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동생이 집을 나갔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여행을 가겠단다. 그 동안 친구네서 지내겠다며 홀연 사라져 버렸다. 몇 주간은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동안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할 예정이란다.

 

듣기만 해도 고생길이 훤하다. 그래도 그 때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나 싶다. 아마 비슷한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왕 하는 거 남들 다 하는 것 말고 재밌는 아르바이트는 어떨까?

 

‘알바몬’에서는 방학 인기 이색 알바로 민속촌, 방탈출 카페 스태프, 게스트 하우스 스태프, 아이스링크나 스키장 아르바이트, 연구소 아르바이트 등을 소개해줬다. 그 중 독특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친구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재미있다고 무조건 일이 쉬운 건 아니더라.

 

1.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

 

Q. 어떤 일을 하면 되나? 체력 소모는 그닥 없을 것 같은데
보통 한 장소에서 2~3시간 정도 산타 연기(?)를 한다. 산타 분장을 하고 “메~리 크리스마~스. 허허허”만 외치고 사진만 찍으면 되니 엄청 힘들진 않다.

 

Q.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그와중에 “산타는 없어!!!!”라고 외치며 때리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 “와! 산타할아버지다”하면서 좋아하거나 부끄러운 듯 쭈뼛거린다. 다만 어린애들이라고 무시할 게 못 되는 게, 엄청 정신 없고 매달리거나 떼를 쓰면 감당하기가 힘들다. 아이를 좋아하니 망정이지….

 

Q. 체력소모에 비해 수입을 짭짤한 편인가?

건당으로 계산한다. 1건에 3만원, 2건에 5만원, 3건에 7만원 이런 식이다. 시급으로 치면 1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된 노동은 아니지만 초 단기 알바다 보니 큰 돈을 벌기는 힘들다.

 

2. 조소학원 두상 모델 아르바이트

 

Q. 정말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끝인가?
그렇다. 의자에 앉아서 5분에 한 번씩 45도 각도로 돌면 된다. 듣기만 하면 쉬운 것 같은 데 막상 하면 힘들다. 등받이 없이 꼿꼿이 앉아 있으려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Q. 오래 앉아 있는 것 외에 힘든 점은 없나?
평생 살면서 그렇게 적나라하게 외모 평가를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정말 있는 그대로 내 외모에 대해 얘기를 한다. 내 얼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아, 좀 속상했던 건, 내 얼굴이 굴곡 없이 밋밋한 편인데 한 학생은 거의 울 듯한 얼굴로 날 쳐다봤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렇게 생겨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실제로 조각칼 버리고 나간 학생도 있다고….)

 

Q. 노동 대비 수입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시간 당 6,000원을 받고 6시간 동안 했는데 정신적 충격이 조금 있긴 하지만, 서비스업 알바가 겪는 것보단 적고 체력 소모도 그닥 크지 않기 때문에 만족한다. 근데 두 번은 못 할 것 같다. 아이고 허리야….

 

3. 보조출연(엑스트라) 아르바이트

 

Q. 독특한 경험을 한 것 같다. 꽤 재밌지 않나.
상상만 하면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물론 연예인도 보고, 촬영장 구경 하는 게 재밌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힘든 것들이 많다.

 

Q. 어떤 점이 힘든가?
대기 시간이 길다. 엑스트라가 출연하는 장면은 비중이 적은데, 그걸 위해 한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마땅한 대기실이 없어서 촬영장 근처 아무데서나 대기를 타야 한다. 또 관리하는 분들이 사람을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적인 대접을 기대해선 안된다. 사극 같은 경우는 한겨울에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정말 힘들다고 들었다.

 

Q. 페이는 제때 주나?
업체마다 다르다. 당일날 주는 곳도 있다던데, 내 경우는 2달 뒤에야 들어왔다. 사실 그것도 맞게 온건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으로 한 경험이었지만 돈벌이가 목적이라면 다른 알바를 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4. 인공지능 채팅 데이터 작성 아르바이트

 

Q. 이름은 거창한데 대체 뭐하는 알바인가?
정확히 뭐 하는 건지 모르고 시작했다. 그냥 자격요건 중에 ‘타자 빠른 사람’이라는 항목이 있어서 지원했다. 1인 채팅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질문과 답변을 만들어 주면 된다고 했다. “밥 먹었니? / 응, 먹었어. 너는?” 이라는 질문을 계속 만들어 주는 일이다. 질답 한 세트에 50원. 쏠쏠할 것 같았다.

 

Q. 몸은 엄청 편할 것 같은데? 나름 꿀 알바인듯…
몸은 편하다. 근데 100개 쯤 적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나는 분명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거울에 대고 계속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아서 정신병이 생길 지경이다. 이게 막 적는 게 아니라 TV, MOVIE, LOVE, MUSIC, HEALTH 등 각 키워드에 맞는 대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FOOD라는 주제라 치면,

 

     Q. 껌씹는거 좋아해?
     A. 아니. 난 정신없어서 껌은 안씹어.
     Q. 그래? 난 입이 심심하면 못참겠던데.
     A. 그럼 그냥 먹을꺼 사먹으면 되잖아.
     Q. 껌이 그래도 제일 경제적이고 좋잖아?
     A. 그렇긴 한데, 난 뭐 오래 못씹겠더라구.

 

이런 영혼 없는 150원 짜리 대화를 계속 적어야 한다.(진짜 저렇게 적었다) 소개팅가서 계속 던졌다간 귀싸대기 맞을 것 같은 대화다. 돈 벌 생각에 화장실에서도 혼잣말을 하고 있으니 어머니가 걱정하시더라.

 

Q. 벌이는 쏠쏠한 편인가?
말했다시피 질답 한 세트 당 50원이다. 여기에 추가로 붙는 조건이 빡쎄다. 무조건 3세트 단위로 계산한다. 즉, 질문 셋, 답변 셋 총 6문장이 150원이고, 여섯 문장이 안 되면 그냥 0원으로 처리된다. 나는 482개의 질답을 만들었고 총 72,300원(세후 69,930원)을 벌었다. 3,500개의 질답을 만들어 50만 원 이상을 가져간 사람도 있었다. 내 사회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였다.

 


 

외전

그리고,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전설의 이색 아르바이트를 알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름하야 ’19금 영상 모자이크 검열 아르바이트’. 말만 들으면 전혀 하나도 안 힘들고 정말 꿀빨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헌데, 제보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Q. 본인이 직접 경험했나? 우리나라에 실제로 있는 아르바이트인가?

친구에게 들었다. 일본에서는 모자이크를 직접 하는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모자이크가 제대로 됐나 확인하는 아르바이트가 있었다고 한다. 친구는 아무래도 아는 분을 통해서 한 것 같다.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질 않더라. 근데 힘드니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Q. 왜…? (이해불가)

처음엔 좋았단다. 근데 이게 1시간, 2시간이 지나고 5시간, 10시간이 되니 정말 못할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넘기면서 볼 수도 없고, 정말 눈알 빠지게 화면을 봐야 한단다. 남녀의 전라를 하루 종일 보고 있자니 나중엔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Q. 아….

ㅇㅇ…. 그냥 혼자 보고 싶을 때 보는 게 나을 듯.

 


 

illustrator. liz

도움. 알바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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