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3년간 서점에 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한 번쯤 봤을 거에요. 조금 더 관찰력이 있는 분이라면, 갈 때마다 그 친구가 베스트셀러 칸에 놓여 있었다는 것도 기억하겠죠.

 

<김혜원의 베스트셀러 겉핥기> 이번 주 작품은 추리 소설계의 대스타,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아래의 내용에는 이 책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a.k.a 루저)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해 준다. 그런데 그 상담 내용이 감동적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뻔한 전개죠. 여기에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누가 추리 소설가 아니랄까 봐) 치밀한 짜임새와 반전 요소가 더해지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마성이 소설이 됐습니다. 무려 3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을 만큼요. 하지만 너무 두꺼워(총 455페이지)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테니 대신 읽어 드리겠습니다!

 

 

 

여기 세 친구가 있습니다. 셋은 ‘환광원’이라는 아동 복지 시설 출신으로 중고등학교까지 함께 나온 절친이에요. 이들은 소위 말하는 루저입니다. 저축해 둔 돈은 거의 없고 집세는 두 달이나 밀려 있지요.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백수까지 되었습니다.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고헤이), 인원 감축을 하거나(쇼타), 누명을 쓰는 (아쓰야) 바람에요.

 

되는 일 더럽게 없는 이 친구들은 모여서 술을 마시다 환광원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어떤 돈 많은 여자가 자신들이 나고 자란 환광원을 통째로 사서 그 자리에 러브호텔을 지을 예정이라고요. 그 소식을 들은 세 친구는 크게 분노합니다. 괘씸한 여자를 혼내 주어야겠다고 결심하죠. 여자의 별장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곤 그곳을 털기로 한 거예요.

 

사실 좀 모자른 친구들이긴 해도 범죄자까지는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소중한 장소인 환광원을 건드려서? 아님 어쩌면 세 사람 모두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그 울분을 어디엔가 풀고 싶었던지도 모릅니다.

 

 

9월 12일 밤. 여자의 별장을 털러 갔던 세 친구는 뜻밖의 일에 처합니다. 별장이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필 그날 여자가 있었던 거에요. 이들은 당황한 나머지 변변한 물건도 건지지 못한 채 여자의 핸드백만 들고 도망쳐 나옵니다. 그리고는 몸을 숨기기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가요. 그곳이 바로 ‘나미야 잡화점’입니다. 처음엔 폐업한 지 오래 된 낡은 가게인 줄로만 알았을 겁니다. 잠시 몸을 숨기다 날이 밝으면 첫차를 타고 도망가려고 했겠죠.

 

 

사건은 조용히 숨어 있는 그들 앞으로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날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누가 이런 폐가에 우편물을 배달할까요? 전부터 거기 있던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편지가 너무 새것이고. 또 편지가 떨어지는 소리도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들은 궁금해하면서도 편지 열어 보기를 주저해요. “남의 편지를 마음대로 뜯어 보는 건 안 좋은 일”이라면서요.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 오는 건 괜찮냐 바보들아!

 

 

 

이들은 가게 안에 있는 오래된 잡지 기사 속에서 의문의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사실 ‘나미야 잡화점’은 과거에 고민 상담을 해 주기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벌써 3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왜 아직도 편지가 오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요. 고민 끝에 세 친구는 편지를 뜯어보기로 결심합니다.

 

 

 

편지 속 사연의 주인공은 ‘길 잃은 강아지’라는 가명을 쓰는 19살짜리 여자. 집안 사정상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해 회사에 다니는 중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결혼하면 그만둘’ 사람 취급하며 허드렛일이나 시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어요.

 

그러던 중 길거리에서 ‘호스티스 해 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받았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점에 끌려 호스티스 일을 시작하게 됐답니다. 이제껏 회사 생활과 호스티스 일을 병행했지만, 이제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호스티스 일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을 테니,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을 잘 설득해서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편지 속 그녀는 밝힙니다.

