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이해를 멈추지 않기를, 뮤지션 루.시.아

<Light & Shade>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루시아의 연작 앨범은 전작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 속에는 그녀가 홀로 디뎌온 시간과, 불안 속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들, 그리하여 조금 더 단단해진 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된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직접 만나 그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것은 그녀를 이해하는 일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아와 찬찬히 되돌아본 대화는삶을 이해하는 일을 닮아 있었다.

 

하나. 스스로 만든 시간의 한계를 벗어난다면

제가 20대 중반에 데뷔를 하다보니, 여자 뮤지션이 시장에서 갖는 가치에 대한 압박이 좀 있었어요. 더 나이를 먹기 전에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외부적인 압박과 스스로의 초조함에 시달렸죠. 음반을 내면서도 이걸 과연 생업으로 삼을 수 있을 지, 내가 장녀인데 가족들에게 뭔가 폐를 끼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고민도 많았고요. 벌써 27살 인데 취업도 못 하고 어떡하지, 29살인데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얼마나 실망스러우실까, 그런 불안을 많이 느꼈거든요.

 

지금은 달라요. 시간의 한계를 못 느끼게 됐어요. 제가 지치거나 스스로 던져 버리지만 않는다면, 음악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어느 날 곡이 안 써지고 더 이상 노래를 못 부르는 상태가 된다면 그땐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글을 쓸 거예요. 그런 식으로 다른 길을 계속 찾는다면, 할머니가 될 때까지 표현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20대에는, 이해하지 못할 이유들로 스스로 한계를 정한 거예요.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일들인데, 그걸 가로막은 건 제 생각밖에 없었던 거죠. 결국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거예요. 그것만 멈추면 모든 게 간결해져요.

 

그래서 저는 서른을 기대했어요. 스물에 가졌던 열정이나 치기로 20대를 살았다면, 서른에 가지는 의지나 철학 같은 것들로 30대를 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28살, 29살때는 8, 9학년 느낌이었는데 서른이 되니까 다시 1학년이 된 기분도 들고요. 생활적으로는 그런 생기를, 음악적으로는 깊이를 가지고 살려고요.

 

둘. 꿈은 바뀐다

데뷔 직후의 저는 어떻게 보면 사회 초년생이었는데, 현실은 제가 상상한 것과 거의 모든 것이 달랐어요. 제 의지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도 많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랑 회사의 입장이 충돌하는 부분도 생기더라고요. 그 전까지 저는 펑키한 음악이나 록을 했었고, 데뷔 직전에는 재즈 싱어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라드를 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인 게 발라드는 어떤 세대에게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한 장르예요. 가사를 쓸 때도 하고 싶은 말을 잘 전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장르고요. 제가 원래 하던 음악만 계속 고수했다면 이런 걸 아예 알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얻은 깨달음 중 하나는, 꿈은 바뀐다는 거예요.

 

고등학생 때, 대학생 때 꾸는 꿈은 정말 강렬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 뜨거움에 스스로 타버리거나 소진돼버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요. 제 자신도 그랬고요. 그런데 발라드라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면서, 뮤지 컬이란 생소한 분야에도 도전하면서 저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최근에는 시아준수님에게 직접 쓴 곡을 드렸는데, 그러면서 지금은 다른 뮤지션에게 좋은 곡을 주는 것이 제 꿈이돼버렸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도 안 해본 일이었어요. 자연스럽게 그 일이 제게 왔고, 또 제가 그걸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하기 전에는 할 수 있다는 걸 전혀 몰라요. 제 동생도 지금 대학생인데, 그래서 이 얘길 꼭 해주고 싶어요. 꿈은 바뀐다고. 꿈이 바뀐다는 게 비겁하거나 도망치는 게아니라고.

 

한때는 라면만 먹으면서 가수 생활하는게 꿈의 전부였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가능성의 가지를 쳐서, 다른 방식으로 가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니까. 그때가 올 때까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판단하거나 미워하며 괴롭히지 않았으면. 스스로에게 너무 혹독하지 않아도 돼요.

 

셋.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길

‘너의 존재 위에’는 제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썼어요. ‘WHO’는 제가 세상의 기준에 저의 모든 것을 맞추며 힘들어하던 시기에 썼고요.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그걸 억누르면서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려고 노력할 때였어요. 그때도 지금도 저는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고 하는 것에는 조금도 욕심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그런 흉내를 내야 할 때 괴로웠죠. 저는 스스로를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정작 외적인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 끝날 때, 그런 것이 괴로웠어요.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고 사람들이 날 보고 있는데도 내가 없는 기분이었어요. 그건 아직 무대에 서보지 못했거나 무대를 갈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꿈같은 얘기겠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어떤 상황에 있든 그때의 자기를 괴롭게 하는 게 반드시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너 자신에게 좋은 것을 주라는 것은 그래서예요. 남과 비교하거나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네 삶의 온도와 속도를 찾아서 거기에 몸을 맡기면된다고.

 

 

넷. 이제는 그만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아직 제대로 안 잡힌 시기에는 세상의 기준에 부딪치며 많은 충돌을 겪게 마련이잖아요. 물론 그런 혼란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가 자꾸만 배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자기 밖에서 끊임없이 답을 구하려 하고,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말들 보면서 ‘오오’ 하고, TV에 명사들이 나와서 하는 얘기 들으면서 또 ‘오오’ 하고. 저도 그렇게 살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거예요. 우리는 이제 그만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

 

배움은 여기저기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지만 깨닫는 건 자기 스스로 해야 하거든요. 조금 괴로운 시간을 겪더라도 그걸 견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앨범명이 <Light & Shade>인 것도 그런 의미예요. 밝은 것만 좋아하고 밝은 것 안에서만 살고 싶을 수도 있지만, 어두운 면 역시 밝음이 있기 위해 반드시 공존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그러니 그것도 삶의 일부로 껴안아야 해요.

 

어둠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익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깨달음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면, 앎이 많이 모이면 깨달음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냥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게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그걸로 내가이걸 하나 알았네, 받아들이고 인식을 하게 되면 그 정신적인 앎들이 어디 가지 않고 쌓여서 깨달음이 되는 것 같아요.

 

 

다섯. 너의 절망과 관계 맺으라

제가 좋아하는 말이 ‘더 잘 이해될 수 있게, 더 잘 이해되도록’이에요. 가끔 주변 사람들한테 덕담이나,생일 축하 인사를 전할 일이 있으면 ‘네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길’ 그런 말을 꼭 쓰거든요.

 

얼마 전에 “너의 절망과 관계 맺으라”라는 말을 우연히 봤는데, 무척 인상 깊었어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에 대한 글이었을 거예요. 뒤라스는 ‘나는 슬프다’고 하지 않고, ‘나는 나의 슬픔을 위한 빈자리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말했다는 거죠. 나의 슬픔, 나의 고통과 관계를 맺고 그것을 대하는 것은, 슬픔에 잠식당해버리는 것과는 달라요.이해하는 일이죠.

 

제가 곡을 쓸 때,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쓰면 아무한테도 가 닿지 않아요. 어떤 일이 왜 일어났고, 그것이 나한테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 일로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해하면 정말 정확하게 쓸 수 있거든요. 그 상태로 노래를 하면 그걸 듣는 사람들에게 다 진심으로 전해져요. 당시에는 원망스럽고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가 닿는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안 좋은 일들은 불행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피하려 하지만 않는다면, 그로 인해 더 나은 사람, 좋은 사람,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돼요.

 

 

Editor 김신지 sirin@univ.me

Photographer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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