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표지에 끌려 샀지만, 왜인지 1-2장 읽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 대학내일이 대신 읽고 살짝 스포해 드릴게요!

 

<김혜원의 베스트셀러 겉핥기> 이번 주 작품은 전 세계 500만 명이 ‘산’책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입니다.

 

 

 

이 책은 아직도 팔팔한 100세 노인 ‘알란’의 평생을 담은 전기입니다. 알란의 화려한(?) 과거와 100세 이후의 모험담이 교차 형식으로 서술 돼요. 총 500페이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서사는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알란 칼손이라는 화려한 과거를 가진 100세 노인이 거금을 탈취하고, 사람을 2명이나 죽였다. 그는 지금 도주 중이며 형사가 뒤쫓는 중이다.”

 

스릴러 영화 시놉시스처럼 보이지 않나요? 소설 내내 음침한 기운이 가득할 것 같고요. 하지만 막상 읽어 보면 이 소설은 명랑한 코미디에 가까운 분위기에요. 주인공 100세 노인은 끔찍한 살인마라기보단, 못 말리는 짱구와 비슷하게 묘사되고요.

 

영화 <킹스맨>을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 책도 좋아하실 거에요. 영화 속에서 사람 머리가 날아가는 모습이 마치 폭죽이 터지듯 경쾌하게 연출되잖아요. 그와 비슷하게 이 소설에서는 사람이 코끼리에 깔려 죽는 장면이 코미디 프로의 한 장면처럼 유쾌하게 묘사됩니다. 일종의 블랙 코미디라고 볼 수 있겠죠.

 

 

 

여기 한 노인이 있습니다. 오늘로 100세가 됐고요, 지금 막 창문을 넘어 갑갑한 양로원에서 탈출했어요. 100살씩이나 되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탈출을 하냐고요? 아닌 게 아니라 그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죽을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사람은 원한다고 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도망치죠.

 

늙은 몸뚱이를 끌고 돌아다니면 삭신이야 좀 쑤시겠지만, 끔찍한 양로원에 웅크리고 앉아 ‘이젠 그만 죽어야지’라고 되뇌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겠다면서요.

 


양로원을 나온 노인은 가까운 버스 터미널로 갑니다. 어디로든 최대한 빨리 떠나기 위해서요. 그리고 같은 시각, 터미널에 있었던 건방진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보통의 할아버지라면 버릇없는 청년을 만나면 훈계를 하거나 화를 내죠. 하지만 우리의 알란은 한 수 위입니다. 부탁을 들어주는 척 상대를 안심하게 만든 뒤, 가방을 훔쳐 가버리죠. 자기가 왜 트렁크를 훔칠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이지.”라고 결론지어 버리죠. 노인이 훔친 이 트렁크는 이후 어마어마한 일들을 일으키는 원흉이 됩니다.

 

 

트렁크를 끌고 도망가던 알란은 한적한 마을에서 ‘율리우스’라는 사내를 만나요. 오랫동안 홀로 지내던 그는 갈 곳 없는 알란을 기꺼이 맞이합니다. 휴식도 잠시, 알란과 율리우스가 술을 마시고 있는 동안 트렁크의 원래 주인인 청년이 찾아옵니다. 청년은 알란을 죽여 버리겠다면 길길이 날뛰고요. 그를 본 알란은 몰래 뒤로 가서 청년의 뒤통수를 널판으로 가격해 기절시킵니다. 100세 노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팔팔한 기력이죠. 그들은 기절한 청년을 냉동고에 가둬 둡니다.

 

 

알란이 훔친 트렁크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돈이었습니다. 자그마치 3759만 크로나!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억이 들어 있었어요. 알란은 어마어마한 액수에 놀란 뒤 깜빡 잠이 듭니다. 아무리 팔팔하다고 해도, 100세 노인이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도망치는 건 고단한 일이었겠죠.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알란에게 율리우스는 나쁜 소식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젯밤 청년을 냉동고에 넣어 둔 채 깜빡하고 자 버렸다는 거에요. 그는 청년이 이미 죽은 것 같다고 걱정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소식을 들은 알란의 반응입니다. 그는 잠시 형식적으로 슬퍼한 후 태연하게 아침을 먹습니다. 아니 사람이 죽었다는데, 게다가 따지고 보면 (설사 고의가 아니었더라도) 그들이 죽인 거나 마찬가진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요. 알란의 과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자칫 사이코패스로 보일 법한 상황이죠.