 

이 편지를 읽은 세 친구는 불같이 화를 내죠. “정신 나간 소리 하고 있다”고. 특히 아쓰야는 “호스티스로 일하다가 못된 남자한테 걸려서 결국 아비 없는 자식을 낳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악담까지 합니다. 사실 아쓰야의 어머니가 호스티스였거든요. 자신이 호스티스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막고 싶었겠죠. 게다가 멀쩡한 직장까지 그만둔다니. 최근에 강제로 백수가 된 이들에겐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을 겁니다. 세 친구는 직접 만나 따끔하게 혼내 주고 싶은 심정으로 답장을 써요.

 

 

이들이 쓴 편지는 직설적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심한 말을 퍼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들의 어설픈 첫 답장은 상대에 대한 배려도 상황에 대한 파악도 없는, 훈계조의 꼰대질로 끝이 납니다. 평생 남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역할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에둘러 말하는 법 따위는 배우지 못했던 거죠.

 

 

답장을 보낸 직후 이들은 잡화점 앞 우편함에 편지가 떨어지는 소리를 다시 듣게 됩니다. 길 잃은 강아지로부터 온 편지에요. 두툼한 것으로 보아 쓰는데 시간이 꽤 걸렸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답장을 보낼 수 있었을까요? 누군가 이들을 놀리고 있는 걸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이 집에 접근한 사람은 분명히 아무도 없었고, 답장이 놓인 우유 상자랑 우편함도 샅샅이 살펴봤는데 어떤 이상한 장치도 없었거든요.

 

 

여기서 나미야 잡화점의 첫 번째 비밀이 밝혀 집니다. 이들이 받은 편지는 과거의 사람이 보낸 것이에요!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오는 것이죠. 거꾸로 이곳의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으면 과거의 우유 상자 속으로 들어가고요. 나미야 잡화점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일종의 타임머신인 셈입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앞뒤가 딱 맞습니다. 상담자가 인터넷이라는 말도 모르고, 휴대폰도 모르고, 날짜도 잘못 알고 있기에 그저 정신이 나간 여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과거의 사람이었던 거에요.

 

또 하나. 나미야 잡화점 안에서는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습니다. 가게 밖에서는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지만, 안에서는 아주 아주 느리게 흘러요. 길 잃은 강아지가 답장을 빨리 보냈다고 생각된 것도 그 때문이겠죠.

 

과거의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시간이 거의 멈춰 있는 집. 아무래도 찜찜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도둑질하다 걸려서 도망친 신세잖아요. 괜히 이상한 일에 휘말리면 진짜로 귀찮아 질 겁니다. 하지만 이들을 이곳에 좀 더 남아 있기로 해요. 자신들이 아니면 답장을 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져서요. 도둑주제(?)에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어디 세상을 살겠나… 그들은 “빈집털이범으로까지 떨어져 버린 밑바닥 인생에서, 남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은인이 될 기회가 언제 또 있겠냐”며 자조합니다.

 

 

이후 이들은 길 잃은 강아지와 몇 통의 편지를 더 주고받으면서 거의 싸우다시피 합니다. 세 친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친구를 답답해해요. 그리고 일단 그녀의 상황을 더 자세히 알아야겠다고 판단하죠. 왜 그렇게까지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어 하는지, 독립을 할 거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거나 회사를 다니면 될 텐데, 왜 호스티스까지 하면서 일확천금을 벌고 싶어 하는지. 그걸 알아야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법 전문 상담가다운 접근법이죠. 이들의 방법이 통했는지 길 잃은 강아지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냅니다.

 

 

사실 그녀는 세 친구와 같은 아동 복지시설, 환광원 출신이었습니다. 호스티스까지 하며 돈을 많이 벌려고 했던 이유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 준 이모할머니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고요. 본격적으로 호스티스 생활을 하면서 돈을 모은 후에, 클럽에서 만난 손님의 도움을 받아 가게를 낼 계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세 친구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합니다. 아무래도 이 철없는 아가씨가 웬 수상한 놈에게 속아 넘어가 실컷 이용만 당하게 생긴 거에요. 게다가 그녀는 환광원 출신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구해주어야 해요. 세 친구는 그녀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 주기로 합니다. 미래에 대해 살짝 알려 주는거죠.

 

 

그들은 편지에 다가올 1980년대 후반의 거품 경기에 관해서 설명해 주고, 그 시기에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썼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남은 건 그녀가 자신들의 말을 믿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죠.

