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니라 ‘귀’로 먼저 그들을 만났다. 산등성이를 타고 개들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이곳은 충청남도 천안의 조용한 농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찾은 유기견 센터였다. 파란 지붕의 컨테이너 앞에 개 150여 마리가 낯선 사람을 향해 짖고 있었다.

 

이곳에선 입양되지 못한 개일지라도 안락사를 시키지 않았다. 버려진 동물들은 보통 보호소에 맡겨진 뒤 2주가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그때마다 석시닐콜린 같은 생소한 약품이 쓰인다. 살고 죽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에겐 가급적 입양을 보내지 않습니다.” 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겨울에는 대학가에서 유기견이 가장 많이 발견되거든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얘기였다. 예를 들어 동거 커플이 헤어지면 강아지는 버려질 수 있다. 입대를 앞둔 사람은 입대 전 강아지를 유기하기 쉽다. 집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하숙하는 학생들도, 고향으로 갈 때 반려견을 두고 가곤 한다.

 

보호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옷에선 개들의 체취가 가시질 않았다. 버스 안에서 눈을 감고 천천히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개들의 검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멀리서 봤을 때는 사납게 짖던 개들이 손을 내밀자 물기는커녕 가만히 귀를 가져다 댔다. 손바닥으로 쓰다듬을 땐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그들은 인형이 아니었다. 따뜻한 체온을 나눴다는 사 실만으로도 사람을 믿고 따르려는 생명이었다.

 

 

A. 자유로운 영혼: 하루에 8시간 넘게 집을 비운다

 

얼마 전까지 윗집에서 강아지 소리가 들렸다. 몇 시간 동안 낑낑 대며 울곤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곧 이런 얘기를 들었다. 강아지가 하루 종일 울고 몸을 긁으며 스스로 상처를 내자, 집주인이 성대수술을 시켰다는 얘기였다. 불현듯 집을 자주 비우던 집주인이 떠올랐다.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도록 나타나지 않던 주인.

 

당연한 말이지만 강아지도 사람처럼 외로움을 느낀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엉엉 우는 아이처럼, 개도 당신과 헤어지기 싫다. 주인이 집을 비우면 문 앞에서 몇 시간이고 꼼짝하지 않는다. 불안함에 이불을 물어뜯고 아무 곳에나 응가를 하기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주인은 묻는다. “우리 강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강아지는 당신의 외로움을 가져간 뒤 대신 병을 얻은 것이다.

 

Tip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학대하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독일의 동물보호법 1조 1항은 다음과 같다.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

Reporter 임기훈 s10carrot@gmail.com

 

 

B. 쌍문동 골목대장: 집에 수시로 외부인이 드나든다

 

누구에게든 첫 만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카페 안을 겨울왕국으로 얼려버렸던 첫 소개팅 자리. 어색함을 무마하려고 한껏 웃다가 돌아오니 나도 모르게 입 주변이 파르르 떨렸다. 낯선 이와의 어색한 첫 만남은 몸과 마음을 뻣뻣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상대여도, 날 억지로 웃게 만든다면 그 만남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

 

강아지 또한 다르지 않다. 매일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 만지거나 쓰다듬고 꼭 껴안다가 떨어뜨린다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말로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없으니, 사물을 물어뜯거나 짖는 등 공격적인 성향으로 바뀌어가게 되는 것.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반려견이 당신과 상의 없이 동네 강아지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잔치를 벌인다면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Tip 뛰어놀며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만이 ‘사회성’을 키우는 길은 아니다. 개 역시 자기만의 공간을 존중받고 싶다. 친절하고 상냥한 개나 사람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주자.

Reporter 권성한 freedom_han@naver.com

 

 

C. 너는 너 나는 나: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훈육이다

 

친구네 집 강아지 이름은 별이. 처음 태어났을 때는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강아지였다. 별이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몸이 커지지 않고 길쭉하게 자랐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윗발을 들고 우아하게 걷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별이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새끼를 갖지 않았음에도 배가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친구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아 발정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외로워서 기른 별이인데, 이젠 별이의 우는 소리가 힘들다고 했다. 작은 새끼는 사람들이 낯설고,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가 낯설 뿐이었다.

 

필사적으로 우는 별이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친구는 강아지의 짝을 찾아주거나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았다. 사람의 말을 모르는 강아지를 다그치기만 했다. 별이가 가야 할 곳은 병원이었다. 먹이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혼자 앓다가 잠들었을 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산책이 아닐까.

 

Tip 걷고 뛰며 킁킁거리고 소변 보는 일은 강아지의 삶이다. 산책할 땐 목줄로 당기며 소리 지르지 않는다. 반려견이 새로운 세상을 맛보도록 두고, 천천히 걸으며 교감하자.

Reporter 윤소진 leeun0651@naver.com

 

 

D. 불꽃 카리스마: 복종훈련과 꾸중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누가 또 말썽부리랬어? 혼나야겠어. 이리 와!” TV의 한 동물 프로그램에서 주인이 반려견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대변을 제대로 못 가리거나, 사정없이 짖어댄다면서 말이다. 그때마다 반려견은 최대한 제 몸을 낮게 웅크리고 파르르 떨었다. 낯설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몽둥이가 떠올랐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의 저자 강형욱은 “혼을 내는 복종 훈련이 아닌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내기 전엔 ‘어떤 부분을 혼내고 칭찬할까?’ 먼저 스스로 묻고 답해 보자. 원칙 없는 혼쭐은 강아지를 혼란에 빠뜨린다.

 

자칫 당신의 손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꾸중이 필요할 땐 일관되게, 그리고 감정을 싣지 않는 게 좋다. 반대로 잘한 행동을 보인다면 간식으로 보답하자.

 

Tip 기다림이 필요하다. 배변 교육을 예로 들면, 방에서 배변할 때마다 화를 낼 경우 개는 방광염에 걸릴 수도 있다. 흙이나 풀을 깔고 한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Reporter 김선화 tjsghk0648@naver.com

 

 

E. 카와이 덕후: 귀여운 것을 아끼고 사랑한다

 

귀여워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보송보송하고 따뜻한 배, 끔뻑끔뻑 까만 눈…. 아빠 친구 농장에서 갓 태어난 강아지가 우리 집 막내로 들어왔다. 그땐 저녁 식탁에 냉이된장국과 달래무침이 올라오던 봄이라, 나물 이름을 따 ‘달래’라는 이름도 붙였다.

 

생후 5개월이 지나자 몸집이 불었다. 키가 엄청 커져서 내 허벅지까지 이르렀다. 점점 달래가 뛰어다니기엔 비좁은 집이 되어갔다. 인형을 물어뜯었다.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응가를 밟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나는 강아지의 귀엽지 않은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했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씨는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에서 “어리고 귀엽다고 무작정 입양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귀여워서 강아지를 식구로 맞이할수록, 안 예쁜 모습을 볼 때 유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우리와 같은 생명이기 때문에, 방 안을 어지럽히거나 나쁜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미운 모습도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특히 생후 3~15주는 반려견의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 이땐 어미개의 보살핌을 받으며 형제와 유대 관계를 튼튼히 맺어야 할 때다.

 

Tip 팻 팩토리나 애견숍, 동물병원, 대형 마트에서 입양하지 않는다. 특히 눈 크고 얼굴이 작은 귀여운 아가들은, 근친이나 무리한 교배를 통해 태어났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Reporter 조아라 ahrajo@univ.me

 

Art_위지영

참고_ 강형욱,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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