 

 

여기서 우리는 알란의 인생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매사에 ‘될 대로 되라’는 태도를 보이는데요, 이건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르침이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여읜 알란에게 병든 어머니는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라고 가르쳐요. 어려서 부모를 잃은 건 누구의 탓도 아니니, 부모를 원망하지도 불평을 하지도 말고 씩씩하게 살라는 뜻이었을 거에요. 이 말은 알란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알란의 고향 스웨덴에는 정신병의 씨를 말리기 위한 ‘거세정책’이 성행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란도 정신병원에 잡혀 들어가고요. 예외 없이 거세(…)를 당합니다. 졸지에 정신병원에 갇힌 고자 신세가 된 거에요. 하지만 ‘될 대로 되라’ 알란 선생은 개의치 않습니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불평할 법도 한데, 오히려 병원 생활에 만족해해요. 하루 세 번 따뜻한 식사가 나오고,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서요.

 

그는 누구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할 권리는 있지만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는 데도 성질을 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해요. 성인군자 같죠. 문제는 자기가 실수했을 때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가 버린다는 점이지만.

 

 

이런 ‘될 대로 되라’ 전략은 알란 개인의 정신 건강에는 이로웠을지 모르지만, 세계사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칩니다. 가장 큰 민폐는 핵폭탄을 만드는 데 일조 했다는 것이죠. 평생 폭탄에 대해 공부했던 알란은, 우연히 들어간 미국 핵 연구소에서 웨이터로 일하다가 핵폭탄 만드는 법을 알아냅니다.

 

알란의 도움으로 핵폭탄을 얻은 미국은 히로시마에 그걸 떨어뜨리고요. 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히로시마 폭격’ 맞아요. 이런 어마어마한 일에 가담하고도 알란은 별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일어나게 될 일은 일어나게 될 터, 쓸데없이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 밖에도 이 노인은 100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본의 아니게(?) 역사적인 순간들에 영향을 끼칩니다. 말 그대로 스펙타클한 인생이죠. 보통 사람 같으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 할 상황이지만 ‘될 대로 대라’ 알란 선생은 모든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곤 또다시 악의 없는 사고를 치죠.

 

 

 

자, 다시 현재로 돌아가 봅시다. 70억을 가지고 도망친 알란은 도주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일단 아까 만난 늙은 사기꾼 율리우스가 그와 동행하고, 기력 없는 늙은이들이 운전을 할 수 없으므로 핫도그 장수 하나를 운전사로 끌어들이고, 막판에는 그들을 숨겨 준 욕쟁이 언니와 그녀의 애완 코끼리까지 알란의 도주에 함께해요.

 

 

한편 70억의 원래 주인인 조직 보스와 경찰은 알란 일당을 계속 추적합니다. 100살 먹은 노인과 그의 패거리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살해하고 그들의 시체를 없애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지 못하면서요. 이들은 과연 경찰의 추적을 피해 무사히(?) 70억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결말 정도는 여러분이 찾아서 읽으ㅅ…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린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험 좀 망쳤다고 걱정하던 사람들은 세계를 망친(?) 알란을 보고 위안을 느낄 겁니다. 한 살 더 먹었다고 이제 늙었다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은 아직도 팔팔한 100세 노인을 보고 반성 하게 되겠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방학에 읽기 딱 좋은 책이에요. 유쾌한 전개와 매력적인 노인에 이끌려 책을 다 읽고 나면, 묘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방학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렇게 긴 책을 읽겠어요.

 

 

P.S.
물론 노인의 행동에는 애매한 점들도 없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남의 물건을 훔치는 건 엄연히 범죄고 비록 실수였지만 사람을 죽였잖아요. 용기를 주는 유쾌한 할아버지인 건 맞지만, 범죄자인 거죠.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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