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는 들 게 많다. 출세하는 길로 ‘들어야’ 하는 게 첫째. 볕이 잘 드는 새집에 ‘들어야’ 하는 게 둘째. 그리고 철 ‘들어야’ 하는 게 셋째다. 오늘은 철 ‘들음’에 관한 이야기.

 

“철 좀 들어라.”

대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하는 잔소리다. 때 되면 지는 낙엽처럼, 젊은이도 때가 되면 철 들어야 한단다. 이 철 강요의 시절이 지나면 20대는 통상 어른이라는 호칭을 얻는다. 내가 아는 ‘철’이라는 것의 의미는 그랬다. 필시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야무지고 똑 부러지게 사유해 제 살 궁리하는 처세이며, 빈틈없는 경제 관념으로 개처럼 일해서 자식에게 금수저 물려주는 부정이었다. “찌찌뽕” 같은 장난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라리 근엄한 한국 꼰대의 전형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철’의 사전적 의미는 조금 다르다. 철은 그저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이다. 나는 여태껏 철의 의미를 매우 구체적으로 오해해왔다. 지금껏 386세대의 특성을 답습하는 것을 철 드는 과정으로 착각해왔다.

 

혹여 그들이 사전적 의미를 강조했다 하더라도 아직 할 말은 있다. 사리 판단하는 능력은 평생 배양하는 것이지 결코 한두 살 더 먹는다고 발현되는 기지가 아니다. 서른이든 마흔이든 지혜의 깊이는 끝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의 철을 두둔하려거든 대단한 지혜 혹은 용기가 필요하다. 애석하게도 한국 꼰대는 후자다. 논어 태백(泰伯) 18편에 ‘학여불급 유공실지(學如不及猶恐失之)’라는 말이 나온다. ‘학문 연마는 늘 부족한 것이니, 끈질긴 노력을 거듭해 학문의 진리에 도달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감히 혜안의 깊이는 끝이 없는 법인데, 이 나라 꼰대는 얼마나 훌륭한 현인이면 쉬지 않고 훈수를 둔다. 스스로 공자요, 추적이지만, 그들은 그저 얕은 훈수를 즐기는 초라한 참견꾼이다. 가장 짜증 나는 건 이 종족들이 몹시 성가실 정도로 발에 치인다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철’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폭력성이다. 여기에는 마피아 정신 비스무리한 폭력성이 섞여 있다. 전체를 위한 희생은 어느 정도는 미덕으로 쳐준다. 일종의 전체주의나 배타주의랄까. 설사 수단이 잘못됐더라도 우리 ‘빼밀리’ 안위를 위해서라면 위법도 불가피한 것이고, 양심도 좀 팔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철이 든다는 것은 어쩌면 좀 폭력적이고 불편한 것이다.

 

고전소설 <심청전>, 감동 효도 액션영화 <깡철이>, 본격 철 권장 역경 극복 감동실화 <국제사회> 같은 영화를 보면 가난한 빼밀리를 위해 나 하나 희생하고 처절히 살아가는 스토리는 감동을 안겨준다(본받아야 할 거 같고 열심히 살아야 할 거 같고 하여튼 막 그렇다). “우리 삶은 몹시 처절해서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유희는 꼭꼭 숨기고 치열하게 빼밀리의 안위를 살펴야 한다.” 과거 세대는 이렇게 말한다. 그날의 시대적 당위가 현대까지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보너스로, 사기업에 자신의 시간을 헐값에 파는 것을 국가 경제 이바지, 열정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이 무식무쌍한 선생(先生)들의 눈에 깨나 성가시도록 ‘철’이라는 것을 들지 않을 참이다. 첫째로 “야근은 스포츠다!”라는 미친 소리를 하며 재능을 헐값에 팔지 않을 거다. 둘째로 양심을 판 돈으로 부모 봉양하지 않을 것이며, 셋째로 지난 젊음을 아쉬워하며 자식 입에 금수저 물리는 것을 철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맹목적 효(孝)는 강요다. 두 사람이 할 일을 혼자 밤새워서 무료로 봉사하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착취다. 지독한 자식 사랑도 누군가에겐 폭력이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 취직하고 물심양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 잘 키우겠다는 근성이 철 드는 건가? 이렇게 높은 수준의 명분을 설정하니 사는 게 권태롭고 절망적이지 않은가? (국교가 청교도도 아니고)

 

적어도 지금부터 나는 소홀했던 젊은 날을 추억하며 궁상떨지 않도록 조금 더 나를 돌볼 생각이다.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 ‘철’의 근거 없는 폭력성과 희생 정신. 그리고 오묘한 전체주의. 딱히 훌륭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관습. 내 팔다리를 옭아맸던 철은 더 이상 들지 않겠다. 혹시 그것이 배타주의, 실리, 맹목적 효, 금욕이라면 더욱 더 나는 포기한다. 생존을 위해 지금을 저당 잡고, 가족이라는 빚을 갚고자 나를 버리지 않겠다. 차라리 스스로 깊이 사유해서 유연하게 선택하겠다.

 

다만 이건 나의 결정일 뿐,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꼭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다가 스스로, 알아서들 본인의 삶을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어차피 그대 인생은 그대가 가장 잘 알고 있고, 타인의 훈수 속에는 딱히 불변의 진리 같은 것도 없으므로 스스로 본인의 삶을 설계하시길 바란다. 물론 이것 또한 반골 기질 다량 함유한 젊은 꼰대의 훈수처럼 느낄 것 같아 조금 뜨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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