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졸피뎀을 처방 받았다고. 잠이 안 온다며, 잠을 제대로 자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고 했다. 곧바로 이해했다. 그녀의 얼굴에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얼마 전에 교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렀고, 나 또한 그랬다.
날로 높아지는 경쟁률에, 미래에 대한 불안에 우리는 침대를 뒤척이기도 하고, 남몰래 훌쩍이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험이 끝났다’고 말하는 날이 오게 되었다. 어떤 날은 ‘무려’ 선생님이 되기 위해, 어떤 날은 ‘고작’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합격으로 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스스로 달래며 일 년을 꾹 참고 보냈다.
하지만 철저하게 불안했고, 우리는 망가져 있었다. 임용고시의 특성상 졸업을 유예할 수 없었고, 우리는 학교에서 방출되었다. 그래, 방출이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하지만 학교에 머무르면서 시험을 보고 싶었다. 학생이라는 타이틀이 우리의 마지막 보루였으니까. 하지만 고스란히 수험생, 혹은 고시생이 되어버린 우리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망가져 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우리는 대학에서, 그리고 노량진 한복판의 학원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손에 굳은살이 생기도록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익혔다. 교수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아이들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단지 시험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성장과 학습을 위한 평가로 그들을 가르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무리 공들여 과정을 준비하더라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학생들을 가르칠 온당한 권리조차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절망스러울 때마저도 우리는 ‘아이들’이 아니라 ‘예비 교사’이기 때문이겠지, 라며 수긍하려 했고 그 편이 정신건강엔 훨씬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치열한 경쟁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우리의 과정은 소중했다. 그래서 1차를 끝내고 며칠 뒤, 2차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노량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일 년을 마무리하는 십이월. 잿빛 노량진에서 하루를, 한 주를, 한 달을 종일 보내면 어떠한 좋은 결과가 꼭 생길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2차를 준비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과정이 좋으면 결과는 당연히 따라오는 거라고 그렇게 교육해야 한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우리가 ‘아이들’이 아닌, 그렇다고 ‘예비 교사’라고 하기도 그런, 아직 한낱 ‘수험생’이지만 우리에게도 그것이 적용된다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훗날 그렇게 교육하기 위해서 우리는 교육받은 것을 따르기로 했다.
그녀는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카페에는 딸기가 이리저리 떨어져 있는 케이크, 끈적한 스무디 그리고 나뿐이었다.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다 나도 자리를 떴다. 다음 날 그녀는 수면제를 받아 오랜만에 잘 잤다며 연락을 해왔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생각한 ‘선생님’이 되기 위한 과정에는 ‘졸피뎀’,‘불면증’, ‘수면제’, ‘정신 상담’ 이런 단어들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밤새 아무리 찬란한 결과를 상상해도 우리에게 닥치는 과정이 너무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게 맞는 건지 계속 고민하다 너무 무서워 훌쩍였다. 모두들 우리를 다 큰 어른 취급을 했지만 두려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되고 싶은 내가 너무 불쌍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이것 또한 ‘좋은 과정’ 중 하나라고 믿어 보기로 했다. 손때 묻은 전공 책들이 그랬고, 을씨년스러운 가을밤에 유일하게 나를 배웅해주던 도서관 고양이가 그랬으며, 어느 봄날 내 서툰 수업에 귀 기울여주던 칠십여 개의 똘똘한 눈망울들이 그랬다. 밤새 우주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무섭고 불안하고 외로웠지만 반짝이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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