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북적거리는 길에서 엄마 손을 놓쳤던 적이 있다. 정신 차려보니 꼭 쥐고 있던 손가락이 빠져있었고 나는 패닉에 빠졌다. 몇 시간의 해프닝으로 금세 엄마를 찾았지만, 손에는 여전히 그때의 상실감이 남아있다. ‘지구 정복을 꿈꾸는 고양이’는 길고양이들을 구조해 입양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카페다. 그들 마음에 하나씩 생겨버린 구멍을 메워줄 주인을 기다리며, 오늘도 고양이들은 집을 꿈꾼다.
고양이 카페는 많은데, 유기묘 입양 카페는 처음 봐요.
원래는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그러다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임신을 한 거예요. 밥을 챙겨주고 겨울에 집을 만들어줬죠. 그런데 걔가 새끼 한 마리를 놔두고 떠나버렸어요.
분유를 타 먹여 살려놨는데 제가 키울 순 없어서 입양을 알아봤죠. 알아보니까 고양이가 길에서 생활하는게 정말 힘들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두 마리, 세 마리… 집에서 보호하다 생각했죠. 우리 집에선 최대 열마리밖에 케어가 안 되는데 입양 센터를 해보면 어떨까? 한 마리를 입양 보내면 한 마리를 또 구조할 수 있잖아요. 구조할 때마다 적자가 나긴 하지만.(웃음)
카페 풍경이 인상적이에요. 고양이들이 전기장판에단체로 몸을 지지고(!) 있네요. 가게 중간에 커다란 캣타워가 보이고요. 고양이 친화적이랄까요.
원래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어요. 근데 손님들이 의자를 옮길 때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고, 고양이들이 ‘우다다’하는 데 사람이 걸리적거리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좌식 테이블을 몇 개 놓고, 딱히 자리랄 게 없어요.
길에서 살던 고양이가 이 카페로 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에 길고양이를 구조하면 절대 다른 고양이들과 접촉시키면 안 돼요. ‘범백’이라는 전염병이 있는데, 옮으면 치명적이거든요. 바로 병원으로 가서 아픈지 안 아픈지 체크하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임보(임시 보호)처에 맡겨요.
13일 동안 아무 이상이 없으면 카페로 오는 거죠. 카페에서 적응을 못 하면 제집으로 데려가거나, 새 임보처를 구해요. 거기서 개별적으로 입양을 가기도 하고요.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입양돼도 잘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거예요.
길고양이들을 다 구조하진 않아요. 사람을 잘 피하고 길에서 잘 사는 애들은 그대로 둬요. “이리 와” 했을 때 와서 부비는 애들은 반이 버려진 애들이에요. 사람 손에 컸기 때문에 사람을 친숙하게 느끼는 거거든요. 그리고 길에서 살다 입양된 애들은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에 새집에 더 잘 적응하려고 애써요.
펫숍에서 분양하는 동물들이 더 청결하고 건강하다고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왜 사지 말고 입양해야 하는 걸까요?
펫 숍에서 동물을 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학대를 하는 거예요. 철창을 만들어놓고 계속 새끼를 낳게 하거든요. 출산 후엔 젖도 떼지 않은 아기를 데려다 팔고요. 그때가 제일 예쁠 때니까요. 아기가 팔리면 그 부모들은 또 임신할 수 있게 만드는 주사를 맞아요.
그렇게 평생 새끼만 낳다가 쓸모가 없어지면요? 죽거나 버리거나 둘 중 하나예요. 그리고 사실 카페에 있는 고양이들이 행복해 보이지만 집에서 키우는 것만큼은 아니에요. 낯선 사람과 고양이가 계속 오가고, 안정적이지가 않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입양을 보내려고 하는데, 쉽게 보내진 않아요.
입양 절차는 어떻게 돼요?
저희 카페는 입양 절차가까다롭기로 유명해요. 사람들이 유기묘라서 데려오고버리는 걸 쉽게 생각하거든요. 저에게 문의를 주시면 상담을 해요. 예전에 고양이를 키웠는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보내버렸다거나,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분들에겐 보내지 않아요.
요즘 대학가나 원룸촌에서 버려진 고양이와 강아지가 엄청나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고양이를 키우기 전 생각해봐야 할 점을 짚어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고양이를 키워선 안 되는 이유를 먼저 찾아보세요. 우선 돈이 많이 들어요. 사람이 안 좋은 것만 먹으면 수명이 줄어드는 것처럼 고양이도 마찬가지예요. 사룟값이나 기본 생활용품으로 용돈의 반을 쓴다고 생각해야 해요. 한번 아프면 100~200만 원이 훌쩍 나가고요.
현실적으로 경제력이 없는 대학생들은 키우기 힘들겠네요.
전 그래서 대학생들에겐 임보를 권하고 싶어요. 구조된 길고양이가 입양 가기 전까지 보호하는 건데, 고양이가 아플 때 구조자들에게 병원비를 받을 수 있어요. 구조자들에겐 임보처가 절실하거든요.
덥석 사거나 입양하지 말고 두세 달을 함께 지내면서 알아보세요. 내가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인지. 그 후에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고, 보호하고 있던 고양이에게 정이 많이 들었다면 입양할 수도 있죠.
주위를 보면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성묘를 데려가려 하는 이들은 별로 없더라고요. 카페에 있는 고양이들은 다 큰 아이들인데, 성묘를 입양하면 좋은 점이 뭘까요?
2~3개월 된 새끼 고양이들은 죽을 위험이 커요. 특히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성묘를 들이는 게 좋죠. 이미 중성화 수술과 접종이 완료된 상태고, 병균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진 상태니까요. 그리고 성격이 형성돼있기 때문에 입양자의 조건에 맞춰서 데려갈 수 있어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면 외로움을 안 타는 아이로 데려 갈 수 있는 거죠.
적자에 오히려 돈이 나가는 일이지만(웃음), 길냥이들을 구조하고 새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사장님이 얻는 것 또한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뿌듯한 것? 입양하신 분들이 보내주는 사진 한 장이면 모든 힘든 게 다 녹아요. 얘가 길에서 얼마나 고달프게 살았는지 알기 때문에, 입양 가서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제 꿈은 얘네들도 잘살고 나도 잘사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안락사시키는 보호소들이 없어져도 될 만큼 멋진 고양이 입양 센터를 만드는 것. 나무와 모래가 있고, 사람들이 피크닉 온 기분으로 앉아있으면 그사이를 고양이들이 유유히 다니는 거죠. 입장료는 더 비싸게 받을 거예요. 하하.
Editor 김슬 dew@univ.me
Photographer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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