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에피소드 7′ 개봉 기념으로 전작 6편을 몰아봤다. 팬덤이 너무 강성해서(보면 지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안 보면 나만 손해니까 이틀 만에 정주행했다. 12시간이 넘는 이야기를 한 마디로 설명할 순 없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아나킨 불쌍해. 제다이는 좀 이상하네.’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은 납득할 만했다. 어머니의 죽음, 가시밭길 사랑,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스승까지, 속된 말로 ‘야마가 돌’만 한 상황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 때문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다크 사이드에 이입해서 보게 되더라. 결국 제다이가 이긴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아나킨이 배신한 걸 떠나서 제다이라는 집단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답답하고 고루한 관습과 아나킨(개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사회주의식 태도도 눈에 띈다. 이 집단, 제대로 굴러가는지가 의문이다. 뭐가 문제일까?

 

규정은 빡빡한데 단속은 허술하다

곧 가족이랑 생이별

 

제다이가 되면 가족과 평생 인연을 끊어야 하고, 사랑도 결혼도 금지다. ‘라이트 세이버를 준다 해도 제다이는 못하겠다’ 싶은 이유였다.(물론 포스도 없지만…) 사랑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임무 수행 중 사적인 감정이 끼어들면 안 되기 때문이란다. 비슷한 이유로 ‘두려움’과 ‘분노’도 경계한다. 아미달라(아나킨의 여자친구)가 비행정에서 떨어졌는데 오비완은 임무에 집중하라고 명령한다. 니가 사람이야!?

 

제자는 한 명만 받을 수 있는데 애인도 가족도 없으니 거의 10년 동안 둘이서 붙어다닌다. 어머니가 살해당해도 살생은 하면 안 된다.(하지만 아나킨은 이를 어겼다.) 태우면 사리가 그란데 사이즈로 나올 것 같은 이런 *수도승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하면 뭘 얻을 수 있느냐. 보상으로 ‘정의를 수호한다는 만족감, 포스의 균형과 진리를 깨우치는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야! 신난다!

 

*제다이는 사실 진리를 추구하는 현자 집단이다. 싸움을 되게 잘 할 뿐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렇게 규정이 엄격해도 ‘지키냐 못 지키냐’ 하는 건 몽땅 개인의 양심에 맡긴다는 거다. 이렇게 허술한 집단이 2만 5천 년간 은하계의 평화를 지켜왔다는 게 놀랍다.

 

인재 관리를 못 한다

의회의 견제에 열받은 아나킨

 

아나킨은 유래 없이 강한 인물로 ‘포스의 균형을 잡아줄 예언의 아이’인 듯 나오지만, 뛰어난 실력에 비해 성급하고 조심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료의 인정을 못 받는다. 오히려 아나킨은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제다이 중 하나였는데도 말이다. 충동적인 배신을 한 이유도 원칙을 어기려고 한 제다이 ‘윈두’ 때문이었다.

 

자기보다 못한 실력을 가진 의회의 명령을 따르며 마스터 칭호를 바랐지만 계속해서 돌아오는 대답은 “인내심을 가져라”였다. 인내에 대한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단다. 꼰대도 이런 꼰대들이 없다.

 

아내가 죽을 것 같아 불안해도 요다는 “받아들이라, 어쩔 수 없다”고만 말한다. 900년 모솔 요다 입장에서는 부질없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자기 생각이다. 심지어 요다는 죽어도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랑 뭐가 다르냐.

 

모순된다

가차없이 목을 뎅강뎅강

 

1) 살생은 No, 전쟁은 Yes
제다이는 보호를 목적으로 살생을 금지하는 집단인데, 평화를 명목으로 전쟁도 하고 클론을 비롯한 어마어마한 외계 생명체를 죽였다. ‘내가 하면 평화유지, 니가 하면 테러’라는 식의 발상이다. 살생은 안 되지만 생명은 끊을 수 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는 변명이랑 다를 게 뭐야.

 

2) 권력은 No, 위계는 Yes
권력에 초탈한 집단처럼 보이지만, 자격에 대한 명예와 자부심은 상당하다. 제자를 아주 종 부리듯 한다. 효율보다 위계와 절차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면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정에 있어서도 복잡한 절차를 거치다 보니 속도도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중학교 때 배운 관료제의 폐해다. 큰 피해를 입었는데도 의회를 유지한다니,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영웅주의적 발상인가.

 

편향된 사고방식을 주입한다

거대한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 양면을 살펴야 한단다

 

어린 아나킨을 데려와 계속해서 ‘다크 사이드는 악이다’라고 세뇌시킨다. 자라면서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어도 설명해주지 않았을 거다. 이런 편향된 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다크 사이드의 유혹에 더 쉽게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만약 스승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내를 살리는 방법을 찾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아나킨은 다스 베이더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정의를 수호하는 제다이의 사고방식은 아무래도 편협해 보인다. 영화 속에서, 시스 군주였던 의장은 “두 면을 다 알아야 한다, 제다이는 부패했다”고 말한다. 이건 단순히 얄미운 악당의 대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아아, 대체 이 우주의 평화는 누구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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