 질문에 답변을 하는데, 내가 설정한 답과 맞아 떨어지는 남자들의 프로필이 뜬다. 그 중 내가 맘에 드는 사람은 나에게 호감 표시를 한다.

 

더 자세한 사용 방법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길 [직접 써봤다. 에디터가. 소개팅 어플 4종]

 

비주얼 = 아만다>정오의 데이트>마카롱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비주얼만 따지자면, 3개어플 중 ‘아만다’에 내 스타일이 가장 많았다. 회원들이 직접 신입회원을 심사하는 필터링 때문인 듯. (이거 뭐 나이트 클럽도 아니고…) 그리고 초반에는 몰랐는데 매일매일 별점을 주다보니 점차 나의 이상형을 파악하는 듯 했다. 날이 거듭될수록 내 스타일의 남자들 카드가 도착했다. 똑똑한 어플이다.

 

‘정오의 데이트’는 격일이나 3일에 한 번 꼴로 꽤 괜찮은 사람들이 보였다. 다만 너무 나이대가 비슷했고, 사는 곳이 일정했다. 에디터의 사는곳은 ‘경기’로 지정이 돼있다 보니 소개 받은 대부분 남자가 ‘경기’ 사람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얼마나 넓은가…. 김포에서 평택까지 가느니 차라리 서울이 가깝지.

 

‘마카롱’은 사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눈코입이 잘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뿌연 사진은 물론 전신 사진, 얼굴을 가린 사진도 있다. 간혹 연예인 사진이나 동물 사진을 해놓는 경우도 있다.(개 사진을 올려놓은 사람을 보고 섬뜩했다. 인성을 표현한 건가) 나도 발가락 사진같은 거 올려놓을 걸. 나이대도 가장 폭이 넓었다. 말 거는 남자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이었다. 뭐… 연하도 나쁘진 않지만….

 

아직 못만났다 전해라

몇 사람과 대화를 해봤지만 딱히 끌리진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과의 어색함을 싫어해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저런 말을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세상엔 독특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짜고짜 카톡 아이디를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친근한 척을 하기도 했고, “안녕하세요~ 일 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나보네요. 쿰척쿰척”이라고 말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이 날은 하루 종일 머릿 속에서 ‘쿰척쿰척’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어플을 사용한 기간은 약 열흘 정도. 스쳐 지나간 인연만 수십 명에 달한다. 수백 명을 거치면 그 중 맘에 드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겠지?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도용이 아니라면 현질을 부르는 후보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유용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맘에 드는 사람에겐 별점도 빵빵하게 주고, 좋아요 버튼도 누르고, 반대로 먼저 말을 걸 수도 있겠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원하는 남성이 말을 걸어 올 확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이상형을 확실히 모르는 사람에게도 좋다. 소개팅 어플을 쓰면서 여러 번 놀랐는데, 이성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평가하다보니 나의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따지는 게 많았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

 

진심으로 인연을 만들고 싶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처음에 소개팅 어플이 꺼려졌던 이유는 신뢰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성의 있게 프로필을 작성한 사람들도 있었고, 진중한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차피 연애도 마음 먹기 나름이다. “그런 거 해서 뭐 하냐”며 혀를 찰 필요는 없다. 헌팅 술집에서 만나든, 클럽에서 만나든, 소개팅에서 만나든 인연을 만드는 방식은 전부 제각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IT 시대 속 메마른 인간관계에 한 줄기 빛을 내려주는 이런 어플을 적극 활용하는 건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리 존재 화이팅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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