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경 계선인데, 사람들은 얼른 한쪽을 선택하라고 채근한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경 계선인데, 사람들은 얼른 한쪽을 선택하라고 채근한다.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난 이제 스무 살이고, 1학년이야. 그런데 주변에선 빨리 앞날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채. ‘스펙 쌓기’는 필수라면서 토익에 한국사에…. 게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하더라. 내 꿈은 공무원과는 거리가 먼데. 내가 정말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 말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넌 적어도 네가 원하는 학과에 들어갔잖아…’라고 말할 뻔했다. 나는 공무원을 꿈꾼 적은 없지만, 행정학과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의 다음 말에 놀랐다.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갔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안 맞는 기분이었어. 스무 살이 되면 내가 모든 걸 다 선택할 수 있을 줄로만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난 또 다른 세계에 다시 적응해야 했었어. 자유와 함께 책임까지 부여된 세계.”

 

그랬다. 정말 수능이라는 압박감에서 해방되고 나서 허전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작년까지 내 이름 앞에 붙었던 수험생, 그 꼬리표를 떼어낸 지금의 나는 20대의 세계에 다시 적응하느라 시행착오를 계속해서 겪어야만 했다. 남 앞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법, 내 눈앞에 놓인 자유를 깨닫는 법,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는 법까지.

 

아직까지도 시행착오를 계속 겪으면서 20대의 세계에 적응하려 하지만, 내 눈앞에 놓인 알 수 없는 무언가는 계속해서 날 보채고 있었다. 아직 멀었다고. 어떤 길이든 간에 제발 ‘선택’하라고.

 

작년에 수능을 치른 뒤 부모님으로부터 질책을 들었다. 특히 아빠로부터 질책을 더더욱 받았다. 아빠는 “하라는 대로 안 했다”고, “말을 안 들어서 수능 결과도 안 좋은 것”이라고, 그러니 이제부터는 아빠가 말한 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 방안은 다름 아닌 공무원이었다. 늦어도 3학년 때는 반항 말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라고.

 

지금 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봤던 여러 적성 검사의 결과를 보면 공무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사 결과를 보면 나는 예술과 체육 분야에 흥미가 있었다. 실제로도 그렇다. 음악과 그림을 좋아하고, 프로스포츠경기를 볼 땐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몰입한다.

 

공무원이 될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분명히 있다. 성실하고, 원칙을 잘 준수하고, 시민을 향한 봉사정신도 필요하다. 지금으로선 내게 공무원이 맞는지 모르겠다. 평생 해야 할 일인데, 내게 맞지 않는 것을 굳이 오랜 시간 들여서 도전해야 하는 걸까?

 

적성에 따라 미대에 간 친구가 있다. 순수 미술을 하고 싶었던, 그야말로 화가가 꿈이었던 친구는 이렇게 얘기했다.

 

“대학 합격하고 나니까 이런 기분에 사로잡혔어. ‘와! 이제 입시미술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내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건 돈 벌어야 하는 현실이더라고. 미술 재료나 도구를 사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가고. 그리고 예술대학 등록금, 만만치가 않아. 현실도 암울해.

실력이 다들 좋은데도 이름을 알리기 힘들고, 생계마저 위태로워. 그래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는 동기들 중엔 입시미술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시미술의 굴레로 들어가. 씁쓸하게도.”

 

그 친구는 지금 자신은 “경계선에 있다”고 답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경계선인데, 사람들은 얼른 한쪽을 선택하라고 채근한다.

 

사실, 지금의 나도 경계선에 놓여 있다. 행정학과라는 특성상 공무원에 유리하기 때문에 부모님은 내게 공무원을 준비하라고 성화다. 내가 원하는 걸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다녀봐야 하는지, 군말 말고 부모님 말씀을 따라야 하는지 모든 게 미지수다. 또 내가 선택할 길이 과연 옳은 길일까 의문이 든다.

 

한 주 뒤가 바로 내 스무 번째 생일이다. 무엇이 맞는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10년 후에 어떻게 기억이 될까? 직장에서 그때 스무 살에 했던 고민을 생각할까? 아니면 여전히 경계선에 놓여 있을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난 경계선에 놓여 있는 갓스무 살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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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는?

경계선에 놓여 있지만 그래도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은 욕심쟁이

20대라면 누구나,
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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