 

 

세 친구가 나미야 잡화점에 머무는 동안 길 잃은 강아지 외에도 여러 사람이 고민 편지를 보냅니다. 이들은 최선을 다해 꼬박꼬박 답장을 보내고요.(사실 이 소설의 백미는 겉으로 보기엔 전혀 무관해 보이는 각각의 사연들이 얽히고설켜서 관계를 이루는 데 있습니다. 직접 읽어 보시면 이해하실 거에요!)

 

 

물론 세 친구가 대단한 충고를 해 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라고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상담자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 질 거라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대했죠. 이들이 아니면 그 사연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고민 상담실 운영에 푹 빠진 세 친구는 자신들이 도둑질하다 걸려서 도주 중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상담에 열중합니다.

 

 

그러다 문득 홀로 정신을 차린 아쓰야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냐고 다그치자, 그때서야 현실을 자각하죠. 바닥에는 아까 훔쳐 온 핸드백이 놓여 있어요. 그 안에는 현금만 최소한 이십만 엔이 들어있고요. 그 정도라면 힘들게 별장에 침입한 보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봉투… 맙소사. 그것은 “나미야 잡화점 님께”라고 적힌 편지였습니다. 발신인은? 이제껏 그들이 상담해 주던 “길 잃은 강아지”입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요. 클럽 호스티스가 되겠다는 아가씨(=길 잃은 강아지)를 설득하기 위해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알려 주는 편지를 보낸 것이 바로 조금 전입니다. 그녀는 그 편지를 보고 무사히 성공했나 봅니다. 그건 다행인데, 32년 뒤에 세 친구가 다름 아닌 그 아가씨의 별장에 도둑질하러 갔었다니… 환광원을 없애고 러브호텔을 지으려는 부자 여자가 길 잃은 강아지라고? ‘나미야 잡화점의 부활’은 또 무슨 소리야. 세 친구는 혼란에 빠집니다.

 

길 잃은 강아지가 보았다는 인터넷 블로그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증손자가 올린 글으로 할아버지의 서른세 번째 기일을 기념하기 위해 하는 이벤트라고 적혀 있어요.

 

 

세 친구는 드디어 눈치챕니다. 9월 13일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지금이 딱 그 시간이라는 것을요. 그 한복판에 자신들이 있는 거예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그래서 현재와 과거가 연결될 수 있었던 거죠.

 

 

 

상황을 파악한 세 친구는 다시 길 잃은 강아지를 떠올립니다. 그들은 길 잃은 강아지의 별장을 털러 갔었고, 자신의 별장을 찾은 여자와 의도치 않게 마주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 그녀를 별장에 묶어 놓고 도망쳤습니다. 도망치는 그들에게 그녀는 자신은 환광원을 잘못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외쳤어요. 인제 와서 생각해 보니 환광원 출신인 그녀가 그곳을 없앨 이유가 없습니다. 길 잃은 강아지는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지요.

 

 

그들은 별장으로 돌아가 길 잃은 강아지를 풀어 주고 자수하기로 합니다. 백수에 범죄자 딱지까지 달았으니 이들의 미래가 암울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겠지요. 세 친구는 나미야 잡화점을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우유 상자를 한 번 더 열어 봅니다. 그곳에는 진짜 나미야 할아버지가 그들에게 쓴 편지가 들어 있어요.

 

 

 

원조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편지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린 시절 책 읽기를 싫어했던 나 자신을 상정하고 그런 내가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 책은 인생의 밑바닥에 있는 루저들이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상담을 해주는 과정만으로도 흡입력이 있어요. 고민 상담은 대부분 똑똑하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해 주잖아요. 어딘가 좀 모자란 친구들이 상담해 준다고 하면 보통 엉터리일 거라고 생각되죠. 하지만 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진심을 담아 답장했습니다. 그리고 상담은 의외로 꽤 성공적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이들은 고민을 털어놓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말못할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게 만들었고, 몇몇 이들에게는 실용적인 조언도 줬잖아요. 빈집털이를 하다 걸렸을 땐, 아마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아직은 쓸모 있는 인간이었던 거에요. 

 

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은 독자 중 누군가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겁니다. 그것이 나미야 잡화점이 일으킬 마지막 기적일지도 모르겠네요.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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