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입니다. 인문학 열풍이니 뭐니 하지만 인문학 관련 직장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전공을 버리고 직장에서 돈을 벌며 살 것이냐, 지옥행 열차가 분명한 학문의 길을 계속 갈 것이냐 고민하고 있습니다(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실 공부할 때, 살아 있는 이유 비스름한 것을 느끼고 행복합니다. 마음으로는 계속 학문을 하고 싶지만, 이 길을 계속 갔을 때 경제적으로 매우험난한 삶을 살 확률이, 취업해서 일반 기업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높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야 할까요, 아니면 현실과 타협해서 보장된 삶을 살아야 할까요?
고민 상담을 시작할 때, 피하고 싶었던 3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외모 고민’, ‘가난 탈출법’, ‘진로 상담’. 불과 6회 만에 진로 고민이라는 장벽을 만났네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이 살아야 하는 삶의 결정권을 타인에게 질문의 형태로 넘기는 것은 간단합니다. 상대의 답이 마음에 안 들면 무시해버릴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심플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여나 십 년 뒤 “당신 때문에 상사에 취직했더니, 회식에 지쳐 간암에 걸렸다고!”하며 찾아 온다면 정말이지 할 말이 없어집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팔짱을 낀 채 ‘으음’ 하며 묵언수행하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사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제 대답이 언제나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십 년 뒤 저를 찾아와 탓할 생각이 없다면 계속 읽으시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이대로 대학내일을 구겨버리시기 바랍니다 (아아, 이번 주 표지모델도 예쁜가요? 그렇다면 좀 미안하겠네요).
저는 소설가입니다.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했고, 간단히 결정을 했습니다. 저는 가난하지만 즐겁게 살수 있는 길을 택했습니다. 꽤나 힘들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첫해에는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족했습니다. 스스로 택한 길이었으니까요. 다른 것은 바라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글을 쓰는 즐거움만으로 기뻤습니다. 누가 원고 청탁을 하지도 않았고, 제 책은 서점에 깔리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혼자서 묵묵히 몇 년을 썼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제법 맛난 음식도 먹고, 자주 여행도 다니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원하는 길을 걸으며 나름의 노력을 쏟아붓는다면 반드시 ‘지옥행 열차’에 탑승한 기분은 아니라는 겁니다.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도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정신적 기쁨과 물질적 기쁨 중에 전자를 택했고, ‘아아! 질 수 만은 없지’ 하는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썼습니다. 자연히 물질적 보상도 따라왔습니다.
이제 반대로 생각해보죠. 질문자님이 말한 대로 일반 기업에 들어간다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저성장 사회입니다. 신입 채용은 경력직 채용으로 대체되고, 직원들은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 당합니다. 이게, 우리 사회입니다.
질문자님은 ‘현실과 타협한 보장된 삶’이라 표현하셨으니, 아마 기세 좋게 취직할지도 모릅니다(추정 입니다). 저도 사회 초년병 때 기세 좋게 입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을 받자 조직에서 바랄 건 월급 밖에 없게 됐습니다. 결국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원하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의 소리’라고 표현하셨죠. 자기 마음이 속삭이는 말에 귀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질문자님이 좀 더 원하는 것이 심리적 행복인지, 물질적 행복인지. 마음은 한쪽으로 부등호를 가리킬 것입니다(같다면 아무렇게나 사십시오!). 그 부등호가 가리키는 방향이 질문자님이 원하는 삶입니다.
감히 하고픈 일을 하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일로 잘될 수도 있으니까요(저를 10년 뒤에 찾아와 비난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그러고 싶다면, 제 소설책에 실린 작가 사진을 찢고… 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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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씨는?
2010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능력자』『풍의 역사』 『쿨한 여자』『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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