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자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하나같이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돌아온 다섯 개의 과자와 다섯 개의 이유들.

포카칩

부질없는 인생사의 맛

 

단어를 마주치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맛이 있잖아요. 내가 “딸기 먹고 싶다”라고 적으면 당신이 떠올릴 바로 그 딸기, 그 맛. 하지만 모든 맛이 그렇게 보편적이지는 않죠. 가령 “감자칩 좋아해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포카칩 오리지널이나 칩 포테이토 맛을 떠올릴 거에요. 하지만 나는 아니에요. 나한테 감자칩이란 곧 ‘포카칩 어니언’이거든요.

 

그냥, 오래 전부터, 자주 먹었어요. 중고등학생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서도 많이 사먹었고요. 대학생 때 술자리에서도 자주 먹었죠. 취업 준비한답시고 처음 서울에 혼자 올라와 살 때는 가끔 끼니 대신이 되어줬고요. 겨우 마감하고 지쳐서 퇴근할 때는 꼭꼭 맥주와 함께 챙겼어요. 지난 애인들 중 저와 함께 포카칩 어니언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고, 이제는 세상에 없는 우리 할머니랑 아빠랑도 자주 나눠먹었어요.

 

뒤돌아보니 이 작은 과자 하나가 내 삶과 내 사람들을 두루두루 거치고 있네요.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도 이 과자는 남아있을지 몰라요. 이렇게 생각하니 인생 참, 부질없네요. 같이 감자칩이나 드실래요?

 

글 전아론 aron@univ.me

 

자갈치

자갈치 맛은 자갈치밖에 없으니까

 

지난해 가장 많이 먹은 과자는 대세를 충실히 따랐던 ‘허니통통’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내 인생과자라 부를 수는 없다. 단순히 1000만이라는 수치가 영화제의 작품상을 결정하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자갈치가 소수 마니아들만 찾는 예술영화인 것도 아니다.

 

판매량에 따라 입고를 결정하는 슈퍼마켓 과자 코너만큼 대중성을 검증하기 좋은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집 앞 구멍가게가 24시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꾸는 동안 자갈치는 꿋꿋이 매대 한자리를 지켰다.

 

자그마치 33년. 그 세월 동안 자갈치는 한길을 걸었다. 매콤한 맛과 고소한 맛, 딸기맛과 초코맛, 허니버터맛과 크림치즈맛 사이에서 ‘문어맛-정확히 말하면 타코야키 맛- 하나로 고군분투해온 세월. 그 세월을 생각하며 오늘도 자갈치 한 봉지를 뜯는다. 한 조각에 타코야키의 짭조름함을, 또 한 조각에 문어의 싱싱함을, 마지막 한 조각에 바다의 우직함을 느껴보시길.

 

글 기명균 kikiki@univ.me

 

꼬마곰젤리

하리보가 대신할 수 없는 자리

 

인공색소 논란으로 몰매를 맞았던 꼬마곰젤리를 기억하는지. ‘타르계 색소 함유’라는 오명을 안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야 했던 바로 그 귀여운 꼬마곰 친구 얘기다.

 

그 자리를 차지 하러 온 것은 수입과자 열풍과 함께 찾아온 독일산 하리보. 처음 맛보곤 색깔별로 파인애플, 레몬, 사과, 라즈베리, 오렌지, 딸기 각자 다른 여섯 가지 맛이 나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꼬마곰젤리는 하나같이 달콤한 타르맛이 났는데 말이다. 그래도 먹고나면 빨갛게 손이 물 들던 오리지날 꼬마곰을 대신할 순 없는 일이다.

 

여전히 아이에게 먹이면 안되는 간식 1위로 손꼽히지만, 돌아온 꼬마곰 훼밀리를 환영하며 한 봉지 비워야겠다. 아빠 곰은 귀 없어, 엄마 곰은 팔 없어, 애기곰은 몸통이 없어~♬ 잔혹 동화로 각색한 <곰 세마리>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말이다.

 

글 김세희 ssessayk@gmail.con

 

벌집핏자

벌집핏자는 넘나 마시쪙

 

개인적으로 ‘벌집핏자는 하나씩 집어 먹는 것이 미덕’이라는 주의다. 완벽한 조형감, 오묘한 두께의 균형감, 적당한 나트륨의 발림이 한 조각에 온전히 담겨 있다. 질소와 양념, 밀가루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앙상블이다. 고래밥이나 죠리퐁 같은 집단주의적 미물(微物)이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짭조름하고 매콤한 양념이 혀 끝에서 알싸하게 감돌면, 봉지를 뜯었을 때 느꼈던 절반(折半)의 허무함은 이내 사그라든다. 정적을 깨는 ‘아사삭’ 소리에 어금니에서 조각난 파편이 혀 뿌리에서 감돌다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녹여 먹어도 맛있다. 혀 위에 살포시 올려 놓으면, 수 초 내에 짭조름하고 매콤한 향이 혓바늘을 죄어 온다. 견고한 살빛 프레임이 혀와 입천장 사이에서 서서히 녹아내린다. 정통 이태리 피자도 따라오지 못할 마성의 식감이다.

 

철이 든 이후로, 벌집 베이스에 채 묻어나지 못한 가루를 입안에 털어 넣고 밤새 물을 켜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다.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고 손가락을 쪽쪽 빨아대는 것이 지금의 마무리다. 욕심을 내면 밸런스가 무너진다. 욕조에 몸을 딱 절반 쯤 담근 것 같은 아쉬운 만족감. 벌집핏자를 가장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이다.

 

글 조웅재 woongja1@univ.me

 

촉촉한 초코칩

타인을 이해하는 일

 

과자에 대한 취향은 의외로 단호한 구석이 있다. 예를 들면 ‘촉촉한 초코칩’을 인생과자로 꼽는 내가 마트에서 ‘바삭한 초코칩’을 집어들 가능성은 0%다. 그래서 바삭한 초코칩이 제일 맛있다는 친구 앞에서 절로 뜨악한 표정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친구는 도리어 나에게 반문했다. “에 촉촉한이 맛있다고?!” 눅눅하고 특유의 냄새가 싫다는 이유였다. 헐, 그 촉촉함과 냄새가 맛의 핵심인데!

 

소설가 김연수는 에세이 <소설가의 일>에서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라고 썼다. 암, 고작 과자 취향 하나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 사람의 모든 취향과 이상한 구석들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문장. “알면서도 이해하려고, 가 닿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 우리의 노력은 우리의 영혼에 새로운 문장을 쓰기 시작할 것이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초코칩 부스러기를 꼭꼭 찍어먹으며 생각한다. 그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촉촉한 초코칩 쪽으로 눈이 가다가도 바삭한 초코칩으로 향하던 내 손을. 그렇게 사소하게 바뀌던 습관들과 흔들리던 나의 세계를. 그래, 이해하느냐 마느냐 그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글 양언니 chuu@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coldbluelu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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